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차- 틈새의 순간에서 일상을 그리다
내 시리즈의 주제는 무엇인가
글이 모이면 어떤 책이 될까
브런치 북 콘셉트 구상을 해야 한다. 내 시리즈의 주제는 무엇으로 해야 할까. 나는 일상에서 글감을 건져 올리는 작가로 일상의 평범한 순간을 특별하게 포착하는 관점이 필요하다. 내 삶의 시간, 공간, 감정, 사건, 사물들이 모두 글감이 된다. 이것을 좀 더 구체화해서 시리즈로 묶는 것도 책을 만드는 한 방법이다. 공간별 구성, 시간대별 구성, 감정별 구성, 사물 중심 구성 모두 다 글쓰기 콘셉트가 된다. 이런 것을 통합했을 때 책의 제목을 '틈새의 순간에서 일상을 그리다'로 정했다. 그리다는 동사가 들어감으로 해서 나의 능동적인 태도가 드러난다. 틈새는 일상 속이라는 의미가 있다.
우리는 하루를 살면서 수많은 순간들을 지나친다. 냉장고 소음, 신호등 앞의 30초, 흙에 스며드는 물소리, 낯선 사람들과 나누는 말 한마디, 이 모든 것들은 너무 평범하고 익숙해서 우리 기억 속에 제대로 머물지 못한 채 흘러가버린다. 하지만 누군가 그 순간에 잠시 멈춰 선다면 그것을 들여야 본다면 어떨까. 평범한 일상의 틈새에서 우리는 예상치 못한 감정과 마주하고 잊고 있었던 기억을 떠올리며 때로는 삶의 의미를 발견하기도 한다.
나의 시리즈는 그런 틈새의 순간들을 찾아 기록하는 일이다. 나는 관찰자가 되어 일상의 공간을 거닐며, 그곳에 놓인 작은 사물들과 스쳐 지나가는 사건들, 그리고 그 안에서 피어나는 감정들을 하나씩 그려낸다. 마치 지도를 그리듯이 매일 밟고 있는 땅 위의 것들을 담아내고자 한다.
나의 시리즈는 여섯 개의 공간으로 나누고자 한다. 제1부는' 집의 풍경'이다. 가장 사적인 공간이기도 하지만 마주하는 일이 많다. 냉장고 소음이 유독 크게 들리는 날이 있다. 서랍 속에서 우연히 발견한 오래된 사진도 있다. 집은 나에게 가장 익숙한 공간이지만 동시에 가장 많은 감정이 녹아있는 곳이기도 하다. 제2부는 '거리의 풍경'이다. 집 밖으로 나가면 신호등 앞에서 멈춰 선 30초, 우연히 마주친 낯선 이의 시선, 길 위에 떨어진 낙엽, 거리는 수많은 사람들이 지나가지만 각자의 삶을 안고 걷는 곳이다. 그 속에서 나는 때로 연대감을 느낀다. 제3부는 '작은 가게들'이다. 일상 속 쉼터를 말한다. 가끔 작은 양품점에 들리고 미용실에도 들린다. 때로는 카페에 가기도 한다. 카페에서 흐르는 낯선 음악, 빵집의 오후 세시, 이곳들은 단순히 물건을 사고파는 장소가 아니라 잠시 머물며 숨을 고르는 곳이다. 내가 자주 가는 집 앞의 양잠점에는 갈 때마다 만나는 예쁜 언니가 있다. 제4부는' 우리 집 농장' 이야기다. 봄에는 땅을 갈고 씨앗을 뿌린다. 여름에는 잡초를 뽑고 꽃이 피기를 기다린다. 우리 농장 카페에 앉아 책을 읽기도 한다. 농장은 나에게 영감과 성찰의 공간이다. 제5부는 '시 낭송 교실'이다. 이곳에서는 사람들과의 만남이 이루어진다. 망설임과 떨림, 박수소리가 있는 곳이다. 일주일에 한 번씩 만나는 얼굴이 반가워 각자의 삶을 나누는 자리이기도 하다. 제6부에 여행이야기도 있다.
각 시리즈마다 7편씩 쓰게 되면 모두 42편의 글이 된다. 한 편의 이야기는 하나의 사물이나 사건을 중심에 두고, 그 속에서 피어나는 감정을 섬세하게 그려낼 것이다.
제1부에서는 집의 풍경을 바라본다. 냉장고의 소음, 창문 너머 햇살, 서랍 속 오래된 사진, 오래 입은 옷, 현관문이 잠기는 소리, 싱크대의 물결, 베란다의 먼지까지. 이 모든 장면은 안도와 그리움, 설렘과 안정, 때로는 권태와 성찰의 순간이 되어 마음속에 내려앉는다.
시리즈가 넘어갈 때마다 시간과 공간이 달라지고, 그 변화가 글의 톤에도 자연스레 번져갈 것이다.
일상에서 영감을 얻는 작가의 길은 결국 평범한 순간을 깊이 바라보는 힘에서 비롯된다. 작은 일상이 글의 씨앗이 되고, 씨앗이 자라 주제가 된다. 독자도 이 글들을 따라가며 자신만의 틈새 순간을 떠올리고, 그 속에서 새로운 의미를 발견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이 시리즈 구상을 통해 작은 일상들이 모여 한 권의 삶의 지도가 될 수 있음을 다시 느꼈다. 오늘의 주제인 ‘브런치 북 콘셉트 구상’은 그렇게 새로운 책 쓰기 방향을 여는 첫 장이 되었다. 마치 선생님에게 첫 목차를 건네받는 듯한 설렘이 오늘 내 마음속에 조용히 자리 잡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