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모든 직장인들의 영원한 숙제!
직장인들에게 꿀보다도 달콤한 그 이름, 점심시간.
오늘따라 유~독 길게만 느껴지는 오전 업무의 피로를 풀며 또 다른 씩씩한 오후를 준비하는 (이라고 쓰고 '그저 일 안 해서 좋은'이라고 읽는) 너무나도 소중한 그 한 시간! 하지만 한 편으로는 대체 오늘은 뭘 먹나? 머리를 꽁꽁 싸매야 하는, 골치가 아파도 보통 아픈 게 아닌 그런 시간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런 고민은 결코 나만의 것이 아님을..! 짧지만 한국에서도 회사생활을 해보았고 현재는 런던에서 직장인으로 살아가고 있다. 그러면서 느낀 재미난 점은 사람 사는 것 정말이지 다 똑같더라는 것이다. 그렇다. 이 곳에서도 직장인들은 점심시간만 되면 여전히 '오늘 뭐 먹지'를 고민한다.(!)
그래서 준비했다!
런던의 직장인들은 점심으로 대체 무엇을 먹을까?
본 글로 넘어가기 전 런던의 직장생활 및 문화에 대해 잠시 소개하고자 한다. 주로 유럽의 직장문화는 한국에 비해 자유롭고 개인주의적이며 수평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휴가나 복지 측면에서도 훨씬 선진화되어있으며 야근도 잦지 않아 소위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이라는 것이 잘 형성되어 있다고 인식되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맞다. 사실이다. 한국 기업들의 고질적인 문제로 종종 손꼽히는 권위주의, 과도한 업무량, 개인의 삶 결여 등은 분명 유럽에서 문제 되는 것들은 아니다. 그러나 '유럽'이 아닌 '런던'만을 놓고 보자면 이야기는 조금 달라진다. 업무량 측면에서 런던은 타 유럽 국가, 특히 서/북유럽에 비해 악명이 높은 것이 사실. 인더스트리별로 야근이 잦은 곳은 어쩌면 한국과 크게 다르지 않은 정도이다. 또 한 가지 언급하고 넘어가고 싶은 것은 현재 내가 다니고 있는 회사는 런던에 본사를 두고 있기는 하지만 모기업이 스웨덴 회사이기에 회사 구성원들 중 절반 이상이 스웨디쉬라는 것. 나의 라인 매니저도 스웨디쉬이며 총 디렉터 등 주요직 인사 대부분이 스웨디쉬이니 사실 이 회사를 다니면서 런던의 회사 문화를 논한다는 것이 어쩌면 넌센스일 수도 있다. 그렇기에 이 글에서 언급되는 '런던 직장'이라는 것이 실제 진짜 브리티쉬 런던의 비즈니스 문화와는 백 퍼센트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으며, 이 글은 굉장히 개인적이고 주관적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다. (!!!) 어쨌거나 실제로 런던에서 회사생활을 하다 보니 (이 곳이 스웨디쉬 계열의 회사라서 그렇다던지, 다른 런던 대부분의 회사들도 마찬가지라던지 상관없이) 내가 한 조직의 일원이기 이전에 한 명의 개인임을 존중받는다는 느낌을 자주 받는다. 그렇기에 나보다 포지션이 높은 매니저급과도 보다 transparent 한 대화가 가능하다. 흥미롭게도 개인의 삶과 성향이 존중받는 이런 업무 분위기는 점심시간에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물론 회사마다 다 다르겠지만 나의 경험상 한국에서는 주로 정해진 점심시간 내에, 회사 사람들과 모여서 함께 점심을 먹는 것 같다. 이 곳에서는 자기가 먹고 싶을 때 먹는다. 12시 정각이 되자마자 런치 브레이크를 갖기도 하지만 왠지 오늘따라 배가 안 고프다면 뒤늦게 먹기도 한다. 런치 미팅이나 팀 런치가 있는 경우도 가끔 있다. 이렇듯 워낙 개인별로 제각각 런치 브레이크를 갖다 보니 꼭 정해진 누군가와 함께 점심을 먹는 것이 일상적이 아님은 당연지사. 어느 날은 혼자 먹기도 하고, 회사에서 가장 친한 친구와 함께 점심을 먹기도, 혹은 자연스럽게 다른 동료들과 함께하기도 한다.
개인의 삶이 회사에 종속되지 않고 각각의 개성과 성향이 존중받는 곳에서는 각자의 점심 메뉴도 다양하다. 지금까지 런던에서 직접 먹어왔거나 옆에서 지켜본 동료들의 점심 메뉴들을 소개한다.
