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하루의 시작

20일 차- 글쓰기로 하루를 여는 아침

by 이정숙

나는 언제 가장 잘 써지느냐

글을 쓰기 위해 꼭 지키고 싶은 작 은 습관은 무엇인가.


아침 일찍 눈을 떴다. 눈을 뜨자마자 브런치 작가 21일 챌린지 카톡 방을 들여다본다. 오늘의 주제는 무엇일까. 어젯밤 늦게 챌린지 글들이 올라와 있다. 오늘의 주제는 '글 쓰는 나의 하루 루틴'이다. 나는 언제 가장 잘 써지는가. 아무래도 이른 아침이다. 오늘도 눈을 뜨고 천천히 몸을 움직여본다. 침대에 누운 자세에서 몸을 흔들어 깨운다. 다리를 옆으로 위로 이리저리 움직인다. 머릿속은 오늘의 주제가 온통 차 있다. 어떻게 쓸까. 첫 문장을 무어라 할까. 생각과 몸은 따로 움직인다. 침대에서 내려와 국민보건체조 음악을 찾는다. 국민보건체조는 학교에서 매일 하던 운동이라 까먹지 않는다. 국민보건체조 음악에 맞춰 2절까지 따라 한다. 몸이 개운하다. 국민보건체조는 온몸 운동이다. 따로 운동을 하지 않아도 몸을 깨운다. 이제는 따뜻한 물을 마실 차례다. 포트에 물을 끓여 찬물을 섞어 한잔 마신다. 목이 편안하고 몸이 유연해졌다. 물 한 잔 들고 컴퓨터 부팅을 한다.


지난여름에는 밖으로 나가 집 뒤 운동장에 맨발 걷기를 했다. 아침 공기를 마시며 맨발 걷기를 하면 기분도 몸도 상큼해진다. 걸으면서 글감을 생각하고 돌아와서 글을 쓰는 습관이 있었다. 가을에는 구절초 밭에 산책을 하면서 생각하고 메모하여 집에 돌아와서 글을 쓰기도 했다.


겨울이 되니 춥다. 밖에 나가는 것이 움츠려진다. 요즘은 브런치 작가 21일 챌린지가 내 생활의 중심에 와있다. 아침부터 브런치 작가 글쓰기에 골몰한다. 코치님은 쉽게 글을 쓰라고 했지만 술술 잘 쓰지는 않는다. 하지만 무조건 쓴다.


아침에 거실에서 왔다 갔다 하면서 눈에 먼저 들어오는 것이 있다. TV 앞에 줄지어 세워 놓은 가을이다. 퇴로 밭에서 따온 대봉감 아홉 개가 옆으로 나란히 서있다. 거름도 많이 주지 않았다는데 착한 대봉감이 스물두 개나 열렸다. 말보로 아저씨 집에 열 개를 주고 우리 집에 열두 개를 가져왔다. 노을빛을 머금은 듯 주홍색의 대봉감은 보기만 해도 마음이 풍성해진다. 햇살이 닿을 때마다 대봉감은 조금씩 다른 표정을 짓는다. 나는 이 아이들의 이름을 노을빛이라 이름 지었다. 말로는 다 하지 못하는 가을이 만들어 낸 빛이다.


어제 시 낭송 수업 시간에 송수권의 시 '노을 치마'가 연상된다. 다산의 부인 홍 씨가 자신의 혼례 때 입던 치마를 유배지에 있는 남편 다산 선생에게 보낸 것이다. 다산은 이 치마의 솔기를 뜯어 서책을 만들었다. 치마에 삶의 지침을 적어 만든 책을 두 아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남은 천으로 매조를 그려 시집가는 딸에게 주었다. 얼마나 따뜻한 가족 간의 사랑인가. 그 노을빛이 우리 집 대봉감의 색깔이었을까. 어제 받은 그 영감이 오늘의 대봉감과 비슷한 빛깔로 연상된다. '노을빛'은 잦아드는 시간이다. 자연스럽게 속도를 늦추고 하루의 끝자락을 정리하는 시간이다. 노을빛은 따뜻하지만 살짝 쓸쓸한 색이다. 그래서 누군가 생각나고 지나간 시간이나 추억이 고개를 들기도 한다. ' 아 이렇게 또 일 년이 지나가는구나' 대봉감을 보면서 올 한 해도 잘 여물었다는 안도의 마음을 갖는다.


나는 이른 아침에 글쓰기 하는 것을 나의 루틴으로 정했다. 아침에 글을 쓰면 좋은 점이 있다. 첫째, 자고 난 직후에는 아직 세상의 소음으로 가득 차 있지 않다. 어제의 감정도 희미해졌고 새로운 하루가 비어있는 종이처럼 펼쳐진다. 내 마음이 가장 맑은 시간이다. 둘째, 아침 글쓰기는 마음속 어지러운 생각을 꺼내어 바깥으로 정리하는 과정이다. 생각이 정돈되고 하루가 가벼워진다. 셋째, 집중력이 가장 좋은 시간이다. 전문가들은 아침이 하루 중 집중의 골든타임이라고 말한다. 방해도 적고 체력도 충분하니 짧은 시간에도 밀도 높은 글이 나온다. 넷째, 꾸준함을 만들기 쉽다. 오후에는 일정이 있어 일관된 글쓰기가 어렵다. 그래서 하루의 '첫 성공 경험'을 글쓰기로 정하는 것이다.


나의 하루 루틴은 글쓰기로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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