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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다 Dec 29. 2023

유령, 독립투사와 여성듀오

붙잡고 너무 재밌다고 말하고 싶을 정도.

유령.


재밌었다. 많이 재밌었다. 외계인 1부 보다 훨씬 재밌었다. 왜 재밌었냐하면 일단 안강옥씨가 안 죽어서 좋았고. 어쩌다보니 서사가 갈수록 여성 투탑 서사로 가서 신기했다. 당연히 한 명일 줄 알았던 독립투사, 유령이 두 명이라는 것이 하나뿐인 서사의 트위스트인데 그것으로 이 정도까지 재밌을 수 있다니. 하나가 둘이 된 것만으로 수많은 독립 주제의 영화들과 차별화된다. 


그 외에 재미가 없었던 것을 꼽자면 딱히 없었다. 아쉬운 거라면 설경구 배우가 우리 편이 아니라는 것 정도. 설경구 배우와 두 여성 배우가 완전히 적대하는 구조인데, 시끄러웠던 것에 비해 설경구 배우의 실질적인 행보가 없었던 것 같다. 소리치고, 뭐라도 할 것처럼 떡밥을 뿌렸지만 결국 두 여성 배우의 손에 처단당하는 일본군 장교. 이 과정에 좀 더 확실한 설경구 배우를 위한 연출이 있으면 좋았겠다. 그것이 아쉽다. 


만화 같다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 특히 일본군들이 말이 너무 많았다. 왜 안 쏘고 말을 하는 거지? 


주인공인 진짜 유령역은 두번째 유령에 비해 ‘정의로움’에 치중이 된 것 같아서 답답했다. 빨리 쏴야 한다고! 지금 유리코짱은 죽게 생겼는데! 이렇게 외친 게 한 두번이 아니다. 전형적인 소년만화의 남자 주인공을 보는 것 같았다. 


생각해보니 주인공들이 여자로 변한 것 이외에는 딱히 특출난 시나리오의 특이점이 없다. 그러나 연출이 깔끔했다. 만들어진 호텔이라는 장소 안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한 컷 한 컷 잘 만들어진 미스테리 영화처럼 스크린 가득 힌트를 담으려는 의도가 보였다. 영화 아가씨가 떠오르는 스크린이었다. 


언급을 안할 수가 없는 것은 액션이다. 유리코라는 이름으로 숨은 안강옥. 두번째 유령은 사실은 비비의 카메오 연기로 먼저 알게 되었다. 유려한 일어 솜씨와 연기로 유튜브 숏폼에서 많이 봤다. 그러나 진짜 매력있는 캐릭터는 안강옥. 유리코였다. 안강옥은 말보다는 액션이 먼저 보이는 인물이라 더 멋있다. 그러니 주인공인 유령, 박차경보다 유리코 걱정이 먼저 되는 건 당연지사. 멋있는 여자를 안 좋아할 수 없다. 


독립투사라는 소재를 썼지만 사실은 미스테리 플롯으로 용의자들, 밀실 호텔. 점점 밝혀지는 유령의 정체와 두 유령의 액션. 그것이 전부다. 감정적으로 호소하는 점이 거의 없다는 게 또 반전으로 깔끔하다. 


처음으로 내게 독립투사 여성 듀오의 매력에 대해 생각하게 한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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