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타령

5일 차- 오늘 나에게 글쓰기 영감을 준 아들

by 이정숙

"엄마, 밥 먹으라는 소리 이제부터 한 번만 하세요." 내가 하루에 몇 번을 밥 먹자는 소리를 했는지 생각이 나지 않는다. "몇 번이나 말했는데" "다섯 번 이상이요." 그랬나. 요즘은 작은 아들이 집에 있으니까 때마다 신경이 쓰인다. 나는 먹지 않아도 아들은 때맞춰 먹여야 한다는 생각이 꽉 차 있다. 아들이 지금은 자기 일을 하려고 준비를 하는 단계이지만 하루에 몇 번을 집을 들락거린다. 아들을 볼 때마다 뭐 먹을래. 점심에 고기 구워줄까. 갈치 구워주까. 아들 얼굴만 보이면 먹는 타령을 한다. 나도 모르게 그런 말이 나온다. 상을 차려주고도 아들 밥숟가락이 입에 들어가는지 그것만 쳐다본다. 밥상머리에서 이거 먹어봐라. 저거 먹어봐라. 맛있나. 이런 말을 늘 한다. 나도 모르는 습관이다. 어제저녁에 아들이 집에 들어와서 하는 말이 뇌리에 꽂혔다. "엄마, 내가 엄마한테 글감 하나 주께." "뭐" 기대에 차서 아들 얼굴을 바라보았다.


돌아가신 친정엄마가 내게 했던 말을 나도 모르게 아들한테 한 적이 있다. 오랜만에 친정에 가면 엄마가 밥을 차려주면서 밥상머리에서 나만 쳐다보고 있다. 밥숟가락 올라가는 것만 쳐다본다. 이거 먹어봐라. 저거 먹어봐라라고 하면서. 옛날 기억을 떠올리며 친정엄마가 나에게 했던 말을 아들한테 해 준 것이다. 그 밥 타령을 내가 아들한테 하고 있다는 것이다.


" 엄마, 외할머니가 엄마한테 밥 타령하는 것처럼 엄마도 나한테 매일 밥 타령하잖아요. 그걸 글로 쓰세요."

그렇구나, 나도 모르게 엄마로부터 받은 그 사랑을 아들한테도 하고 있구나. 그래, 이제부터는 한 끼에 한 번씩만 밥 먹으라는 말을 해야지.

그런데 그게 잘 되지는 않을 것 같다. 아침에 눈 뜨고 자고 나면 뭐 먹을래라는 소리는 자동이다. 며칠 전부터 아침에 일어나면 내 잔소리가 듣기 싫은지 단백질 가루를 우유에 타 먹는다. 그거라도 먹으니 내 마음이 좀 편하다. 저녁 늦게 밖에서 들어오면 나는 주로 컴퓨터 앞에 앉아있다. 그때 자동으로 벌떡 일어난다. " 민아 저녁에 뭐 먹었니, " " 뭐라도 먹었겠죠." 대답이 귀찮다는 듯하다. 나이 든 아들 눈치 보게 생겼다. 표정 봐가면서 물어봐야 하나.

그러고 보니 손주한테서 전화가 와도 밥 먹었나 그 소리부터 한 것 같다. 밥은 알아서 먹었을 텐데 내가 또 물어보는 것이다. 친구하고 통화를 할 때도 예사로 점심 먹었나 소리를 한다. 밥에 대한 안부는 사랑의 표시일까, 정일 것이다.


아들을 볼 때마다 나는 묻는다.

"밥 차려줄까?"

"뭐 먹을래?"

"이거 먹어봐라."

"저것도 괜찮다."


어쩌면 아들은 이 말을 귀찮게 여길 것이다. 자기 일에 집중하고 싶을 때마다 나는 밥 이야기를 꺼내니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내 마음은 그렇지 않다. 나는 이 말속에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사랑을 넣어둔다. 누군가에게 밥이 그냥 밥이지만 어떤 사람에게는 밥이 마음이고 안부이고, 걱정이고, 손길이다. 내가 아들 사업을 도와줄 수는 없지만 먹는 것만큼은 따뜻하길 바라는 마음이다.

아무리 아들이 밥 타령하지 말아라라고 해도 나는 따뜻한 군고구마라도 구워서 식탁 위에 올려놓아본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밥을 묻는다. "성민아 밥 먹자."

오늘의 이 밥 타령은 아들 덕분에 얻은 글감이다. 아들이 나에게 준 글쓰기 영감이다. 이제부터는 강도가 낮은 밥 타령을 생각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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