✔️ 도시락 VS. 테이크 어웨이(Take-away)
런던 직장인들의 점심 메뉴는 딱 두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물론 구내식당이 없는 경우!) 도시락 아니면 테이크 어웨이. 한국의 직장인들과 달리 런던의 직장인들은 식당에서 점심을 먹지 않는다. 이유인즉슨 식당에서 먹을 시 VAT(부가가치세)가 별도로 붙기 때문에 같은 메뉴를 먹어도 테이크 어웨이로 먹는 것보다 가격이 비싸지기 때문. 여기에 서비스 차지까지 붙을 수도 있으니 저녁 식사도 아닌 한 시간 짜리 점심 식사를 굳이 식당에 앉아서 먹을 이유가 없는 것이다. 그래서 런던에서는 어느 식당이건 테이크 어웨이 시스템이 잘 잡혀있다. 더군다나 대부분의 오피스에는 키친 공간이 잘 마련되어 있어 그곳에 앉아 테이크 어웨이 해 온 음식 혹은 본인이 집에서 싸온 도시락을 먹으며 런치 브레이크를 보내는 것이 일반적이다.
도시락
숨만 쉬며 존재하는 것조차 비싼 런던에서 아무리 테이크 어웨이라도 점심을 매일 사 먹는다는 것은 당연하게도 상당히 부담스러운 일이다. 반면 식료품의 가격은 비교적 저렴한 편이라서 집에서 직접 요리를 해 먹으면 돈을 꽤 절약할 수 있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선택하는 것이 도시락 싸가지고 다니기. 오피스 키친에는 토스터기부터 전자레인지, 파니니 그릴에 각종 식기와 커틀러리가 구비되어 있기 때문에 도시락을 먹는 것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 도시락이라고 해서 뭐 거창한 것도 아니다. 주로 어제의 저녁 식사 잔반이 오늘의 점심 도시락이 된다. 나 역시 주로 저녁을 만들 시 +1인분을 하여 점심 도시락 몫을 만드는 편이다. 가장 쉬운 메뉴는 역시 밥 혹은 파스타. 밥의 경우 밥 위에 계란 및 채소 등의 반찬을 얹어 가거나, 아예 볶음밥을 만들기도 한다. 커리 등과 같이 소스와 함께 비벼 먹을 수 있는 것도 훌륭한 저녁 및 점심 도시락 메뉴가 된다. 파스타의 경우 스파게티 면이 아닌 펜네 혹은 푸실리 면이 간편하면서 시간이 지나서도 간단히 데워먹을 수 있어 도시락 메뉴로 적합한 편. 이것도 버거웠는지 감자 한 개를 통째로 가져와 전자레인지에 돌린 후 치즈 등을 올려 먹는 동료도 봤다. 한 동료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냉장고에 있는 채소들을 다 믹서에 넣고 코코넛 밀크 및 스톡과 함께 갈아버린 후 그대로 가져와 수프로 먹기도 하더라. 이렇듯 도시락이라고 하면 상당히 번거롭고 엄청난 노력과 시간을 요하는 것으로 오해하기 쉬운데 알고 보면 생각보다 간단하고 '이런 것도 점심 도시락이 될 수 있구나' 싶은 것들로도 알차게 구성할 수 있다. 도시락 메뉴를 보면 그 사람의 라이프 스타일을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어서 재미있을 때가 많은데, 스스로의 건강뿐만 아니라 환경까지 끊임없이 의식하며 음식을 대하는 동료들을 볼 때는 감탄이 절로 나온다. 그들은 육식은 자제하고 설탕과 소금 섭취를 경계한다. 정제된 식재료를 피하며 몸에 좋고 건강한 음식만을 먹는다. (회사에 북유럽 사람들이 많아서 그런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때문에 점심시간이면 키친 한편에서 아보카도를 썰며 샐러드를 준비하는 동료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데 매일 감탄의 연속인 흥미로운 시간이 아닐 수 없다.
테이크 어웨이(Take-away)
런던 시민들의 일상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그 이름, 테이크 어웨이. 주로 우리나라에서는 미국식 영어의 영향으로 테이크 아웃이라는 용어가 더 친숙하지만 영국에서는 주로 테이크 어웨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위에서도 언급하였듯 런던에서는 팬시한 다이닝 레스토랑이나 펍을 제외하고는 어느 식당이건 이 테이크 어웨이 시스템이 잘 마련되어 있다. 런던 곳곳에서는 점심시간만 되면 테이크 어웨이 한 음식들을 손에 쥐고 바삐 움직이는 직장인들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과연 그들의 손에는 어떤 음식들이 쥐어져 있을까?
