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진, 이진호의 괴릴라 데이트> 속 전라도 혐오

연재실패시즌2_17화 / 보라

by 금붕어

광주에서 나고 자란 나는 20살 때 상경하여 근 10년을 서울에 살았다. 서울에 살면서 처음 전라도혐오를 겪었다. 21세기에 지역혐오라니 웬말이냐,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러게나 말이다. 한번은 이런 일이 있었다. 송파에서 학원 강사로 일했을 때 함께 일하는 동료가 “전라도 사람은 뒤통수친다는 말이 있잖아요.”라고 했다. 읭? 싶었지만 본인 남자친구가 전라도 사람인데 출신을 이유로 부모님이 반대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덧붙였다. 그 때가 명절 전이라 나는 그 말을 가슴에 품고 케이티엑스를 타고 광주에 갔다. 그 밖에도 자잘한 전라도혐오를 겪으며 매체에 녹아있는 다양한 지역 혐오에 눈을 뜨게 되었다.

며칠 전에 유튜브 <이용진, 이진호의 괴릴라 데이트>를 보았다. 내가 본 편은 14번째 에피소드로 장수원이 게스트로 나온 편이었다. 이 편의 4분 6초쯤에 ‘광주 깡패’라는 말이 나온다. 겁을 주려고 광주 깡패를 불렀다는 식의 농담이었다. <이용진, 이진호의 괴릴라 데이트>가 원래 말도 안 되는 말들로 게스트를 어이없고 당황하게 만드는 프로그램이라는 것도 알고 있고, 그래서 ‘광주 깡패’가 대수롭지 않은 농담이라는 것도 안다. 그러나 ‘광주 깡패’가 게스트뿐만 아니라 이 편을 보는 사람들에게도 웃긴 포인트가 되기 위해서는 전라도혐오가 바탕이 될 수밖에 없다.

영화에서 멋지게 등장하는 경상도 깡패처럼 전라도 깡패도 멋지게 묘사해달라는 말은 아니고 조선족 깡패처럼 잔인하고 무섭게 만들어달라는 말도 아니다. 그 세 가지를 둘러싸고 있는 뉘앙스가 그 세 가지가 가진 혐오가 된다는 의미다.


이 프로그램에는 수많은 혐오가 웃기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되는데 그걸 지적하는 댓글은 하나도 없었다. 그저 사라져서 아쉽다는 피드백뿐이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이용진, 이진호의 괴릴라 데이트>는 개선의 여지도 없이 현재는 진행되지 않는 프로그램이 되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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