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실패11 / 보라
가끔 나는 내 존재 자체가 실패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이럴 때 너 정도면 나쁘지 않다는 위로 같은 건 아무 소용이 없어진다. 해야겠다고 계획만 세워두고 누워있느라 아무것도 하지 않은 나를 밤 12시가 다 되어서야 졸린 눈으로 바라보고 있으면 그야말로 구제불능이라고 밖에는 표현이 안 된다.
내가 좋아서 시작한 일들도 미루고 미루느라 쌓여만 있고 그런데도 마감기한이 오지 않으면 손도 대지 않고 누워만 있다. 누워서 편하게 노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고 스트레스로 심장이 두근거리고 걱정은 걱정대로 하면서 하지는 않는 것이다.
누워서는 뭘 하느냐 보면, 각종 sns와 유튜브를 번갈아 드나들며 얕은 지식과 정보만 모조리 습득해서 어디 가서 이건 이렇다더라 저건 저렇다더라 하면서 같잖은 젠체만 하고 온다. 무엇하나 깊게 배우는 데에는 쥐콩만큼도 관심 없는데 술 마시는 건 또 좋아해서 조금만 슬퍼도 술을 사다 마시는 지경이 되었다.
내가 잘하는 거라고는 자조적인 농담뿐이라 불행하고 우울한 날들에도 온통 웃기고 끔찍한 농담들로 나를 채워나갔는데 그것도 십 년을 넘게 하고 앉아있으니 예전만큼 재미있지가 않다. 내가 남들보다 더디다고는 생각했는데 내 생각보다도 훨씬 더 더뎠던 것 같다. 이런 고민들을 이제야 진지하게 하고 있는 걸 보면 말이다.
이건 이제 막 들어온 월급을 카드값으로 다 날려서 하는 말이 아니다. 써서 보내기로 약속한 원고를 아직도 하나도 쓰지 않아서 하는 말도 아니고, 오랫동안 바라왔던 일을 기획하면서 하기로 한 사전조사를 손대지도 않아서 하는 말도 아니다. 매번 이렇게 사는 내가 지겨워서 하는 말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