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배작가 Oct 01. 2024

추석 연휴, 집에서 혼자 30만 원을 벌었다

30만 원 벌어서 몽땅 소설책 사는데 썼다

0. 추석 연휴 5일 동안 혼자 집에 처박혀 있었다. 계획이라곤 천장을 보고, 벽을 보고, 아기 고양이 나일이를 돌보는 것뿐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을 읽고 소설을 썼다. 그리고 3일차에는 미니멀리스트 병이 도졌다.


1. “집이 어쩜… 모델하우스 같아.” 우리 집에 놀러 오는 지인들이 자주 하는 말인데 칭찬으로 듣는다. (인간미 없다고 에둘러 말하는 걸 수도 있다.) 모델하우스 같은 집의 핵심은 <비움>이다. 나는 집에서 틈만 나면 콧노래를 부른다. “오늘은 뭘 버려볼까나~?“


2. 기준은 거창할 것 없다. 지난 일 년 동안 안 쓴 건 버리기. 언젠가 쓰겠지.. 하고 차지하는 공간에 더 좋은 것이 들어오지 못하면 어떡하나? 섬뜩해서 버린다. 우리 집에는 내가 일 년에 한번은 꼭 쓰는 물건만 있고, 하여 어느 물건이 어디 있는지 눈 감고도 안다.


3. 물건은 비우고 에너지로 채운다. 햇살로, 바람으로, 산소로 채운다. 웬만하면 버리지만, 추석에는 시간이 많았기에.. 버리는 대신 각 잡고 팔기로 했다.


4. 옷: 리클이라는 처음 보는 플랫폼을 사용해 봤다. 옷 20개 이상 (신발도 수거한다) 아무 박스에 담아서 현관 앞에 내놓으면 다음 날 수거해 간다. 수거 신청은 고작 5분도 안 걸린다. 무거운 옷 바리바리 싸서 1층에 내다 버리려면 그것도 일인데, 집 밖에 안 나가고 2천 원 벌었다. 크크크.


5. 책: 알라딘 앱을 깔고 오른쪽 상단의 햄버거 버튼을 누르면 ‘회원에게 팔기’ 옵션이 있다. 책 뒤에 바코드 찍고 가격 책정하면 끝. 팟캐스트 들으면서 슬슬 100권 정도 올렸고 며칠 사이에 20권이 팔렸다. 10만 원 넘게 통장에 꽂혔다. 잘 파는 비결은 가격을 최저가보다 더 낮게 책정하는 것. 여러 권을 한꺼번에 박스에 담아 팔면 권당 대략 500원 쳐주는 것이기에, 욕심부릴 필요 없다.


6. 물건: 당근 재밌다. 낯선 사람 만나면 기가 쪽 빨리고 시간 맞추기가 퍽이나 번거로운 나는 문고리 거래나 택배 발송만 고집했다. 잘 파는 핵심은 글(팔리는 글쓰기 연습하기에 당근이 최고다)과 가격이다. 어차피 버릴 거 그냥 싸게 올린다. 구매자는 ‘이게 웬 떡이야!’ 기분 좋고, 나는 우리 집에서는 처박혀 있을 물건이 남의 집 가서 대접받고 살 거 생각하면 기분이 좋다. 20만 원 넘게 벌었다.


7. 추석 동안 30만 원 벌어서 몽땅 소설책 사는데 썼다. 그중 한강 작가님의 <채식주의자>는 충격적이게 좋았다.


이전 20화 쓸데없을 거라 생각했던 소설 쓰기 수업이 괜찮은 이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