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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의한수 Jul 23. 2020

실수와 실패는 성공으로 가는 최고의 경험이다

어른들도 힘들어하는 실수와 실패에 대해서

우리나라의 아이들은 대부분 비슷하게 자란다.

어려서는 좋은 학교에 들어가기 위해서 공부를 한다. 좋은 학교에 들어가면 열심히 공부를 해서 좋은 대학을 가려고 한다. 좋은 대학교에 들어가면 좋은 직장에 가기 위해서 열심히 학점을 따고 유학을 간다. 그렇게 나의 스펙을 쌓아서 대기업에 입사 면접을 보러 가고 운 좋게 입사를 하면 나의 어린 시절을 보상받는 느낌을 받는다.

하지만 월급을 받으며 윗사람의 지시에 따라야 하고, 열심히 일 해서 회사만 좋아지지 나의 월급이 그대로인 모습을 보며 ‘내가 이러려고 그렇게 살았나’라는 생각을 갖는다.
내 주위에 있는 많은 직장인들이 늘 푸념을 달고 사는 것이 이해가 간다.

난 어려서부터 학교 대신 바둑과 함께 살았었다. 그러다 보니 바둑의 교육과 학교의 교육이 많이 다르다고 생각하는데, 가장 큰 차이점은 “학교는 정답을 외우기 위한 교육을 하는 곳이고 바둑은 스스로 길을 찾기 위해서 계속 부딪히는 교육을 한다”는 것이다.

이게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학교는 정답을 외우고 시험을 봐서 맞춰야 좋은 점수를 받고 그로 인해서 나의 성적과 연결이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바둑은 정답이라는 것이 아예 없다.
서로 간에 합의된 ‘정석’이라는 것이 있지만 그것도 넓은 바둑판에서 일부분일 뿐이다. 정답이 없는 바둑판에서는 필연적으로 실수가 많이 나오게 된다. 실수가 쌓이면 결국 돌이킬 수 없게 되고 그렇게 ‘실패’라는 경험을 하게 된다.

학교에서는 실수를 하면 점수가 깎인다. 정답을 외우지 못하면 나의 성적은 하락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어떤 문제를 볼 때 창의적으로 생각할 여지가 별로 없다. 어차피 정답은 정해져 있고 나는 그것을 맞추기만 하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바둑은 정답이 없다. 내가 생각하고 창의적으로 만들어가야 한다. 바둑을 이기기 위해서 목표도 세워야 하고 나름의 전략도 만들어야 한다. 그러나 상대방이라는 변수가 있기에 내가 세운 전략이 깨지는 경우도 많다. 내 전략이 실패로 돌아가면 다음에는 또 다른 전략을 세워서 도전한다.

그렇게 여러 번 도전해서 나의 전략이 통하고 승리를 하게 되면 속된 말로 기분 째진다.

사실 나도 실수와 실패를 하면 자존감이 많이 떨어졌었다. 특히 프로기사가 되고 나서 대회에 출전하고 거기에서 패배를 하면 너무 힘들었다.
바둑 한 판을 지는 순간 집에 가는 길에 늘 신경성 위염에 시달렸고 늘 화장실 변기를 부여잡고 구토를 했던 기억이 있다.
그만큼 패배라는 것은 성인이 되어서도 받아들이기 어려운 부분이다. 그러나 그런 실수와 실패를 겪지 못하면 성장할 수 없다.
실수를 두려워해서 행동을 하지 않으면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바둑을 통해서 배우는 인생 교훈 중 하나다.

성인들도 실수와 실패를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데 아이들은 오죽할까?
바둑 학원에 오는 수많은 아이들 중 힘들어하는 아이들은 대부분 “지는 것을 받아들이지 못해서”다.

처음 규칙을 배우고 비슷한 아이들끼리 대결을 시키는데 한 명은 이기고 한 명은 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아이들을 가르칠 때 신경을 많이 써야 한다. 한 아이가 계속 진다 싶으면 다음 바둑을 이길 수 있게 실력이 조금 낮은 친구와 대결을 붙인다. 그렇게 해서 한 판이라도 이기면 금세 기분이 좋아진다. 그러면서 패배에 대해서 차근차근 설명을 해준다.


“바둑은 이길 수도 있고 질 수도 있어”
“그런데 이번에 졌다고 해서 계속 지는 건 아니야”
“지난번보다 훨씬 잘하고 있는걸?”

이런 이야기를 계속해주고 신경을 쓰면 점점 좋아진다.
(물론 나아지는 게 없는 아이들도 간혹 있다^^;)

“선생님 전 쟤랑 안 둘래요!”
“너 어제도 안 뒀잖아 오늘은 한 판 둬”
“쟤 너무 잘해요.. 하기 싫어요”
“자 그러면 미리 20개 받고 하자, 그러면 할만해”
“오! 20개면 할게요”

패배를 받아들이는 것은 정말 어렵다. 그렇지만 그런 경험을 통해서 더 성장하고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부모라면 아이의 실수에 무조건 혼내기보다는 그 아이가 왜 그런 행동을 하고 거기에서 어떤 것을 얻을 수 있을지, 나아가서 더 좋은 행동을 하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할지 잘 이끌어야 한다. 그렇게 한다면 아이들은 창의적이고 긍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너 피아노 학원 갈래 바둑 한 판 더 둘래?”
“아... 둘 다 싫은데.. 그냥 누워있으면 안 돼요?”
“어휴.. 내가 말을 말아야지”

언제나 예외는 존재하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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