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래,생각

by 남새

나는 매일 삶는다. 나는 속옷과 수건 따로 2-3일만에 한 번 정도 삶는다. 나는 행주도 매일 삶는다.나는 빨래할 때마다 삶지.너는? 나는 여름 장마철에 수건에서 냄새 나면 그때 삶는다. 내 대답에 친구들은 말이 없다.


어릴 적 우리 엄마의 부엌에서도 김이 펄펄 나고 거품이 꿀렁꿀렁 넘치는 커다란 빨래통을 본 적이 있다. 나는 애들이 어릴 때 기저귀를 삶은 이후로는 빨래를 굳이 삶아야 하는 이유를 알 수 없어 냄새가 아니라면 빨래를 삶지 않는다. 그런데 며칠 전 행주를 삶느라 약속시간에 늦었다고 말하는 친구를 보며 생각이 많아졌다.


매일 빨래를 삶아 가족들에게 새하얀 속옷을 입혀야만 살림 잘하는 주부라는 소리를 들을 때가 있었다. 오래전 우리네 어머니들은 커다란 솥에 양잿물을 넣고 목화씨가 드문드문한 누런 광목을 푹푹 삶아 새하얗게 만들었다. 그 천으로 가족들 옷을 짓고, 앞치마도 만들고, 머릿수건도 만들고 이불 호청도 만들었다. 몇 날 며칠동안 입고 뒹굴던 흰 옷은 때도 잘 묻지만 묻은 때도 잘 지지 않아 매번 삶아야 했다. 새하얗고 깨끗한 옷을 입은 식구들은 엄마의 자랑이 되기도 했었다.


지금은 매일 옷을 골라 입고, 갈아입는다. 집집마다 세탁기가 있고, 마트 매대에 깔려 있는 세제는 너무 많아 고르기가 힘들 지경이다. 소독을 원한다면 99.9%항균세제까지 있다. 빨래는 하는 것 보다 널고 개는 것이 더 힘들다는 시대에 살고 있다.


빨래를 삶으면 적어도 30분이상 가스나 전기를 사용해야 한다. 가스렌지인 경우 불을 태우며 일어나는 일산화탄소와 이산화탄소등 유해가스가 엄청나다. 전기렌지의 경우에도 전기를 30분이상 사용해야 한다. 삶기 전에도 애벌세탁을 해야 하고 삶은 후에도 세탁을 해야 하니 세제도, 물도 이중이다.


합성세제에는 다양한 수질오염성분이 포함되어 있어 환경을 오염시킨다. 물의 자정능력을 감소시키고, 조류의 이상번식을 야기시킨다. 물의 독성문제가 생기게 되고, 발암 및 기형이 생길 수도 있다. 합성섬유를 세탁할 때 나오는 미세플라스틱 또한 바다를 위협하고 있다 세제회사는 팔기만 하면 그만이다. 사용하는 사람의 관심도 빨래를 깨끗하게 하는 데만 집중되어 있다. 그러는 동안 수질오염은 바다 뿐 아니라 우리가 마시는 물까지 위협하고 있다.

세제를 많이 쓴다고 세탁이 잘 되는 건 아니다. 오히려 잔류세제가 남아 피부질환을 야기할 수도 있다. 전염성 질병이 있거나 세균이 묻지 않는 한 매번 삶지 않아도 된다. 필요한 만큼만, 적정량의 세제를 사용하는 것으로도 환경보호를 실천할 수 있다.


환경오염으로 인한 기후변화로 지구의 물은 말라가고 우리나라도 이미 '물 스트레스국가'로 선정되었다. 우리나라는 강수량은 세계평균의 1.6배에 해당하지만 높은 인구밀도로 인해 1인당 총 강수량은 세계평균의 1/6에 불과하다. 세계경제포럼에 따르면 물수요는 글로벌 경제성장에 따라 현재보다 2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앞으로 우리나라도 물사정이 좋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수자원장기종합계획 2020발표는 우리나라 도서 및 산간일부 지역에는 물부족이 발생할 거라 전망하고 있다. 인간에게 물은 소중한 자원이다. 깨끗한 옷은 한 번 더 입고 세탁횟수만 줄여도 물절약으로 환경보호를 실천할 수 있다.


마트에는 세제가 넘쳐나고 수도꼭지를 틀면 물이 콸콸 나오지만 한 번만 더 생각하자. 세제가 얼마 한다고? 물세, 전기세 해 봐야 얼마 한다고? 그 얼마 안되는 돈을 아끼자는 얘기가 아니다. 한 걸음만 더 나아가서 생각하자. 우리의 아이들이 살아갈 지구환경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찾는 것도 좋지만, 하지 않아도 될 일은 하지 않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둑이 무너지지 않았던 건 작은 구멍을 막았기 때문임을 기억하자.


keyword
작가의 이전글아들의 여자친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