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빈에게 쓰다 51

51 인용하기

by 블랙빈

“내 기억에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또는 “대략 이렇게 말했다”라고 하자.(p262)


「51 인용하기」에서 낸시 슬로님 애러니 작가는 글을 시작할 때 "그 사람이 대략 이렇게 말한 것으로 기억한다"로 시작해서 써보라고 했다. 완벽한 문장을 옮겨야 한다는 강박을 내려놓고, 내 마음에 남은 그 말의 '결'을 따라가 보았다. 내게는 2025년 크리스마스에 선물받은 마이라 칼만의 『우리가 인생에서 가진것들』속 첫 문장 “여자들은 무얼 가지고 있나”라는 문장이 남았다.


나는 살아내면서 얻어지는 것이 운이라고 믿는다. 타고난 운도 있겠지만, 살아가며 갖추는 마음가짐과 태도로 채워지는 운이 더 많다고 생각한다. 매년 연말, 한 해의 수지타산을 맞춰보듯 얻은 것과 잃은 것을 정리해 보면 늘 얻은 것이 많음에 감사하게 된다. 과거는 지나갔고 미래는 알 수 없으니, 나는 그저 타인의 시선이 아닌 '나의 시선'이 머무는 행복을 좇으며 지금에 충실할 뿐이다.


나의 행복은 대단히 구체적이고 평범하다. 아침에 눈 떠 마주하는 남편의 "사랑한다"는 말, 멀리 있는 아들에게 전하는 "보고 싶다"는 인사, 그리고 잠들기 전 나누는 "잘 자"라는 평안의 안부. 이런 소소한 것들이 일상에 스며드는 것을 알아차리는 시간이야말로 내가 가장 소중히 여기는 '특별한 행복'이다.


마이라 칼만의 『우리가 인생에서 가진 것들』을 읽으며 자문해 본다.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나는 지금 무엇을 소중히 들고 있나? 혹시 그것을 들고 있느라 더 소중한 무언가를 놓치고 있지는 않은가? 내가 꽉 잡고 들고 있는 것이 내 삶을 짓누르는 '짐'인지, 나를 미소 짓게 하는 '선물'인지 살피는 것이 2026년의 숙제다.


이미 잃어버린 것에 대한 아쉬움보다는, 지금 내 손에 쥐어진 것들의 소중함을 잊지 않는 한 해가 되길 바란다. 내가 가진 것을 인지하지 못해 행복을 놓치는 슬픔을 범하지 않도록, 매일 아침과 저녁의 다정한 인사들을 더 꽉 붙들며 살고 싶다.


그리고 2026년 한 해 동안 마이라 칼만의 책으로 우리가 인생에서 가진 것들이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지를 잘 살피며 살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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