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빈에게 쓰다 59

59 이야기에서 위기가 끊임없이 이어지면 버거워진다

by 블랙빈

선택하고 솎아내라. 여러 이야기들 중 가장 좋은 이야기를 골라내고 같은 메시지를 전달하는 나머지 이야기들은 생략하라.(p296)


내가 시들어 가고 말라 가던 어둡고 무거운 시간에 대한 소회가 내 글의 전부다. 어떤 이야기를 써도 그 시간으로 겪었던 상실과 아픔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되어 이제는 한결 편안해졌다는 이야기로 귀결된다. 책을 읽고 나서 쓰는 서평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해서 낸시의 말처럼 나를 껴안고 있는 우울로 겪었던 아픔과 슬픔에 대한 이야기는 이제 덜어내고 소망과 열망을 담은 이야기를 골라내는 선택을 해야 한다.


이제 나는 온갖 감정들이 널을 뛰듯 뛰면 아무 말이나 마구 뱉어낼 해우소가 되어주는 나의 해방일지가 있고 또 마음이 힘들면 힘들다고, 몸이 아프면 아프다고 언제든 터놓고 말할 수 있는 가족이 곁에 있다는 것으로 위안이 된다.


내 안의 어두운 나를 덜어내기 위해 억지로 애를 쓰지 않아도 괜찮다고 말하는 내 편의 사람이 있다는 것으로 무겁고 버거운 내 삶이 맑고 가벼워졌다.


어두웠던 어제의 시간, 지나간 그 모든 것들에 대한 이야기는 대부분 다 글로 털어냈다. 이제부터는 어제의 무거운 내가 아니라 오늘의 가벼운 나, 나아가 내일의 밝은 나로 새롭게 살아갈 희망찬 삶에 대한 이야기를 쓸 차례다.


수없이 걸었던 길에서 모른 체 스쳐 지나갔던 풍경, 만났던 사람, 들렸던 말과 들었던 노래가 아니라 내가 마주하고 있는 풍경과 만나고 있는 사람과 나누는 대화와 듣는 노래들로 새로운 공간과 시간을 엮어내는 글을 쓸 차례다.


이제는 눌러놓았던 이야기를 풀어내는 것이 아니라 아니라 품었던 이야기들이 어딘가에 가 닿기를 바란다. 슬픔이 발화되고 아픔이 승화되어 찬란해진 내가 되어가는 과정을 담는 것으로 나를 붙잡고 있는 우울과 아름다운 이별을 하고 싶다.

해서 지금 내가 서있는 이 공간과 그리고 마주하고 있는 이 시간에서 눈앞에 펼쳐지는 이 세계를 있는 그대로 글로 쓰는 나와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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