악몽 같던 시간 & 완벽한 아침
아침 6시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고 바로 부엌으로 가서 커피 포트에 물을 끓인다.
요즘은 재스민 그린티가 나의 원픽이다.
한참 동안은 우엉차, 한동안은 녹차, 한동안은 생강차였다가 얼마 전부터 재스민 그린티가 당긴다.
향긋한 재스민 그린티를 커다란 머그컵에 우려내며 내 작업실로 와서 책상에 앉는다.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성경 1장 읽기와 카톡으로 간단히 중요 구절을 요약해 보내고 짧게 기도를 하는 것이다.
두 번째로 하는 일은, 그녀들이 쓴 "지금 여기 감사일기"를 한 장씩 영어로 번역하고 영어로 감사일기를 써서 블로그에 올리는 일이다. 1차 번역은 파파고의 힘을 빌린다. 요즘은 번역기 성능이 아주 좋아서 80%는 정도는 성공적으로 번역이 된다. 그럼에도 반드시 몇 번씩 읽고 그 의미가 제대로 전달되는지 보고 수정을 해 주어야 만족스러운 번역이 완성된다. 하루에 적어도 3가지의 감사 거리를 찾아 영어로 쓰는 연습을 하는데, 그것은 정말이지 쉬운 일이 아니다. 내 영어 실력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그럼에도 하루하루 조금씩 나아지리라는 바람으로 이어가고 있다.
케냐 나이로비의 1월 아침.
하늘은 정말 말도 안 되게 푸르다.
어쩌면 날이 매일매일 이렇게 좋을 수가 있지?
아침 햇살은 따뜻하고 공기는 적당히 건조하며 숲에서 불어오는 유칼립 투스 향기를 실은 바람은 상쾌하다.
토독, 톡 톡 톡.. 창가 옆 베란다에 놓아둔 새 밥을 찾아 매일 아침 엄지 손가락 만한 작은 새들이 우리 집을 찾아온다. 플라스틱 통에 담긴 먹이를 먹는 토도독 거리는 소리와 새들의 지저귐이 좋아 나는 매일 빼놓지 않고 새 밥을 채워 넣는다.
1년 반 남짓, 나는 내 인생 최악의 시간을 보냈다.
두려움, 공포, 화, 원망, 미움, 분노로 폭발했던 시간이었다.
울고 소리 지르고 욕하고 도망가고 자책하고 또 자책하며 나를 산산조각 내버렸던 시간이었다.
그랬던 내가 오늘 아침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이런 행복한, 아무 일 없는 아침을 아무렇지 않게 맞이하고 있는 것이 왠지 현실 같지가 않다.
그저 며칠 전에 무서운 공포 영화를 한편 보고 나와 기억이 가물 가물한 그런 느낌이다.
인생은 꿈과 같은 거라더니, 내가 지나왔던 그 고통의 시간들이 그냥 정말 한바탕의 악몽 같은 꿈이었을 뿐인가?? 시간이 흘러 나는 악몽에서 깨어났고, 다시 평화롭고 행복한 꿈을 꾸고 있는 건가? 이 행복한 꿈 또한 언제든 갑작스레 악몽으로 변할 수 있는 건가?
갑자기 혼란스러워졌다.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거짓인가?
한 가지 분명한 건 고통의 순간이 시간을 따라 흘러가버렸듯이, 지금의 이 행복한 순간도 시간을 따라 흘러가 사라져 버릴 거라는 것이다. 수많은 사건에 따라 앞으로도 내 마음은 끝도 없이 오르내릴 것이라는 것이다.
삶이 참 별거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내가 나이가 들어가는 건가?
아무래도 지금 이 순간 나는 참 평화롭고 행복하다.
그것에 감사하며 영화 같은 오늘 하루를 시작한다.
오늘의 영화는 그린티향기 폴폴 나는 사랑스러운 장르이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