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차 - 구절초 꽃밭과 나의 삶
매일 가도 좋은 곳을 말하라면 구절초 꽃밭이다. 구절초 꽃밭은 내 삶의 언저리에서 가장 많이 찾는 곳이다.
구절초 꽃밭은 송림을 가는 길목에 있기 때문에 운동하러 나가게 되면 반드시 이곳을 지나야 하는 장소이다. 이곳은 사람이 많지 않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조용하다. 오솔길이고 그냥 명상의 장소처럼 여겨진다. 구절초꽃밭의 중간에 우리 구절초 축제팀에서 만들어놓은 벤치와 로그판이 만들어져 있다. 구절초 밭을 거닐다가 이곳에서 쉼을 맞는다. 이곳을 좋아하는 후배 한 명이 있다. " 구절초 밭이 너무 좋아요" 이 후배는 서울에서 생활하는데 밀양만 내려오면 이곳에 온다. 이번 가을에도 구절초 축제 전후에 밀양에 왔다. 아침에 구절초 밭에 들리려 갔다가 내가 생각이 났다고 한다. 나도 후배에게 마침 전화가 하고 싶었는데 통했다. 구절초 꽃이 너무 예쁘서 가고 있다고 한다.
지난가을에도 그녀가 왔다. 둘이서 커피 한 잔씩 들고 구절초 밭으로 갔다. 밀양에서 가장 좋은 곳이 구절초 밭이라고 한다. 꽃도 예쁘지만 분위기가 좋다는 것이다. 우리가 만든 벤치 조형물 앞에서 이야기꽃을 피운다. 어린 시절 이야기. 서울 생활 이야기. 밀양의 문화 이야기. 친구 이야기 등 신나게 이야기한다. 특히 밀양의 문화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누었다. 밀양의 자연환경이 수려하기 때문에 가는 곳마다 힐링이 된다. 그런데 나는 여기 구절초 밭이 가장 좋아요.라는 것이다. 왜냐면 집에서 가깝고 꽃 향과 수수한 구절초 밭이 주는 평안을 즐기는 것이라 한다. 구절초 꽃이 필 때쯤이면 그 후배가 생각난다.
나는 구절초 밭의 사계절을 좋아한다. 구절초 밭의 봄은 아직 꽃은 없지만 움직임이 시작되는 자리이다. 새 잎이 작고 연하게 올라온다. 초록이 연하고 연약해 보이지만 안쪽에 엄청난 기운이 차오르는 시기이다. 기지개를 켜는 듯 땅을 비집고 올라오는 생명의 힘이 있다. 봄의 구절초 밭은 조용하지만 생동감으로 가득 차는 봄이 좋다.
구절초 밭의 여름은 한창 키를 키우고 줄기를 굵게 하는 계절이다. 햇살을 흡수해서 자신의 몸을 여물게 만드는 시간이다. 풍성한 초록이 밭을 가득 채운다. 밖으로는 꽃이 보이지는 않지만 속에서는 꽃을 피울 준비를 차곡차 차곡하고 있다. 여름은 구절초가 몸을 건강하게 만드는 시기이다.
가을의 구절초 밭은 마침내 하얀 꽃이 흐드러지게 핀다. 바람에 흔들리면서도 맑고 단정하게 서 있는 모습이 아름답다. 가을의 구절초 밭은 봄과 여름의 시간을 모두 품고 있는 결실이다. 축제가 열리고 사람들이 모이고 구절초의 빛과 향기가 바람과 함께 퍼지는 가장 빛나는 순간이다.
지난 시월에 이곳에서 구절초 축제가 열렸다. 문화기획 솔향이 주관한 축제였다. 이 축제는 내가 직접 기획한 축제이다. 봄부터 가을까지 구절초 밭을 지켜보면서 무엇을 이 축제에 도입하면 좋을까 생각한다. 의미 있는 눈으로 구절초 밭을 거닐다 보면 더 애정이 간다. 꽃이 이만큼 피었을 때가 가장 좋구나라는 생각도 하게 된다. 이 장소에는 몇 사람 정도가 올 수 있을까라는 고민도 있다. 축제일이 다가올 때쯤 되면 걱정도 많다. 어떤 프로그램을 적용해야 즐거운 하루를 만들어줄까 생각한다. 다행히 제7회 구절초 축제는 성대하게 마쳤다. 구절초 축제를 일곱 번째 진행하면서 역사가 만들어지고 있다. 이번 구절초 축제는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왔다. 시민과 관광객이 모여서 떡이 모라랐다. 밀양에 용두목 새로운 잔도가 만들어지면서 관광객이 많이 온다고 한다. 영남루를 거쳐서 이곳 구절초 밭을 지나서 잔도로 가기도 한다. 구절초 꽃이 만발한 이곳에 사람들이 거닐고 있는 모습 자체가 꽃이었다.
내가 구절초 축제를 진행하면서 마이크로 " 여러분 즐거우세요. 즐거우시면 손 한번 들어봐 주세요."라고 소리를 외쳤는데 구절초 밭에서 거닐던 사람들이 손을 흔들어 반응해 주었다. 그때 생각했다. 이 장소에 있는 많은 사람들 모두 축제를 즐기고 있구나라고.
구절초 밭은 내가 가장 좋아하고 자주 가는 장소이다. 일 년 사계절을 봐도 질리지 않는 장소이다. 아침 일찍 조용히 명상을 하면서 글감도 생각한다. 하루의 시작을 함께하면서 생각할 거리도 정리하는 장소이기도 하다. 때로는 외워야 할 시가 있을 때 구절초 밭을 이용한다. 사람이 많이 다니지 않기 때문에 혼자 소리를 내어도 좋다. 지금은 구절초 꽃이 퇴색되어 풀로 있지만 아직도 쓸쓸하지는 않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장소 구절초 밭에서 오늘도 하루를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