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숨구명, 쉼의 시간
하루 여행을 다녀왔다. 혼자만의 쉼의 시간이었다. 그곳에서 바람이 나무를 부르고, 나무가 바람을 부르는 소리를 들었다. 도시에 부는 바람이 낼 수 없는 아니 내지 못하는 소리를 듣는 것만으로 쉬어졌다.
일상에서 나를 피곤하게 만든 것들을 버리고 자연에서 얻은 즐거움으로 일상을 채우는 여행은 세상을 보는 시각도 풍성하게 만든다.
하루 하루를 살아보면 ‘삶’이라는 것이 추상적인 어떤 것이 아니라 현실적이고 직접적인 것임을 체험하게 된다. 별다를 것 없는 삶으로 권태로움을 겪을 수도 있고, 반대로 매일 매일이 별스러워 치열함과 격렬함에 시달릴 수도 있다. 어떤 것이든 삶에 상처를 만들어 내는 것들이 많아지면 일상이 아닌 다른 어떤 것이나 무엇에 털어 버려야 한다.
남편의 퇴직 후, 휴일의 의미를 지닌 일요일은 평일의 어느 하루와 다르지 않은 하루가 되었다. 일주일이 다 휴일이고 평일이다. 모든 날을 쉴 수도 있고 모든 날이 못 쉬는 날일 수도 있다. 해서 ‘쉼’은 어느 날, 어느 시간이 아니라 내가 쉬고 싶을 때 그리고 쉬어야 할 때 쉬는 것이 ‘쉼’이고, 휴일 역시 일요일이나 공휴일이라서 쉬는 날이 되는게 아니라 내가 쉴 수 있는 날이 휴일인 것이다.
쉼의 순간이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동일한 시각에 주어지는 것도 아니다. 아이들의 방학이 엄마들에게는 개학이고, 아이들이 학교에 가지 않고, 직장인들이 출근하지 않아도 되는 일요일이 전업주부들에게는 노동의 날인 것처럼 휴일이라고 다 휴일이 아니고 가족들이 쉬는 시간이 나의 쉼의 시간이 아닌 것이다. 그래서 모두가 쉴 수 있는 쉼의 날이 아니라 나만의 쉼의 날이 필요하다. 전업주부들은 평일에 쉼을 하고 학생들과 직장인들은 주말이나 휴가에서 쉼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
무엇을 거창하게 하거나 긴 시간을 할애하는 것이 아니라 나만의 힐링스팟에 가거나 편안함을 주는 어떤 것으로 쉼을 한다. 바람의 소리를 듣거나, 영화 한 편을 보거나, 바닷가를 걷거나, 동네 산책을 하거나, 멍을 때리거나, 잠을 자거나 등등. 몸과 마음을 쉬게 해 줄 것을 찾는다.
하루여행 중 ‘아홉산 숲’에서 바람이 나무를 부르고, 나무가 바람을 부르는 소리를 듣는 것으로 도시에 부는 바람과 나무들이 낼 수 없는 아니 내지 못하는 소리를 듣는 것만으로 쉬어졌다. 도시의 소음과 일상의 소리가 아닌 자연이 내는 소리가 들리는 곳에서 잠시 머물다 오는 시간만으로 힘이 난다.
스스로를 챙긴다. 열심히 살았다면 더더욱. 일주일의 하루가 아니라 하루 중 단 몇 분이라도 나를 위해 시간을 할애해 쉰다. 집안일을 멈추고 잠시 커피를 마시는 시간으로든, 보고 싶은 영화나 드라마를 보는 것이든. 무엇이든 어떤 것이든 나의 숨구멍을 곳곳에 만들어 둔다. 내 삶의 쉼의 시간으로 나를 사랑하고 내 시간을 존중한다.
삶은 계속된다. 나중은 없다. 지금 못하는 것은 나중에도 못한다. 새로운 길로 나서야 한다. 하고 싶고 얻고 싶은 것이 있다면 내를 건너서 숲으로, 고개를 넘어 마을로 발걸음을 내딛어야 한다.
내를 건너서 숲으로
고개를 넘어서 마을로
어제도 가고 오늘고 갈
나의 길 새로운 길
민들레가 피고 까치가 날고
아가씨가 지나고 바람이 일고
나의 길은 언제나 새로운 길
오늘도...... 내일도......
내를 건너서 숲으로
고개를 넘어서 마을로
-윤동주의 ‘새로운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