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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현창 Feb 07. 2019

공공기관의 비효율 문제, 대리인비용을 중심으로

지방자치단체(이하 지자체) 산하 중소기업 지원 공공기관에서 근무하면서 정책을 집행하는 기능이 과연 제대로 작동하는지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게 된다. 지자체는 중소기업 지원과 관련된 법적근거인 조례를 제•개정하고, 1년 또는 3~5년 단위의 중소기업 육성 종합계획을 수립한다. 이 과정에서 공공기관이 일부 기여하지만, 대다수 공공기관은 정책을 집행하는 기능, 즉 지자체로부터 업무와 중소기업 지원예산을 위임받아 중소기업에 보조금을 지급하거나, 기업지원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능에 초점을 맞춘다. 


그간 공공기관의 비효율성에 대해서는 각종 학술연구와 언론보도를 통해 지적되어 왔는데, 그 원인으로 정부(지자체)와 공공기관 간 공식적 업무위임 관계의 구조적 문제로 보는 견해가 있고, 대표적인 것이 ‘대리인(agency)이론’이다. 대리인이론은 주인-대리인이론이라고도 하는데, 이론의 핵심은 업무를 위임하는 과정에서 업무를 위임한 주인과 위임받은 대리인 간에 추구하는 목표가 다르거나, 보유한 정보가 다를 때(정보의 비대칭성) 발생하는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인간의 자기이익 추구 성향과 제한된 합리성을 전제로, 주인과 대리인 사이에 이해관계가 상충하거나 추구하는 목표가 다른 경우(인간의 자기이익 추구 경향 때문에), 주인이 기대하는 성과가 실제 성과와 차이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주인은 대리인이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는지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는데 비용과 노력을 투입하게 된다. 또한, 대리인의 업무 수행 결과가 주인이 기대한 성과에 미치는 못하는 경우에는 잔여손실(residual loss)이 발생하는데, 이러한 비용들을 ‘대리인비용’이라고 한다. 


주인과 대리인 관계에서 정보의 비대칭으로 인해 대리인이 제대로 업무를 하고 있는지 파악하지 못한다면 대리인의 도덕적 해이(moral hazard)가 발생할 수 있고, 제대로 된 대리인이 선택되지 못하거나, 적정한 보상이 대리인에게 주어지지 못하는 역선택(adverse selection)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정부(지자체)와 중소기업 지원 공공기관 간 업무가 수행되는 관계나 절차를 보자면, 정부(지자체)는 중소기업 지원 정책을 수립하고, 사업 단위로 업무를 기획하며, 연간 사업계획을 수립한다. 이 사업을 수행하는 공공기관은 세부 실행계획을 수립하여 정부(지자체)와 협약(계약)을 통해 예산을 지원받고, 이 예산을 사용하여 보조금 지원사업이나 공적 서비스 제공사업을 추진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정부(지자체)는 공공기관이 업무를 제대로 하는지 모니터링하고, 공공기관은 정부(지자체)를 상대로 위임받은 업무를 제대로 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 전자는 정부(지자체)가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하는 각종 업무평가 및 감사, 사업 진행 상황을 수시로 확인하고 점검하는 형태로 이루어지고, 후자는 정부(지자체)의 평가, 감사, 모니터링에 대응하는 데 공공기관이 투입하는 인력과 시간일 것이다. 


그렇다면 공공기관의 비효율성이나 도덕적 해이는 어떻게, 왜 발생하는가? 이는 공공기관과 정부(지자체) 관점을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 공공기관의 경우, 정부(지자체)의 정책목표를 달성하기 보다 예산과 인력 확보를 통한 기관의 외형 확대에 주력하거나, 업무의 효율성과 효과성을 높이는 데 소홀한 점 등을 도덕적 해이의 사례로 들 수 있다. 가령, 기업 관점에서 주인(주주, 채권자)의 목표는 이익극대화이므로 경영실적에 연동되는 기업가치 증대와 배당금 등을 추구할 것이다. 그러나 정부(지자체)는 이익극대화가 아니라, 공공기관을 통해 공공의 목적과 기능을 수행하여 정책목표를 달성하는 것을 최우선 가치로 삼고 있다. 중소기업 지원 정책의 경우,‘기업 성장’, ‘일자리 창출’, ‘지역경제 활성화’ 등이 목표가 될 것이고, 이러한 정책목표는 공공기관이 지향해야 할 가장 중요한 목표가 되어야할 것이다. 


