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생각 9

상처에 장식하나

by 이정숙

2026년 새해에 덕담하는 하례 모임이 있었다. 새해를 맞이하는 의미 있는 날에 시 낭송 부탁을 받았다. 갑작스러운 부탁이었지만 평소 외우고 있는 시 중에서 김소엽의 겨울나무를 골랐다. 겨울 빨간색 조끼에 하얀색 니트, 검은색 치마를 맞춰 입었다. 작은 모임의 실내 분위기에 어느 정도 예의를 차리는 모습이 되었다. 행사 당일 미용실에 머리 손질을 하러 갔다. 머리 손질을 마치고 아는 사람의 핸드폰 조작을 도와주고 있는데 어디에서 타는 냄새가 났다. 뒤돌아보니 내 치마가 타고 있었다.


"어머나, 어째 이 옷 입고 오늘 낭송해야 하는데' 기가 막혔다. 내 뒤에 난로가 있다는 사실을 까맣게 몰랐다. 갑자기 어수선해지면서 사람들이 걱정을 해주었다. 치마가 손바닥 반만큼 타 버렸다. 탄 부분이 쪼글쪼글해지고 색깔도 희끄무레하게 변했다. 갑작스러운 일이라 옷을 갈아입으러 갈 시간이 없었다. 검정 매직 펜으로 탄 부분에 색칠했다. 그래도 탄 부분은 그대로 남아있었다. 새해부터 치마에 불이 붙다니 어처구니가 없었다. 주변에 뭐가 있는지 잘 살피지 않은 내 잘못이다.


할 수 없이 타서 구멍이 난 치마를 입고 행사장에 갔다. 치마를 살짝 옆으로 돌려서 앞에서는 보이지 않게 했다. 사람들이 내 치마에 구멍이 난 것을 아무도 모르고 박수만 크게 쳤다. 집에 와서 동네 수선집에 갔다. 주인이 치마를 보더니 "이렇게 탄 옷은 못 고칩니다."라고 했다. 할 수 없이 전통시장 내 수선집에 갔다. 두 집을 가도 못 고친다는 것이다. 마지막 세 번째 집에 갔다. 세 번째 집 수선 사장님은 못 고친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검정색도 한 솥에서 나온 것이 아니면 색깔이 다 다릅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검정색 천을 이리저리 찾았다. 수선집 사장은 탄 부분을 잘라내고 다른 검정색 천으로 두루룩 박음질했다. 원래의 천과는 전혀 느낌이었다. 그런데 주인이 무언가를 찾고 있었다. 마크였다. 여러 가지 마크를 모아둔 것을 꺼냈다. 내 치마에 어울릴만한 마크는 없었지만, 빨강, 검정 두 개의 하트모양을 달아달라고 했다. 주인은 마크 두 개를 예쁘게 천에 박아주었다. 아들이 보더니 “더 멋지네”라고 위로해 주었다.


다음날 그 치마를 입고 미용실에 다시 갔다. “어머나, 감쪽같네. 더 멋져요. 언니.” 흠을 가렸더니 이야기가 생기고 사고의 흔적이 디자인되었다. 불에 탄 그때의 마음은 화나고 부끄러웠다. 시간이 지나고 보니 상처 위에 장식 하나가 생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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