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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다 Sep 16. 2023

해야 하는 것들이 몰려올 때

꿈을 향한 책임감

해야 하는 것들이 몰려올 때. 눈을 똑바로 뜨고 앞을 본다. 그 어느 것도 흐린 눈으로 보지 않도록. 무언가를 미룰 때는 그만한 이득을 보면서 값을 치룬다. 안도감. 마음의 안도감을 내 시간과 맞바꾼다. 결국 다시 책상에 앉으면 조금만 더 일찍 시작할 걸 하고 후회할 걸 알면서도. 


많은 것들 앞에서 얼어붙는다. 우린 다 그렇게 프로그램되어 있을 지도 모른다. 그러니 내가 여기서 잠시 정지하는 것도 이상하지 않다. 잘못된 방향으로 뛰어가는 것보다 걸어가는 게 나을 수 있으니까. 


이렇게 거창하게 말을 시작했지만 이제 2학년 1학기 3주차다. 소설을 쓴 지는 2022년 11월 21일로부터 약 9개월 지났다. 물 밑에서 조용히 시작한 소설 집필이 새어나가고 말았다. 물론 범인은 나다. 그 시간들 속에서 느낀 점을 나불나불 여기저기 글로 인터넷에다가 올렸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게 정말 누군가에게 닿을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그것도 내 앞에 그 사람이 나타날 것이라고는. 상상도 해본 적이 없다. 소설이 잘 되면 내 앞에서 내 책 이야기를 하고 나는 조용히 그 상황을 관전해야지. 이런 상상은 솔직히 해본 적 있다고 고백하겠지만. 맹세코 에세이를 들킬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그런데 어제 만났다. 그리고 필력 좋다고 칭찬받았다. 사실 필력 칭찬은 A군에게도 받은 바라서 놀랍지는 않았다. 항상 그렇듯이 조금 민망하고 믿지 못하는 기분일 뿐. 마음 저 깊은 곳에서 속으로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필력이 좋으면 왜 출판사에서 날 안 데려갈까.


9개월 동안 내 상태는 조금 회의적으로 변했다. 처음의 설렘을 잃어버렸었다.

그리고 갑작스럽겠지만.


회복했다.

책 아티스트웨이를 알라딘에서 사서 캐리어에 넣고 홍콩까지 가져왔고, 12주 과정이 오늘 끝났다. 가장 창조하고 싶은 것은 무엇이냐고 묻는 질문에 고민하다가 10살 때 쓴 문장이 떠올랐다. 


10살 때 내 꿈은 작가였고 구체적으로 조앤 롤링이 롤모델이었다.

심지어 그때는 해리포터도 안 읽었을 때인데. 왜 그녀였냐면, 정확히 워딩을 알려주겠다. 

누군가가 도망칠 수 있는 세계를 긴 이야기로 만들고 싶어서.


나에게 궁극적인 소설의 목적은 도망칠 수 있는 세계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니 뭘 써야 할지 알았다. 앞으로 3달 동안 뭘 해야 할지도.


해야 하는 것들이 몰려올 때 눈을 똑바로 뜨고 앞을 본다. 나의 꿈은 두 개다. 그리고 그것에 대한 사랑만큼 책임을 져야 한다. 일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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