1. 복잡하게 생각하기 싫을 때 딱! 각종 체인점들
전 세계 어디에서건 가장 쉽고 또 '안전한' 선택지를 고르려 한다면 역시 체인점이 정답 아닐까. 이 곳 런던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복잡하게 생각하기 싫고, 적당히 한 끼 배불리 채울 수 있으며 안전성마저 보장된 곳을 찾는다면 체인점만 한 게 없다. 런던에서는 각종 테이크 어웨이 체인점들이 존재하는데 (물론 앉아서 먹을 수도 있지만 VAT가 붙는다는 점은 잊지 말아야 한다.) 개인적으로 서울 거리에 즐비한 카페와도 같다는 인상을 받았다. 가장 대표적인 체인점이라면 단연 PRET A MANGER(이하 프렛). 직장인이건 학생이건 관광객이건 너나 할 것 없이 무조건 한 번 이상은 들리게 되는 마성의 공간이다. 서울의 스타벅스만큼이나 넓은 포진력을 자랑하는 프렛. 커피와 각종 음료를 기본으로, 샌드위치, 바게트, 샐러드 및 수프 등을 판매한다. 덕분에 바쁜 런던의 직장인들에게는 그야말로 안성맞춤인 곳. 샌드위치 하나와 커피 한 잔을 테이크 어웨이 해서 점심을 빠르게 해결하기에 그만이다. 하지만 샌드위치를 한 끼 식사로 해결하면 '밥 먹지 왜 빵 먹었어' 소리를 들으며 자란 나는 개인적으로 초밥 혹은 밥을 베이스로 한 벤또 종류를 파는 와사비(Wasabi)를 더 선호하는 편이다. '건강한 패스트푸드'를 지향하는 LEON 역시 인기 있는 체인 중 하나로, 각종 랩(wrap) 종류와 더불어 팔라펠, 커리, 버거 등을 판매한다. 건강을 생각하는 직장인들에게는 핸드메이드를 표방하는 내추럴 샐러드 전문 pure도 인기이다. 점심시간 즈음 런던 직장인들에 손에 쥐어있는 페이퍼 백이 어떤 체인점의 것인지 눈여겨 살펴보시길!
2. 서울에 편의점이 있다면 런던에는 이 아이들이 있다. 다양한 마트들
필자가 대학을 다니던 시절, 점심시간만 되면 학생회관에 붙어있던 편의점은 주린 배를 채우려는 학생들로 늘 북새통을 이뤘다. 컵라면, 삼각김밥, 빵과 우유, 달콤한 스낵, 거기다가 요즘은 웬만한 식당 저리 가라인 도시락까지 당최 없는 게 없는 곳이니 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않은 학생들이 출출할 때 생각나는 곳 일 순위가 아니겠는가. 다시 말해 편의점은 '가성비'로 따지자면 최선의 선택지인 것. 이 곳에는 한국만큼 화려한 편의점까지는 아니더라도 그에 견줄 만은 한 다양한 마트들이 존재한다. M&S, Sainsbury's, Tesco, Waitrose, Coop 등등. 편의점처럼 24시간 열려있지도 않고 어쩌면 한국의 홈플러스, 이마트 정도의 슈퍼-대형마트라고 보는 편이 더 정확하겠지만 '점심'으로만 따지자면 편의점이 '딱'인 비교라고 자신한다. 점심 식사에 나가는 돈을 아끼고 싶거나, 식사 일 인분 보다 적당한 여러 가지 스낵 거리들로 점심을 해결하고 싶은 날, 딱히 당기는 메뉴는 없지만 가성비 최고인 점심을 먹고 싶을 때 가는 곳이니 편의점과 다를 게 없지 않은가. 이 곳 런던에서는 마트에 들어서는 순간, 입구에서부터 과일주스, 샌드위치, 샐러드, 전자레인지에 넣고 돌리기만 하면 되는 레디 밀(ready-meal) 등 갖가지 옵션들이 당신을 반겨준다. 같은 마트라도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지점이라면 샐러드바까지 준비되어 있다. 옥스포드 스트리트에 있는 초대형 M&S는 지하가 통째로 식품/마트 코너인데 푸드코트 비슷한 델리 코너까지 있다. 쿼터 치킨과 사이드 하나에 5파운드라는 아주 착한 가격은 덤이다. 현재 다니는 회사의 오피스가 소호에 위치하던 시절에 (지금은 이사함) 이 옥스포드 스트리트의 거대 M&S가 오피스에서 걸어서 고작 1분 거리에 있었다. 그래서 "너 점심 뭐 먹을 거야?"라는 질문에 "음, M&S..?"라고 대답하는 날이 참 많았다. 그럴 때마다 사실 속으로는 '뭘 먹을지는 아직 결정 안 했는데, 딱히 당기는 게 없기도 하고, 고작 점심식사 정도에 돈을 많이 쓰고 싶지는 않아. 그니까 일단 옵션이 많은 M&S에 가서 천천히 둘러보면서 결정할래, '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아래부터는 '옥스포드 서커스/소호 지역 한정' 필자의 주관적인 '점심 맛집' 추천에 가까움을 알려드립니다..)
