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북(BOOK) 소리에 홀리다.
쓰기를 하면서 모자람을 깨닫고 읽기에 집중하고 있다. 시간 날 때마다 드라마와 영화를 보던 시간이 책 읽기 시간으로 바뀌었다.
읽기의 방법으로 한 가지만 고집하지 않는다. 많이 읽기와 깊게 읽기 그리고 한 권을 여러 번 읽기를 다하고 있다. 올해 서평단을 하게 되면서 내가 읽고 싶은 책에 출판사가 보내주는 책까지 더해져서 다독에 비중이 더 높아지고 있지만 그래도 깊게 읽기 위해 문장을 쓰고 그 순간 생각난 것들을 남겨두고 있고, 몇 년 전 박웅현 작가의 ‘책은 도끼다.‘라는 책을 읽고 작가를 따라 도끼로 삼아놓은 책들도 중간중간 꺼내 읽는다.
읽으면서 알아간다. 책을 읽는 데는 어떤 방법이 있는 것이 아니라 그냥 읽으면 된다는 것을. 무슨 방법이 필요하고 어떤 도구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시간만 있으면 되고 책에 내 시간을 할애할 마음만 있으면 된다는 것을.
관심을 갖게 되면 그 관심의 대상에게 애정이 생긴다. 생겨난 애정덕에 없던 시간도 만들어 낸다. 언제부터 책을 읽었는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지금 읽는 것에 무게 중심을 둔다. 무엇이든 할 수 있을 때 해야 하고 하고 싶을 때 해야 한다. 다음이라는 시간은 없다.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진 시간이지만 그 시간은 늘 기다려주지 않는다. 아프면서 무기력해지면서 시간이 무서웠다. 아무것도 할 수 없고 하지 못하는 시간 동안, 흐르지 않는 시간이 공포스러웠다. 무기력하게 있는 나 자신에게 어떤 것도 해주지 못하는 스스로를 탓하기만 하면서 멈춰있었다.
세상이 잠든 시간, 잠이 오지도 않는 그 시간을 버티면서 눈만 감고 있었다. 떠오르는 잡다한것들 중에 할 수 있는 것을 뒤지다 이어폰으로 수면으로 이끌어 준다는 소리를 찾았다. 멈춰 있던 시간을 오디오 클립의 ASMR 사운드인 물소리, 빗소리, 바람소리를 들으며 흘려보냈다. 그러다 어느날 우연히 오디오북에서 북소리를 듣게 됐다. 편안했다. 눈을 감고 가만히 누워 귀에 들려오는 북소리로 공포스러운 시간을 잠재웠다.
버티고 이겨내며 시간을 흘려보내는 소리대신 북소리에 홀려 잠들었다. 그 밤, 잠결에 들었던 북소리가 궁금해 낮에도 들었다. 일상생활을 하는 틈틈이 듣는 북소리가 생기가 되어 북도락(Book道樂)이 되어주었다.
나를 지나가는 시간과 다가오는 시간이 두렵지 않았다. 북도락으로 나를 일으켜 세우고 밖으로 나와 걸었다. 봄의 소리가 북소리와 함께 들려왔다. 겨울을 버텨내고 있던 나목에 새순이 돋아나듯 그렇게 깨어났다. 여리고 연한 잎으로 그렇게 조금씩 세상의 햇살을 온몸으로 맞으며 봄기운을 마주하는 나무처럼 살아났다.
밤에는 잠을 부르고 낮에는 활력을 불러오는 북소리로 북도락을 하며 나를 찾았다. 찾아가는 길에 만나는 나를 글로 표현하며 숨어 있고 숨겨 두었던 자아를 발견하기도 했다. 그렇게 북소리로 숨바꼭질을 하면서 술래가 되기도 하고 숨은 아이가 되기도 하면서 조금씩 성장했다.
이제는 듣는 북소리를 넘어 눈으로 읽어가며 북의 소리를 찾는다. 북소리만 들었던 ‘나’에서 북 속에 있는 소리가 말하는 의미를 찾는 ‘내’가 되려고 노력한다. 북소리를 만든 작가의 내밀한 언어를 귀가 아닌 머리로 알아차리기 위해 애를 쓴다. 하다 보면 언젠가는 마음으로 이해하는 북소리 청취자가 될 것이라 믿는다.
오늘도 북소리를 따라 걷고 북소리에 홀려 책을 펴 들며 북도락기행 (Book道樂紀行)을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