정부(지자체)의 관점에서 대리인비용을 야기하는 원인을 보자면, 정책목표를 달성하는지 제대로 모니터링 하지 않거나, 또는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물론, 중소기업 지원의 정책목표인 ‘기업 성장’, ‘일자리 창출’, ‘지역경제 활성화’는 달성되었는지 여부를 측정하기 어렵고, 정책수단(공공기관에 위임한 업무)과 목표 간 인과관계가 명확하지 않거나, 업무 추진 성과가 나타나는데 걸리는 시간(중소기업 지원과 성과 도출 간 시차) 등으로 인해 정책목표 달성 여부를 파악하는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러한 한계와 더불어 순환배치라는 정부(지자체) 인사시스템 특성에 기인하여(업무 전문성 및 일관성 결여) 정책목표가 달성되었는지 여부를 파악하거나, 공공기관에서 업무수행을 할 수 있는 인프라나 제도·시스템이 제대로 갖추어졌는지 파악하기보다는, 지원사업이 절차에 따라 수행되고 있는지, 또는 관행적인 모니터링 차원에서 업무진행 상황을 주기적으로 파악하는데 집중하게 될 개연성이 크다. 




이러한 대리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다음과 같은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공공기관은 정책목표 달성을 최우선 가치로 삼아 업무가 재설계되고, 업무추진을 지원하는 시스템을 고도화해야 한다. 중소기업 지원 공공기관이라면 중소기업 성장과 일자리 창출을 목표로 업무가 재편되어야 하고, 이러한 기준에서 효과가 적은 업무(사업)는 개선하거나, 제외하는 게 타당하다. 효율적인 업무 추진을 위해 정보화 시스템 등을 활용하여 업무 프로세스를 효율화하고, 효과적인 중소기업 지원이 될 수 있도록 사업구조 및 프로세스를 고도화해야한다. 또한, 업무 추진결과가 정책목표 달성에 기여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성과지표가 명확히 설정되어야 하고, 이러한 지표가 달성되었는지 성과측정 및 분석에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정부(지자체)의 경우, 공무원의 전문성 확보가 중요하다. 특히 지자체 공무원은 업무 직군이 워낙 다양한데다 순환배치와 맞물려 중소기업 분야에 전문성을 갖춘 공무원이 양성되기 어려운 구조다. 순환배치는 장점도 많지만, 업무의 전문성을 담보하기 어렵고, 업무의 연속성과 일관성이 떨어지며, 장기적 성과가 도출되는 정책목표 달성보다는 단기적 성과에 집중할 수 밖에 없으며, 이러한 이유들로 공공기관(대리인)이 제대로 업무를 하는지 모니터링하는 것에도 한계가 있다는 단점이 있다. 중소기업 육성과 같이 전문성이 필요한 분야는 특채를 통한 전문가 채용이나 최소한 3~5년 이상의 근무기간을 정하는 게 효과적일 수 있다. 


또한, 뚜렷한 정책목표가 설정되고 이를 대리인인 공공기관과 명확하게 공유하고, 업무 위임에 있어 정부(지자체)와 공공기관이 해야 할 업무영역을 명확히 구분한 후에, 정책목표 달성 여부와 업무가 효율적으로 추진되는지를 중심으로 모니터링 하는 것이 중요하다. 


결국, 공공기관의 도덕적 해이와 역선택의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상호 간 ‘적정한’ 수준에서 정보 비대칭성이 해소되어야 한다. 여기서 문제는 이 ‘적정한’이라는 말인데, 적정한 게 무엇인지 정의하기는 매우 어렵다. 자칫 정보비대칭을 해소하기 위해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입하게 되면 위임받은 업무에 소홀하거나 공공기관의 자율성을 잃을 수 있다. 주인-대리인 비용과 문제를 최소화하면서, 정부(지자체)가 목표한 바가 최대한 이루어지는 방향으로 정부(지자체)-공공기관 간의 관계를 정립하고, 대리인 비용을 줄이는 제도와 시스템이 정착되어야 할 것이다.   * (공공기관의 자율성은 인센티브로서도 작용할 수 있음) 


공공기관이 제대로 일을 하지 못하고 비효율과 도덕적 해이로 비판을 받는다면, 이러한 피해는 중소기업 지원 공공기관의 고객인 중소기업은 물론, 우리나라 국민에게 가게 된다는 점을 상기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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