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작은 용기가 필요한 순간이 있다.
악동 뮤지션의 수현의 ‘소리’에 잠을 깬다.
새벽 해가 뜨기 전, 멍한 채로 책상 앞에 잠시 앉았다가 이내 일어나 부엌으로 간다. 정신을 깨워 줄 차를 마시기 위해 물을 끓인다. 끓여진 물을 공도배에 붓고 차를 우린다. 80°C의 물에 향긋한 차가 우려 지는 3분에서 5분 동안 스쿼트로 허벅지의 근육을 단련한다. 느긋하게 움직이던 몸의 리듬이 이때부터 활기를 찾는다.
책상에 다시 앉는다. 따끈한 차 덕분에 마음에 온기가 퍼진다. 마음 틈 사이 무겁게 가라앉아 있는 것은 없는지, 가볍게 떠올릴 것은 무엇인지를 살피며 필사할 책을 펼친다. 만년필로 한 자 한 자 옮겨가며 노트를 채운다. 적다 보면 버려야 할 것과 남겨두어야 할 것들이 보인다. 조용히 묵상하며 내면의 소리를 듣는다.
나는 조금 더 자존감이 있고 충만한 사람이 되길 바랐다. 매일 아침 퇴행성관절염에 시달리는 손가락으로 필사를 하며 바라는 정체성을 찾고자 머릿속을 헤집고 다녔다. 한참을 헤매면서 알았다. ‘쓰기’보다 ‘읽기’가 더 먼저였다.
책장에 오래 꽂혀있던 책을 꺼내 읽었다. 책에서 몰랐던 내 모습을 보기도 하고, 익숙하고 친숙한 모습을 만나기도 했다. 밖에서 보내는 시간보다 집에 머무는 시간을 늘리고, 집안 일하는 짬짬이, 다른 일을 하는 틈틈이 책을 붙잡고 있었다. 혼자 ‘문학의 숲을 거니는 시간’을 탐독했다.
몰랐던 사실들을 알게 되면서 비어 있던 머릿속과 마음 안에 작가의 말이 채워졌다. 혼자 보내기 어려운 시간을 견디고 홀로 있어도 외롭지 않은 여유를 즐겼다. 더운 여름 냉장고의 시원한 맥주로 갈증을 풀어내듯 그렇게 묶여 있고 꼬여 있던 마음을 문학 작품과의 만남으로 풀었다. 부정의 의미를 지닌 감정들을 책으로 해소했다.
내 책장의 책들에서 서점과 도서관의 책으로 시선을 돌렸다. 사람들의 재밌다는 말에 솔깃해 사서 읽고, 책의 질감이 좋아 무조건 집어 들기도 했다. 끌리는 제목에 생각 없이 읽다가 낭패를 보기도 하고, 뜻하지 않게 인생책을 만나기도 했다. 그렇게 마구잡이식 책 읽기를 하고 1년이 지난 뒤부터 책을 고르고 시간도 정해서 읽는다.
이른 시간에는 가볍게 마음을 정리할 수 있는 에세이를 읽고, 오전에는 줄거리가 있는 문학작품으로 오후에는 내용이 조금은 묵직한 자기 개발서와 인문학 책들과 데이트를 했다. 만화책과 그림책, 동화책까지 포함된 책의 세계는 무궁무진하다. 사실 어느 장르를 어느 시간대에 읽어도 후회하지 않는다.
마트나 백화점에 물건을 자주 사러 가 본 사람이 실수도 하고 득템도 하면서 쇼핑의 기술이 늘어 가는 것처럼 책 읽기도 그러하다. 일단 읽어가다 보면 힘이 생긴다. 좋아하는 것과 좋아하지만 읽기가 어려운 것이 있고, 선호하지 않았으나 편안하게 읽히는 것을 만난다. 그렇게 읽다 보면 책을 대하는 힘이 생긴다. 손때가 묻어가면서 책에 내 감정의 결이 베어 들어간다. 잠들어 있던 의식이 천천히 깨어난다.
그동안 하지 않았던 것을 해보는 그런 시간을 잠시 가지는 것. 커피만 마셨다면 홍차를 마셔보거나, 동네길을 운동삼아 앞만 보고 걷기만 했다면 주변의 것들을 바라보는 산책을 하는 것처럼 책읽기에서도 여러 각도로 다양한 시도를 해 본다. 통째로 바꾸는 것이 아니라 한 조각을 빼거나 겹치게 만드는 중이다. 쓰디쓴 에스프레소를 마실 엄두가 나지 않는다면 아이스크림 위에 에스프레소를 부어 ’ 아포가토‘를 먹어보는 것처럼. 삶에 변화를 위해 작은 용기가 필요한 순간이 꼭 있다. 지금 이 순간 용기내어 행동해야 할 때가 찾아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