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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블랙빈 May 16. 2023

올드우먼의 리딩과 라이팅

6 매주 화요일 11시 28분, 진심을 만나는 시각

질문을 하며 민음사의 세계문학 전집을 읽기 시작했다. 옳다 옳지 못하다는 가치 판단을 할 수있는 철이 든다는것은 어떤 것인지. 나는 선의를 가르치는 어른인지. 타인의 말을 마음으로 듣는 사람인지. 독립된 세계의 주인으로 살고 있는지. 삶의 초점은 어디에 맞춰져 있는지. 그리고 나는 이성적 인간인지 감성적 인간인지. 질문을 만들고 답을 찾기 위해 진심으로 문장들을 오래 깊게 쳐다보며 읽는다.


진심으로 보게 되면서 책의 문장들이 전과는 다르게 보인다. 예전에는 지나쳤던 문장에 진심이 가 닿으면 문자의 결이 달라진다. 깊게 들어오는 글자를 필사하며 문득 궁금해진다. 내 진심은 지금 어디에 가 닿아있는 걸까.


거짓이 없는 참된 마음인 진심을 찾으러 장이 담긴 장독을 들여다보듯 나를 본다. 진심이 진심에 닿기까지는 장독에서 장이 익어가듯 정성과 노력이 필요하다. 마음이 서로 연결되고 시간이 맞닿아야 한다. 진중珍重한 마음으로 지켜보며 참아내기도 하고, 행동으로 실천하는 진실된 모습도 있어야 한다. 진심을 찾아내고 다가가서 만나고, 친해지고 싸우고 헤어지고, 다시 화해하고 기다리고 만나기를 하는 부단한 수련의 시간들을 버텨야 한다. 그렇게 기다리고 익어가기를 반복하는 시간과 몸의 수고로움이 있어야 진심이 생겨난다.


어렵게 생겨난 참되고 변하지 않는 나의 심중心中을 찾고 만나려면, 보여주기 식의 어떤 것이 아닌 나만의 정조情操가 내 안에 있어야 하는 것이다. 해서 진정성이 담긴 진심을 찾기까지, 내가 담긴 나만의 진심이 되기까지 그 과정이 험난할 수밖에 없다. 간신히 붙잡은 내 마음 한 조각이 아닌 온전히 다 담긴 마음을 찾고 얻기가 그래서 더 고되다.


어렵사리 힘들게 찾아 놓고도 남들 앞에 보이는 것을 망설인다. 들키면 안 되는 것처럼 마음속 장롱에 넣어 둔다. 가끔은 너무 깊숙이 넣어두는 바람에 기껏 찾아낸 진심을 보여주는 것이 더 힘겨운 일이 되기도 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어떻게 보여주어야 진심이 진심으로 보여 질지 난감해진다.


내가 가진 소박한 말로 설명하기 위해 표현'력'을 끌어 모은다. 진심이 닿아있는 진심에게 고맙다, 사랑한다, 너로 인해 행복하다 말하면서 용기勇氣를 내어 용기容器에 담는다. 애를 쓰며 용기에 담아낸 나의 진심 ‘글쓰기’를 마주한다.


진심이 닿아 진심이 담긴 글쓰기를 브런치에 싣는다. 아침 겸 점심으로 먹는 식사로 과하지 않는 한 끼를 의미하는 브런치. 글 쓰는 사람과 읽는 사람 모두 과중한 부담이 없는 읽고 쓰기 자유로운 곳. 글쓰기에 진심인 사람들이 각자의 진심을 반상飯床에 담아 지어낸 맛있는 밥이 가득한 곳이다.


머릿속 생각에만 머물러 있었던 것들을 끄집어내 단어로 문장을 만들어 진심을 표현하면서 혼잣말로 웅얼거리던 말이 누군가에게 하고 싶은 말로 바뀌었다. 나를 위해 쓰는 글로 나를 이용하면서 스스로 기특해하고, 내 글을 읽고 공감해 주는 이들에게 감사하고 감동받는다.


고전 읽기로 시작된 질문으로 진심인 글쓰기를 찾고 만나고, 그 진심이 담긴 글을 브런치에 발행하면서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는 것이 진심의 시작임을 깨닫는다. 화요일 11시 28분, 내 진심을 만나는 시각. 진심을 담아 차려낸 밥상 브런치에 진심을 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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