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에서 심리학과 다니기2-ep4
캠퍼스는 평화롭다. 방금 옆에서 대화를 마쳤다. 경쾌하게 끝난 Have a good time! 뒤로 말소리는 없다. 저 멀리 왁자지껄한 신입생들의 어떤 웅성거림은 들릴지라도 말 같은 말 소리는 없다.
한 마디로 조용하다.
시끄럽지만 조용하고 사람이 많지만 평화롭다.
1시 방향에 거북목이 심한 남자가 노트북에 팔을 괴고 열중하고 있다. 9시 방향에도 노트북을 무릎에 핀 여자 한 명. 참새들이 잔디밭에서 통통 튀어 놀고 있다.
참새들은 정말 겁이 없다. 백화점에도 들어오고, 가게에도 들어오고, 내 음식에도 발을 살짝 담글 정도로 낮게 날아다닌다. 그럴 때마다 “이 미친 참새!”라고 소리지르게 된다.
미친 참새.
귀엽고 하찮은 말이다.
미쳐봐야 참새가 얼마나 미치겠으며
참새라고 해봤자 얼마나 많이 순하겠는가.
참새도 미칠 수 있고 얼마든지 자기 마음대로 나다닐 수 있다는 게 참 짜릿하다. 특히 명품 매장이 즐비한 백화점에서 야생의 참새를 봤을 때는 더욱 그렇다.
홀로 작은 털뭉치가 포르르 날아오르는 걸 보면 참 저렇게 살고 싶다고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