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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하수 Mar 26. 2020

불안한 것은 언젠가 깨진다.

감사할 것이 많은 엄마의 일상


몇일전,
참 마음에 드는 컵이 생겼다.
책을 사고 사은품으로 받은
 yes24굿즈 이중컵이다.

투명한 컵에 그려진 사자도 귀엽고
커피를 마시면 왠지 입에 착 감기는 것이
리코더를 부는 느낌이 드는 컵이었다.
꽤나 마음에 들었다.
단점은
손잡이가 없고 설거지를 할때 미끄덩거린다는 것.
미끄덩거린다는 것....

미끄러운 건 상관이 없는데
설거지를 할때마다 내가 불안하다는 것.
그것이 문제였다.

오늘 저녁 설거지를 하다가
나는 결국 컵을 놓쳤다.
예쁘다와 불안하다는 생각을
동시에 가지게 해주는 그 컵이
내 손을 떠났다.
그 순간을
컵이 내 손을 떠나
개수대에 처참하게 내동댕이 쳐지는 그 순간을
나는 슬로우버전으로 보았다.
어떻게든 잡으려던 다른 쪽 손은
허무하게 공중에 떠 있었다

하.,.. 짧은탄식...
아..,,

3초
너무 아쉬웠다.
그런데 순간 감사했다.
바닥이 아니라 개수대라서 참 감사했다.
등 뒤로는 두 아이가 해맑게 놀고 있었기에...

불안한 것은 언젠가 깨진다.
깨지지 않으려면 균형이 필요하다.
물건도. 사람도.
잡으려 했던 나의 힘이
중력보다 약하다면
심력이 약하다면
결국에는 깨지는 수 밖에...

그런데
깨지는것이 나쁘기만 한 걸까,

내 안의 불안도 오늘 컵과 같이 깨졌다.

나는 더이상 그 컵을 보며 이중적인 마음을
가지지 않아도 되어서 감사하다.
그리고 애정하는 그 컵이
내 손에 의해 깨진 것이 감사하다.
잠시라도 손톱만큼이라도
내가 아닌 누군가를
원망하지 않아도 되니까.

감사하려고 마음 먹으니 감사할일 천지구만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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