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실패시즌2_7화 / 보라
이대호는 이대호를 낳고, 이천수가 이천수를 낳은 것처럼 길치는 길치를 낳는다.
우리 아빠는 길치다. 그리고 나도.
차가 처음 생겼을 때 어떤 네비게이션 어플을 사용할지 엄청 고민했었다. 그리고 카카오네비를 깔았다. 이유는 놀랍게도 그냥. 카카오톡, 카카오페이, 카카오택시 같은 카카오 관련 어플을 많이 쓰고 있어서 그냥 깔아본 거다. 그런데 말이다, 카카오네비가 제대로 알려주는지, 빠른 길로 알려주는지를 판단하는 것도 길에 대한 기본 지식이 있어야 가능한 일인데 그게 0에 수렴하는 나로서는 그냥 가라는 데로 갈 뿐인 거다. 그렇게 몇 달을 썼다. 지인 A가 내 차를 타기 전까지.
A 왈, 누가 카카오네비 쓰냐? 다 티맵 써.
어쩐지 요상한 길을 많이 가더라니. 원래 길이 그런 게 아니라 이 X같은 카카오네비가 X같은 길로 안내해줬던 것이구나, 하고 당장에 카카오네비를 삭제하고 티맵을 깔았다. 그렇게 또 몇 달을 썼다. 지인 B가 내 차를 타기 전까지.
B 왈, 네이버네비가 더 좋던데. 장소 업뎃이 빨라서 검색이 제일 잘 돼.
하긴, 네이버에는 새로 생긴 카페나 음식점도 바로 등록되니까. 티맵은 상호명을 쳐도 안 나오는 곳이 오조오억군데라고. 운전 중에 도로명 주소를 언제 쫌쫌따리 다 치고 앉았냐고, 하고 당장에 티맵을 지우고 네이버네비를 깔았다. 그렇게 또 몇 달을 썼다. 지인 C가 내 차를 타기 전까지.
C 왈, 네이버네비 쓰는 사람 처음 봐, 다 카카오 쓰지 않냐?
이 개자식들이 단체로 나를 놀리려고 작당을 했나. 나보고 어쩌라는 거야.
그리고 나는 티맵으로 정착했다. 이유는 티맵에만 남자음성안내가 있기 때문. 시리도 남자음성만 고집하는 나에게는 중요한 요소다. 네비어플 정착 성공!
끝.
+ 왜 안내음성은 대부분 여성의 목소리일까. 나는 이게 최근 이루다봇 이슈와 닿아 있다고 생각한다. 이게 아무렇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일상에 녹아있는 미디어의 힘을 지나치게 무시하고 있지는 않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