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은 반갑지만 9월은 겁이 난다.
내가 사랑하게 될 계절의 시작을 직시한다.
바라본다, 마주한다 라는 단어로 대신할 수 없는 이유는
눈에, 귀에, 손 끝에 감기는 감각의 단호함 때문이다.
채도가 높아진 하늘의 색과
밀도가 달라진 공기와
눈부심이 달라진 노을 빛
뒤죽박죽이지만 총체적으로 분명한 변화를
온 몸 가득 받아내고 있다.
가을은 반갑지만 9월은 겁이 난다.
이 아름다운 날씨는 여름을 성실히, 멋지게 이겨낸 사람에게만 주어지는 선물 같은데
내가 받아도 될까, 누려도 될까, 기뻐해도 될까, 숨을 쉬어도 될까
아쉬움은 금방 후회가 된다.
처지다 못해 바닥에 들러붙을 것만 같았던 우울함을 뒤로 한다.
여름의 강렬함을 흉내내듯 찰나에 타올랐던 나의 젊음을 지나친다.
일렁이는 기억을 깔끔히 묻고 돌아서고 싶지만
아직 남아있는 온기를 괜히 만지작 거리며 가을을 사랑하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