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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의한수 Aug 03. 2020

바둑학원에서 아이들 말 잘 듣게 하는 방법

단순하면서 영리한 아이들

 어릴  집을 떠나 바둑 도장에서 4  기숙사 생활을 했었다.

바둑 도장이라는 곳은 전문 바둑 프로기사를 양성하는 곳이다.
 초등학생일 때는 학교에서 오전 수업만 받고 오후에 바둑 도장을 갔었고 중학생이 되어서는 아예 분당에 위치한 바둑도장 기숙사에 들어가게 되었다.
당시에는 학교에서 바둑특기생을 배려했었고 중간고사와 기말고사를 보는 날만 학교에 갔고 다른 날은 전부 바둑 도장에서 살았다.



기숙사에서 아침을 먹고 도장에 가면 수많은 바둑판과 의자들이  펼쳐져 있다. 그중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서 전날 두었던 바둑을 다시 한번 검토해본다. 어제 두었던 바둑이지만 고작 하루 지났다고 느낌이  다르다.  사이에 성장을  건지 그냥 컨디션이 다른 건지는 나도  모른다. 그렇게 바둑을 복기하고 사활 문제집을 풀다가 보면 어느새 점심시간이다.

점심시간은 1시간 정도였는데 나는 다른 동생들과 같이 밥을 먹고 매일 편의점으로 갔다.
당시에 아이들 사이에서 엄청나게 유행했던 것이 하나 있었다. 바로 만화 '포켓몬스터' 였는데 조그마한 몬스터 볼에서 귀여운 몬스터들이 소환되어서 대결을 하는 그런 만화이다. 나도 만화책을  빌려서 보았었는데 어느  편의점을 가보니 처음 보는 빵을 팔고 있었다. 만화에 나오는 캐릭터가 그려져 있는 이른바 '포켓몬빵'이었는데 안에는  말고도 포켓몬 스티커가 들어있었다. '띠부띠부씰'이라고 불리는  스티커는 아이들 사이에서 정말 최고의 인기였다. 종류가  150가지 정도 되었었는데  다른 종류의 포켓몬 스티커를 모으기 위해서 친구들끼리 경쟁하고 서로 없는 스티커를 교환하기도 했다. 그때 얼마나 인기가 심했었냐 하면 빵을 사면 안에 들어 있는 스티커만 갖고 빵을 버리는 경우가 허다했었다.

그때 나도 스티커를 엄청 모았었는데 150여 개 종류를 전부 모아서 공책에 고이 붙여놨었다.(지금은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다)
 스티커가 뭐라고 하나하나 열심히 모았었는지 지금 생각해보면 웃음이 난다. 그냥  모았다는 사실이 너무 기뻤고  친구들에게 자랑하기도 좋았기 때문인  같다.



내가 아이들을 가르쳤던 학원에는 '방어율 제도'라는 것이 있었다. 아이들이 바둑을 이기거나 문제를  풀어오거나,   듣고 정리정돈을 잘하면 방어율을 하나씩 올려주었다.  방어율을 2 동안 모아서 많이 모은 아이에게 선물을 주는 그런 제도였다. 선물 종류는 사탕, 젤리  먹을 것부터 미니 자동차, 쿠션, 미니 선풍기  정말 다양했는데 가장 많은 사랑을 받았던 것은 만화 포켓몬스터 카드팩이었다. 1팩에 10장인가 들어있는데 아이들은 좋은 카드를 갖고 싶어 했고 어쩌다가 굉장히 좋은 카드가 나오면 다른 아이들의 부러움을  몸에 받기도 한다.


이런 선물이 효과가  있었는데 평소에 장난이 심하고 말을  듣는 아이도 열심히 하고 집중하면 카드팩 하나 주겠다는 말에 자세가  달라진다.
1, 2학년 형제는 학원에 오자마자 바둑판이 아닌 책장 앞에 앉아서 동화책만 보던   듣는 아이였는데 카드팩을 상품으로 거는 순간 "선생님  오늘   들을 테니 하나 주시면 안 돼요?" 라며 바둑판 앞으로 간다. 1시간 동안 열심히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는 아이들을 기특해하며 머리를 쓰다듬으며 칭찬해준다.

"오늘 열심히 했고 자세도 좋았으니까 하나 주는 거야. 앞으로도 잘할  있지?"
" 잘할게요!"

그렇게 하나 선물로 주고 집으로 보내면 아이들은  좋다고 학원 나가면서 서로에게 자랑을 한다.

"아싸  좋은 카드 나왔어!!"
" 그거    주면 안 돼?"

아이들이 떠드는 소리를 들으며 나는 학원 정리를 시작한다. 떨어진 바둑알을 줍고 책을 정리하고 있으니  아이가 쪼르르 달려온다.

"선생님 저는 카드팩 말고 선풍기 가질래요!"
"평소에는  안 듣더니 선물 꺼낼 때만  잘 듣니?"
"아휴 선생님도 !  원래   듣잖아요~"
"내가 말을 말아야지.. 근데 피아노 학원은 언제 갈 거니?"
" 진짜!! !"


아이들은 단순하면서도 영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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