3. 정오만 되면 옥스포드 서커스를 뒤덮는 파란색 페이퍼 백의 정체? 칼루치오
평일 정오가 가까운 시간에 옥스포드 서커스 근방에 있어본 사람이라면 한 번쯤 파란색 페이퍼 백을 들고 분주히 움직이는 누군가를 마주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이는 이 정체 모를 파란색 페이퍼백이 근방의 오피스에 근무하는 직장인들에게 그만큼 꾸준히 인기 있는 테이크 어웨이 점심메뉴라는 의미이다. 런던 옥스포드 서커스 역에서부터 걸어서 약 3-5분 거리에 위치한 칼루치오(Carluccio's)라는 이탈리안 레스토랑이 그 주인공이다. 안토니오 칼루치오라는 설립자의 이름을 딴 체인 레스토랑이기 때문에 반드시 옥스포드 서커스 지점이 아니더라도 런던 곳곳에서 만나볼 수 있다, 이 곳에서는 각종 파스타 종류는 물론이거니와 다양한 이탈리안 델리, 소스, 주류까지 판매하는데 유독 직장인들의 테이크 어웨이 옵션으로 각광받는 이유는 바로 런치타임에 제공되는 밀 딜(meal-deal)때문이다. 라자냐, 파스타 베이크, 아라비아따, 머쉬룸 크림 등 5-6가지의 파스타 종류 중 두 가지 선택+음료가 단 돈 5파운드인 것(테이크 어웨이 한정). 5 파운드면 현재 환율로 한국 돈 7~8천 원 정도이니 이건 서울 물가로 생각해봐도 굉장히 저렴한 딜이 아닐 수 없다(이런 걸 '혜자스럽다'라고 하나보다). 심지어 음료를 콜라로 고를 경우 캔이 아닌 500ml 페트병으로 주는 걸 보고 감동까지 받았다. 이미 런던에서 소문난 이탈리안 체인이기 때문에 맛은 물론 보장되거니와 저렴한 밀딜로 12시만 되면 점심을 테이크 어웨이 하려는 직장인들이 몰려 벌써 줄이 길게 늘어서있다. 테이크 어웨이 시 파란색 페이퍼 백에 담아주기 때문에 점심시간이면 이 파란색 페이퍼 백을 든 직장인들이 자주 보이는 것. 근처 오피스에서 근무하는 직장인들에게 점심 메뉴로 강력 추천임과 동시에 런던을 방문하는 분에게도 찾아갈만한 맛집으로 추천한다.
✓ 공식 웹페이지: https://www.carluccios.com/
✓ 옥스포드 서커스 점 위치: 8 Market Pl, Fitzrovia, London W1W 8AG
4. 빠르게 지나가는 점심시간일지라도 배부르게, 넉넉히 먹자. 렉스프레스
어쩌면 지금까지 묘사된 런던 직장인들의 점심 식사는 주로 '적당한 가격'에 '한 끼 떼우'는 '빠르고 간단한' 것으로 요약될지도 모르겠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백 퍼센트 정답도 아니라는 점을 바로 이 곳을 통해 알리고 싶다. 리젠트 스트리트에 가까이 위치한 렉스프레스(L'express)는 근방에 근무하는 직장인들에게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테이크 어웨이 옵션이다. 넉넉하고 배부른 점심을 선호하는 직장인들이라면 이 곳을 주목할 것! 렉스프레스는 스스로를 Independent coffee shops producing home cooked wholesome food (건강한 홈메이드 음식을 만들어내는 독립 커피숍)라 칭한다. 페이스트리, 샌드위치, 샐러드 및 홈메이드 수프 등을 판매하지만(여기 까지라면 다른 곳들과 다를 게 없을 것) 백미는 역시 점심시간에 테이크 어웨이 전용으로 열리는 셀프서비스 코너가 되시겠다. 셀프서비스라 함은 뷔페식이라고 보면 되는데, 각종 음식들을 진열해놓고 고객들이 직접 담아가는 시스템이다. 테이크 어웨이 전용으로 준비된 미디엄과 라지 박스 중 하나를 골라 본인이 원하는 음식을, 원하는 만큼 담아가면 된다. 준비되어 있는 음식은 날마다 조금씩 다르기는 하나 기본적으로 칠리 콘카르네, 파스타, 로스트 치킨, 감자튀김 등과 샐러드 바로 구성되어 있다. (샐러드만 담아갈 수도 있음) 세상에 이런 뷔페식 테이크 어웨이라니. 새삼 런던의 테이크 어웨이 문화가 도달해 있는 경지에 놀라움을 감출 수 없음과 동시에 이 곳이 센트럴 런던의 점심 단상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 같아 재밌기도 하다. 가격도 6-7파운드 정도로 런던 중심가 치고 나쁘지 않은 편!
