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과 사는 남자를 보고

by 배은경


오늘 제주는 비바람이 거세게 몰아치고 있다. 주차장에서 영화관까지 걷는 동안 우산은 바람에 뒤집히고, 빗줄기에 옷이 젖었다. 마치 영화 속 슬픔을 공감하는 듯한 날씨다.


관객층도 다양했다. 1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한 연령이 함께하고 있었다. 어린 학생들이 단종과 한명회를 보며 어떤 생각을 했을지...

그들의 생각이 궁금해졌다.


단종의 삶을 알고 있었기에 오늘의 영화는 손수건이 꼭 필요한 작품이었다. 영화가 시작되자 흘러내리는 눈물과 콧물을 조용히 닦으며 무겁고 애달픈 이야기에 마음이 미어졌다.


어린 나이에 왕위에 오르고 비극을 맞이한 단종(박지훈 님)의 내면이 섬세하게 그려졌다. 보수주인 (유해진 님) 단종을 향한 연민과 충심을 담은 깊은 눈빛은 인간적인 온기를 전해주었다. 궁녀(전미도 님)의 뜻함은 화 전체의 온도를 더욱 높여 주었다. 이미 역사적 배경과 인물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명회(유지태 님) 악랄함 보며 가슴이 쿵쾅거렸다.


호랑이를 향해 활을 겨누던 그 순간 단종의 눈빛, 만약 그 눈빛으로 백성을 계속 바라볼 기회가 있었다면...


역사는 가정법을 허락하지 않지만 영화를 보며 만약을 상상하게 된다. 백성을 향한 눈빛은 통치가 아니라 돌봄이 되고, 권력은 칼이 아니라 보호의 방패가 되었지 않았을까?


단종에게 만약 다시 기회가 있었다면, 그는 호랑이를 향하던 그 눈빛으로 백성을 품었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영화는 웃음과 해학, 감동이 교차하는 순간들이 많다. 무거운 비극적 서사 속에서도 관객의 숨을 고르게 해 주는 따뜻함도 함께 했다. 그러나 무력감으로 두려웠을 단종을 생각면 아직도 가슴이 아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