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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다 Sep 08. 2023

홍콩의 지하철은 정말 작은 지구 같아

홍콩에서 심리학과 다니기 2-ep5


홍콩의 지하철은 사람이 정말 다양하다. 서울을 갔을 때도 엄마 왈, 뜨내기들이 많은 곳이라고 했는데.


이 곳이야말로 진정 글로벌 뜨내기들의 도시다.


내 가장 왼쪽 시야에는 건장한 남미 남성이 배드민턴 라켓을 넣은 배낭을 매고 유니클로 쇼핑백을 들고 있다. 내 바로 앞에는 기타를 맨 떡진 머리에, 아마도 중국 대륙 출신으로 추정되는 키 큰 보이시한 여성이 커다란 흰 캐리어를 안은 채로 바닥에 두고 있다.


기둥을 잡고 있던 백인 여성은 FUCK AMERICAN REALNESS라고 써진 검은 에코벡을 매고 있었다. 문을 돌렸더니 다짜고자 FUCK이 적혀져 있어서 웃음이 나왔다.  사실 피곤해서 그냥 메마른 웃음이지만.


지하철은 마지막 역으로 간다.


두 손을 꼭잡은 백발의 부부나, 등보다 큰 배낭을 맨 머리가 벗겨진 교감 선생님 같은 얼굴의 노란 스트라이프 셔츠의 남성.


옥팔찌를 끼고 단발 숏컷에 디즈니 버니 캐릭터 옷을 입은 여성.


그리고 내 바로 옆에는 하얀 숄터넥에 에어팟을 끼고 주변을 둘러보는 여성이 있다.


태풍이 지나간 다음날. 사람들은 여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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