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 치마, 셔츠, 재킷에는 주머니를 항상 양쪽에 달라
메모 한 장에는 내가 세상이다라고 쓰고 다른 한 장의 메모에는 나는 아무것도 아니다라고 쓴 다 음 안전한 장소에 보관하라.(p143)
낸시는 두 쪽지를 모두 보면서 삶의 균형을 잡으며 살라고 한다. 사실 삶이라는 것이 어제는 내 세상이었다가 오늘은 아무것도 아님을 알게 되는 것이 일상의 삶이기는 하다. 그럼에도 늘 내 세상이길 꿈꾸며 잠자리에 들고, 아침이 되어 맞이하는 오늘이 자신의 세상이기를 바라며 일어난다.
여자는 한낱 망상일수도 허망한 꿈일 수도 있지만 우선은 자신이 아무것도 아닌 존재라는 인식보다는 ‘내가 세상이다!’라는 인식을 가지고 하루를 시작한다. 그리고 설령 자신이 세상인 오늘이 아니었다면 내일은 내가 세상이 될 것이라고 믿고 잠자리에 든다.
내가 세상인 세상. 그 세상의 주인으로 사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유별난 자신의 세상을 만들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면 주어진 삶에서 스스로 할 수 있는 것과 하고 있는 것이 특별한 것이라 여기면 된다.
나만의 세상인 오늘을 위해 지금을 만들고, 또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내일을 위해 소소한 것들을 계획하며 사는 것이 바로 내 세상이다.
여자는 노후된 엘리베이터 공사로 11월 초부터 얼마전까지 아파트 옥상을 이용해 옆라인 엘리베이터를 사용하며 지냈다. 이사와 3년을 살면서 한 번도 올라가 본 적이 없는 옥상을 본의 아니게 수시로 오르락내리락거렸다. 그곳을 올라가니 건물들 사이로 아주 멀리 바다가 보였다. 엘리베이터 공사가 아니라면 옥상을 오르락내리락거리지 않았을 것이고, 그곳에서 바다를 보지도 못했을 것이다. 올라가 보지 않았을 그곳의 풍경에서 바다를 발견한 것처럼 삶도 해보지 않으면 모른다.
하루를 특별하게 혹은 무의미하게 보내는 것은 각자의 선택이다. 내가 세상이 되는 것도, 세상에 속한 내가 되는 것도 또 아무것도 아닌 내가 되는 것도 모두 여자의 선택인 것이다. 낸시의 말처럼 삶의 균형도 필요하지만 일단 여자는 ‘나는 아무것도 아니다.’는 쪽지는 잠깐 접어두고 내가 세상이다! 고 말하는 자신을 선택한다. 오늘을 나만의 세상으로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