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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현창 Feb 02. 2019

창업생태계 제1판교의 가능성

생태계(ecosystem)는 상호 작용하는 물리적 환경의 측면과 서식지를 차지하는 유기체의 체계로 정의되는 생물학적 용어이지만, 1990년 이후 경제학 분야에서 사용되었고 Isenberg(2010)는 창업생태계(entrepreneurship ecosystem)라는 용어를 사용하기 시작하였다. 창업생태계는 정책(policy), 금융(finance), 문화(culture), 지원(supports), 인적자원(human capital), 시장(market) 등 6가지 요소로 구성되어 있고, 이들 간의 상호작용을 전제로 한다.


* 출처 : Isenberg, D.(2010)




최근 창업기업의 성과는 지역별로 상이한 창업생태계의 경쟁력에 따라 발생한다는 의견에 점차 무게가 실리고 있다. Global Startup Ecosystem Report 2017에 의하면, 55개 창업생태계 도시 중 상위 11개의 가치가(스타트업 가치+투자회수 가치) 78%에 달하며, 실리콘밸리, 뉴욕, 베이징, 시애틀, 상하이 등 5개 상위 도시의 가치는 전체의 49%를 차지하고 있다. 2017년 창업생태계 순위는 실리콘밸리, 뉴욕, 런던, 베이징, 보스톤, 텔아비브, 베를린, 상하이, LA, 시애틀 순이며, 20위권 내 아시아 도시는 싱가포르, 방가로르가 포함되었다.


최근 IT, BT 첨단기업이 모여 있는 곳이자 새로운 창업 도시로 많은 관심과 기대를 받고 있는 제1판교테크노밸리(이하 제1판교)는 경기도가 기획, 조성한 곳으로 2015년 조성이 완료된 이후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첨단산업 클러스터로 1,300개사가 집적해 있고, 종사자수도 7만 4천 명에 이르며, 매출액 기준 상위 게임업체 6개사와 SK, 포스코 등 대기업 첨단업종 계열사가 입주해 있다. 판교를 대표하는 창업공간인 스타트업캠퍼스에는 스타트업과 이를 지원하는 공공 및 민간기관이 다수 입주해 있다.


본 글은 전문가 인터뷰와 관련 자료를 토대로 새로운 창업도시로 부상하는 제1판교가 글로벌한 창업생태계로 성장이 가능한지 창업생태계를 구성하는 6개 요소별로 그 가능성에 대해 진단하고자 한다.


① 정책(policy)

2016년 실태조사에 따르면, 제1판교 22만평 부지에 1,306개사가 입주해 있고, 종사자는 74,738명, 입주기업 전체 매출액은 77.5조원에 달한다. 업종별로는 IT 79%, BT 11%, CT 5%로 IT•BT 기업이 90%를 차지하고, 규모별로는 중소기업 87%, 중견기업 7%, 대기업 2.6%이며, 연구전담부서 보유기업은 532개사, 벤처기업 인증 294개사, 이노비즈 인증 162개사, 코스닥상장 139개사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경기도가 건립한 스타트업캠퍼스는 창업기업 지원을 위한 대표적인 하드웨어 인프라로서, 200여개 스타트업이 입주할 수 공간과 ICBM(IoT, Cloud, Big data, Mobile) 분야 지원센터, 멘토링센터, 회계•특허•법률 등 전문 서비스 제공기관, 3D프린팅 시설(시제품), 본투글로벌, 글로벌부트캠프, OZ인큐베이션센터 등의 창업보육기관. 교육 및 연구기관인 지능형ICT융합연구센터 등이 입주해 있다. 제1판교는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 경기콘텐츠진흥원,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 등 공공의 스타트업 지원기관이 창업생태계를 주도하고 있어 정책적 지원이 많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다양한 공공기관이 개별적으로 지원하는 형태여서 뚜렷한 정책 리더십이 발휘되기 어려운 구조에 있다.


② 금융(finance)

창업 자금조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벤처캐피탈은 서울 강남에 집중되어 있다. 벤처캐피탈협회에 등록된 벤처캐피탈 회사 109개사 중 판교에 소재한 벤처캐피탈은 6개사(5.5%)에 불과하다. 물론, 판교와 서울 강남과의 접근성이 나쁘지 않아 판교의 부족한 벤처캐피탈을 보완할 수 있지만, 서울과 비교하면 판교의 벤처캐피탈 접근성은 크게 떨어진다고 할 수 있다. 2017년 30억 이상 투자받은 창업기업 전체 91개사 중 서울 강남 소재 기업은 38개(3,730억)로 가장 많았고, 판교 소재 기업은 9개(705억)로 나타났다. 서울 강남 및 판교에 이어 서울 서초(7개 기업, 555억), 서울 마포(6개 기업, 534억) 순으로 나타나, 서울의 창업기업이 강세를 보이고 있고, 조성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제1판교는 빠르게 성장하는 창업생태계라는 것을 알 수 있다.