✓ 공식 웹페이지: https://lexpresscoffee.co.uk
✓ 위치: 20 Maddox St, Mayfair, London W1S 1PN
5. 요즘 소호에서 가장 핫한 점심 메뉴. 포케 볼
필자가 남다른 애정을 품고 있는 점심 메뉴, 포케 볼. '포케'가 당최 무엇인고 하니 하와이어로 slice 혹은 dice라는 의미로 여러 가지 날생선과 밥을 한 볼에 담아낸, 한마디로 사시미 샐러드이다.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자면 밥 베이스 위에 연어 혹은 참치 사시미를 올리고 아보카도, 망고 살사, 에다마메, 후라카케, 김 혹은 김치 등을 토핑 한 후 유자나 간장소스로 마무리하여 한 볼에 담아낸 것이 바로 포케 볼인 것. 뉴욕이나 베를린 등 소위 힙하다는 전 세계 도시들에서는 이미 핫한 메뉴로 자리 잡은 음식으로, 서울을 중심으로 한국에서도 점점 트렌디한 것으로 인식되어 가는 듯하다. 이 정도의 글로벌 트렌드라면 결단코 뒤처지지 않는, 아니 그 트렌드를 이끌어 가는 곳이 마침 또 런던 아니겠는가. 런던 내에서도 가장 중심지인 소호에서는 이 '포케 볼'을 파는 전문점들이 이미 여러 곳 있고, 젊은 직장인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은 '런치 스팟'으로 통한다. 최근 몇 년 사이 유럽인들 사이에서 육식에 대한 의구심과 동시에 먹는 것에 대한 꾸준한 성찰과 웰빙에 대한 인식이 갈수록 늘어가며 쌀과 채소로 만든 음식에 대한 관심과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이에 대한 동반 작용으로 아시안 퀴진이 점점 각광받는 추세이기도 하다. 포케 볼의 인기 역시 이러한 유러피안 웰빙 트렌드의 경향과 맞물린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포케는 결국 재패니즈의 영향을 받은 하와이안이며 육식에 대한 경계로 생선-사시미 섭취를 대체재로 선택하는 것) 많고 많은 포케 전문점 중 필자의 사심이 가득 담긴 추천 맛집은 Island Poke라는 곳으로, 특히 연어 사시미와 유자 소스, 망고 살사가 빚어내는 그 조화가 가히 예술이다. (비건 옵션도 물론 가능) 점심시간 때마다 워낙 테이크 어웨이를 하려는 직장인들로 북적대는 곳이기에 온라인으로 미리 주문하는 것이 현명한 방법임을 참고하자.
✓ 공식 웹페이지: http://islandpoke.co.uk/
✓ 위치: 8 Kingly St, Soho, London W1B 5PQ
요약하자면, 런던의 직장인들은 도시락을 싸오거나 테이크 어웨이로 점심 식사를 해결한다. 테이크 어웨이라고 하면 마트나 체인점이 아니라면 오피스 근처의 식당이 주 타깃이 된다. 이 글을 통해 단순한 음식 메뉴 소개를 넘어 빠르고 간편하게 점심을 해결해야 하는 바쁘면서도 개인주의적인 런던의 비즈니스 문화와 다양한 점심 메뉴 선택지에서 드러나는 개인의 성향과 취향이 존중받는 업무 분위기를 이야기하고 싶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재밌지 않은가, 남들이 무엇을 먹고 사는지 알아본다는 것은! 오늘도 전 세계 직장인들은 12시 즈음이 되면 같은 생각을 한다. "오늘 뭐 먹지." 당신이 있는 곳이 그 전 세계 중 어디든지 간에, 그 한 시간만큼은 일에서 벗어나 한숨 돌리길. 살아 있음을 느끼길. 오늘도 맛있는 점심 드시길.
다음 글에서는 런던의 다양성에 대한 이야기로 돌아오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