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회사 책상에서 내 생존을 가늠하던 날

마음이 요동치던 그 날을 잊을 수가 없다.

나의 제 2의 생일이 되어버린 그날.


탈출이라는 게 마냥 좋고 신나기만 할 수는 없었다.

내가 살려고 나왔다. 이게 목표라고 해야할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어쨋든 살기위해서, 이게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선택이었다.




그날 ,나는 살려고 발버둥침과 동시에 사회적으로 약속된, 내가 해야 할 역할에도 충실했다


정상 출근을 했다. 마음속에서는 계속 발버둥이었지만 말이다.


그렇게 나는 나를 살리기위해 해야할 일들을 했다.

우선 자리에 앉아 한숨을 쉬며 모니터를 켜고, 업무 프로그램에 접속을 했다.

전화도 받으며 일처리를 하나씩 해나갔다.


그렇게 정상적으로 출근하여 자리를 지켰지만

내 마음은 사실 온통 다른 곳에 가있을 수 밖에 없었다.

위태롭게 낭떠러지 끝에 서 있는 나 자신을 살리는 그 일 말이다.



틈틈히 부지런히, 핸드폰을 열었다. 은행앱을 켜고, 카드사 앱을 켜고,

통장잔고를 확인하고 가능한 대출을 확인하려 토스앱을 계속 돌려가며


내가 생각하는 기준대로 내 경제상황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내가 스스로가 내 생존을 가늠해봐야 했다.


나 혼자서 과연 생존이 가능한 수준이 어떤정도가 될지, 겨우 가능한 정도인건지,

앞으로의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그 첫 발걸음이었다.




온전히 내가 움직일 수 있는 내돈이라니.


내가 손으로 클릭 한번 한번 할때마다

옮겨지는 돈과, 정리되는 숫자들을 보면서 허탈한 마음이 가득찼다.


이…이렇게 쉽게 이만큼의 돈이 움직인다니

그리고 이게 진짜 내돈이라니..


고작, 한달치 월급정도의 돈이지만 태어나서 이정도의 돈을

내 뜻대로 컨트롤 해본 적없었던 나의 첫 걸음마였다.


살기위한 걸음마.


그 자체가 처절하면서도 절실하고 동시에 뿌듯하고 설레였다.

그 벅차오름을 어찌 다 설명할까.




그냥 내 앞으로의 인생에 이날은 꼭 기념하고 싶었다.

그래서 그렇게 말했다. 이날은 나의 2의 생일이라고.


매년 꼭 이날을 기념하리라 다짐했다.


이것도 처음하는 경험이다. 내가 스스로 뭔가를 기념할 수 있다니


매년 기념할 앞으로의 미래가 자연스레 기대되더라.


이느낌이 ..살아가는 느낌이라는게 이런거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렇게 내 기준대로의 정리를 차근차근 해내는 바쁜 날이 되었다.

불쑥불쑥 감정이 올라오는걸 꾹꾹 눌러대며 하루를 지냈다.


꾹..꾹..


내 명의였지만, 내 뜻대로 되지 않았던 계좌와 카드들.

그로 인해 생긴 대출과 카드빚 등.

하나씩 분류하고 정리를 했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할지 이것부터 시작해야 했다.

나머지는..어떻게든 살아가게 되지 않을까 싶었다.


그렇게 그날의 하루는 내가 처음으로 내 인생의 주인으로 한발짝 나선 날이었다.

표면적으로 드라마틱하게 변한건 아무것도 없었다.


정상적으로 출근을 했고 퇴근을 했다. 평소와 다름없이 밥도 먹었다.


매일 돌아가던 그 집으로는 가지 않는 첫 날이었다.





키우던 고양이 생각이 낫다.

다시 볼수 없다는 생각이 들면 눈물이 날까봐 다시 그 생각도 눌렀다. 또 꾹..꾹..


그렇게 이별자체는 너무 슬펐다

하지만 깊숙히 바닥에서부터 올라오는

그 벅차오르는 설렘은 어찌 말로 표현할 수가 없었다.


태어나서 처음 느껴보는 감정과 상황.


태어나서 처음으로 내가 나를 선택한 날.

그리고 그게 오로지 내 뜻이었던 그 첫날.



이날은 나의 제2의 생일이었다.

내가 나로서 오로지 세상에 살아있음을 알리고 싶은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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