* 출처 : 제1판교테크노밸리 창업생태계 사례 연구(2018)


* 출처 : 제1판교테크노밸리 창업생태계 사례 연구(2018)

③ 문화(culture)

대표적인 창업생태계인 실리콘밸리의 창업 문화가 수십 년에 걸쳐 형성되어온 것을 보면,  2015년 조성 완료된 제1판교의 창업 문화를 논하는 것 자체가 무리라고 생각한다. 다만, 이러한 한계를 고려하더라도 일부 전문가들은 제1판교에 협업과 네트워크 문화가 취약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제1판교는 거대한 창업공간과 공공 주도의 창업생태계가 특징이며, 대규모 입주공간, 서울과의 접근성, 판교라는 브랜드는 강점이지만, 제1판교는 외부와 단절된 느낌을 주고 있다. 서울에 소재한 창업기업이나 지원기관, 전문가들은 여전히 판교에 대해 심리적으로 거리감을 느끼는 곳이라고 말한다. 서울에 비해 민간 전문기관이 부족하고 창업지원기관 간 연계가 미흡하다는 지적도 있다.


④ 지원(supports)

제1판교에는 다양한 공공기관이 창업을 지원하고 있으며, 이러한 기관들은 스타트업캠퍼스에 집중되어 있다. 첨단기술 분야의 교육과 R&D를 지원하거나, 팹랩과 같은 역할을 하는 시제품 제작센터(3D프린팅 디바이스랩), 엑셀러레이팅 기관 등 다양한 기능을 통해 창업기업을 지원하고 있으나, 민간  창업지원기관이 많지 않다는 한계룰 가지고 있다. 민간 지원기관으로 기업형 엑셀러레이터인 네오플라이가 있는데, 2008년 네오위즈가 설립한 스타트업 발굴•투자•지원하기 위한 기업형 전문 엑셀러레이터이다.



2017 글로벌 창업백서(본투글로벌)의 창업지원기관 분포 현황을 보면, 벤처캐피탈, 엑셀러레이터, 창업지원기관은 서울에 집중되어 있고, 경기도의 경우 성남에 집중되어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제1판교는 우수한 정주여건과 쾌적한 환경으로 근무자들의 만족도가 높은 곳이다. 인근 판교 신도시, 분당, 수원, 용인 등 경기도 내 정주여건이 우수한 도시와 인접해 있다. 전자신문(2016) 조사에 따르면, 판교 기업 근무자들은 쾌적한 환경(54.6%), 동종업종 동료 네트워킹(21%) 등에 만족하고 있고, 대중교통의 접근성과 주차는 불편한 것으로 나타났다.


⑤ 인적자원(human capital)

제1판교에 근무하는 74,738명 중 70% 이상은 20~30대의 젊은 층이며, 연구인력 비중도 높아 판교 내 기업 간의 인력 흐름이 매우 역동적일 것으로 판단된다. 경기도 전역으로 보자면, 우리나라 전체 연구인력 619,907명 중에서 32.6%인 202,267명이 경기도에 근무하고 있고, 경기도의 기업 연구인력은 172,932명으로 판교를 비롯한 경기도 전역의 인적자원은 풍부한 편이다. 다만, 미국 실리콘밸리를 대표하는 스탠포드 대학과 같이 기술과 전문인력을 공급해주는 역할을 하는 대학과 연구소의 역할은 다소 부족한데, 이를 보완하기 위해 산학협력 거점으로 지능형ICT융합연구센터, Kaist창업원 판교센터가 운영 중이다.


⑥ 시장(markets)

해외의 유명한 창업생태계는 국제적 연결성 측면에서 우수하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는데, 제1판교는 해외시장과의 연계협력 측면에서 잠재력이 크다고 할 수 있다. 제1판교는 대외적 위상이 높아 매년 많은 해외 정부, 지자체, 공공기관 등이 판교를 벤치마킹하고 국제협력을 추진하기 위해 방문하고 있다. 이러한 국제협력의 가능성을 잘 활용하기 위해 공공의 역할이 중요하다. 공공이 제1판교와 해외시장을 연결하는 중간다리 역할을 함으로써, 판교 기업과 창업기업이 해외시장에 진출하고자 할 때 해외 정부나 지차체, 공공기관을 적극 활용하는 국제협력 모델을 구축해야 한다.



제1판교는 비교적 빠른 기간 내에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혁신클러스터로 자리 잡았고, 창업생태계로서도 잠재력이 매우 크다. 다만, 세계적인 창업생태계로 도약하기 위한 몇 가지 과제가 있다.


제1판교는 성공한 선배기업이 많다는 장점을 십분 활용해야 한다. 기존 선도기업과 창업기업 간 협력을 위한 네트워크를 활성화하여 선도기업들이 창업기업에 대한 멘토나 투자자가 될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이를 통해 창업기업도 성장할 수 있지만, 기존 선도기업들도 새로운 투자처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수립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또한, 우수한 기술이 제1판교로 지속적으로 유입되도록 외부에 있는 다양한 대학, 연구소가 보유한 기술을 활용하여 산학-산연 R&D, 기술수요-공급 매칭 및 사업화 R&D를 지원하고, 전국의 대학 및 연구소 창업기업을 판교로 유치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제1판교에 있는 공공의 창업지원기관 간 필요한 정보는 공유하되, 상시적인 협력체계를 구축하여 중복 지원 등 비효율적 지원을 예방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민간이 주도하는 창업생태계를 위해 민간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해야 한다. 이는 가장 중요한 지향점이라고 할 수 있는데, 공공 주도의 창업지원은 한계가 있기 때문에 민간을 적극 참여시키는 게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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