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일전, 참 마음에 드는 컵이 생겼다. 책을 사고 사은품으로 받은 yes24굿즈 이중컵이다.
투명한 컵에 그려진 사자도 귀엽고 커피를 마시면 왠지 입에 착 감기는 것이 리코더를 부는 느낌이 드는 컵이었다. 꽤나 마음에 들었다. 단점은 손잡이가 없고 설거지를 할때 미끄덩거린다는 것. 미끄덩거린다는 것....
미끄러운 건 상관이 없는데 설거지를 할때마다 내가 불안하다는 것. 그것이 문제였다.
오늘 저녁 설거지를 하다가 나는 결국 컵을 놓쳤다. 예쁘다와 불안하다는 생각을 동시에 가지게 해주는 그 컵이 내 손을 떠났다. 그 순간을 컵이 내 손을 떠나 개수대에 처참하게 내동댕이 쳐지는 그 순간을 나는 슬로우버전으로 보았다. 어떻게든 잡으려던 다른 쪽 손은 허무하게 공중에 떠 있었다
하.,.. 짧은탄식... 아..,,
3초 너무 아쉬웠다. 그런데 순간 감사했다. 바닥이 아니라 개수대라서 참 감사했다. 등 뒤로는 두 아이가 해맑게 놀고 있었기에...
불안한 것은 언젠가 깨진다. 깨지지 않으려면 균형이 필요하다. 물건도. 사람도. 잡으려 했던 나의 힘이 중력보다 약하다면 심력이 약하다면 결국에는 깨지는 수 밖에...
그런데 깨지는것이 나쁘기만 한 걸까,
내 안의 불안도 오늘 컵과 같이 깨졌다.
나는 더이상 그 컵을 보며 이중적인 마음을 가지지 않아도 되어서 감사하다. 그리고 애정하는 그 컵이 내 손에 의해 깨진 것이 감사하다. 잠시라도 손톱만큼이라도 내가 아닌 누군가를 원망하지 않아도 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