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글 1-냉장고 털기

떡볶이

by 이정숙

냉장고 털기 떡볶이

어제저녁에 뭘 할까 고민하다가 냉장고 문을 열었다. 며칠 전에 사두었던 떡볶이 가래떡이 있었다. 어묵도 있고 야채도 몇 가지 찾았다. 오랜만에 떡 떡볶이를 만들어볼까. 먼저 멸치와 듬성듬성 크게 썬 무를 넣고 육수를 만들었다. 육수 물에 고추장을 넣어야 하는데 퇴로에서 만든 맛있는 고추장 통이 보이지 않았다. 할 수 없이 옛날에 만든 고추장을 꺼냈다. 고추장을 살짝 풀고 야채를 넣어서 육수물을 더 진하게 만들었다. 육수 물이 팔팔 끓자 가래떡과 야채를 넣고 어묵도 썰어 넣었다. 그러다 잠깐 생각했다. 김치냉장고에 두었던 쇠고기를 꺼내서 넣어볼까. 좀 오래된 고기가 아까워서 따로 참기름과 마늘에 달달 볶았다. 냄새가 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고 떡볶이 속에 넣었다. 국물이 줄어들고 떡볶이가 걸쭉해졌다.


"아들아 한번 먹어봐라" 아들에게 맛 좀 봐라고 했다. 음식 냄새가 나니까 얼른 나왔다.


떡볶이 한 점 먹어보더니 아무 말이 없었다. " 왜, 맛없어?" 그래도 아무 말이 없었다.


" 엄마는 이런 거 만들 때 다른 사람 레시피도 안 봐요" 헉, 이게 무슨 말이람. " 엄마는 레시피가 머릿속에 다 있다" 떡볶이가 짜다. 할 수 없이 맹물을 끓여서 붓고 파도 더 넣었다. 이번에는 좀 나은데 " 엄마, 고기 냄새가 왜 나요"


오늘 떡볶이는 아들 입맛에는 맞지 않은가 보다. 남은 쇠고기를 넣은 것이 문제다. 고기 냄새가 난다는 것이다. 그런데 내 입에는 맛이 있었다. 아니 맛있다고 억지로 느끼는 것이다. 아들은 방에 들어가 버렸다.


내가 맛있다고 생각한 것은 바로 일에 대한 '집중' 때문이란 것을 알았다. 오늘 아침에 '보도 섀퍼의 이기는 습관' 낭독 시간에 내 차례에 읽은 내용이다. 스트레스를 받지 않으려면 자기가 하는 일에 '집중'하라이다. 모든 에너지를 자신에게 주어진 순간에 남김없이 쏟는 습관을 들이면 스트레스의 부정적 측면을 효과적으로 통제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내가 음식을 만들 때 집중을 하는 편이다. 집중하면 음식 만드는 일에 최선을 다한다. 그 일에 정성과 에너지를 쏟은 만큼 맛도 있게 된다. 내 정성이 들어간 음식은 내 입에 맛있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나중에 남편이 들어왔다. "떡볶이 해 놨는데 드실래요" 남편에게 떡볶이 한 접시를 내놨다. 맛있게 한 접시 다 먹어치운다.

"맛있는데 고기가 안 들어갔으면 더 좋았겠다. 남편이 한마디 했다.


그래도 남편은 끝까지 한 접시를 다 비운다. 어제저녁 냉장고 털어 만든 떡볶이는 실패도 성공도 아니다. 하지만 식구들 간에 각자가 느끼는 맛은 다르다. 나는 내가 한 일에 대한 보상으로 맛있다고 생각했다. 아들은 자기 입맛대로 남편은 나에게 대한 배려였다.


냉장고 털기 떡볶이 에피소드에서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음식은 재료가 중요하구나였다. 좋은 재료에 정성과 에너지를 쏟아부으면 더 맛이 있을 것이다. 억지로 맛있지라고 애교만 부려서 될 일은 아니다. 어제저녁 떡볶이가 오늘 아침 미소 짓게 하는 사건으로 남는다.





#떡볶이 #음식재료 #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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