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고마웠다 그리고 사랑한다.
이미 늦었다고 생각하는 당신을 위한 『김미경의 마흔 수업』과 내 아이의 미래를 위한 김종원의 『부모 인문학 수업』을 읽었다. 기대하지 않았던 수업에서 뜻하지 않는 위로와 위안을 받고, 유익한 정보를 얻었다.
책은 마흔이라는 나이가 갖는 의미를 재정의 해야 한다는 말로 공감을 안기며, 과연 삶이 완성되는 나이가 언제인지 스스로에게 묻게 만들었다. 답을 찾아가며 쉰을 훌쩍 넘고 예순을 코 앞에 두고 달려가는 지금도 아직 완성된 결과물이 아닌 결과물을 만들어 가는 나이로 나아가는 과정의 시간에 있음을 자각하게 했다. 100세 인생에서 이제 절반을 조금 지나왔을 뿐이다.
마흔의 나를 만나기 위해 다이어리를 찾았다. 2006년의 첫날, 서울살이 2년 차였던 그때. ‘주님께 감사하며 내 가족이 행복해서 내가 행복하기를....’이라는 한 문장으로 시작된 다이어리는 감사보다 청원이 많았다. 바라던 것이 많았던 만큼 마음에 열망이 가득했다. 허기진 마음이 채워지지 않아 더 기도에 매달렸다. 성경공부를 하고 성령세미나를 다니고. 주님을 붙잡고 살았던 마흔의 시간을 들여다보면서 희망하던 것들을 채우기 위해 마음의 허기짐을 채우기 위해 기도했던 나를 만났다. 바람과는 다르게 매번 세상의 바람에 휘청거렸다. 세속적인 갈망을 채우기 위해 마음을 비워야 했음에도 욕심을 내며 더 채우려 했다. 조바심을 냈다. 알면서도 모른 척 바람을 내 안에 가두어 키웠다.
남편과 함께 살아가는 사회에서 살기 위해 욕망에 휘청거리고 넘어지고 다시 일어나는 시간을 보냈다. 매일 맞이하고 싶은 좋은 바람이 헛된 바람이 되어 불어올 때마다 들썩이며 나풀거리는 나를 내려놓지 않았다. 해서 마음이 늘 헛됨 속에 있었다. 이런 나를 깡마른 몸으로 견뎌야 했던 아들의 모습이 보였다. 지나간 자리마다 흔적처럼 남은 자국을 보며 마음이 뻐근하다. 눈을 감았다. 혼자 말없이 자신의 세계를 만들며 자랐을 아들의 모습을 마주하니 눈물이 차오른다.
어디서부터 ‘간섭’이고 어디까지가 ‘개입’인지 몰랐다. 김종원 작가의 말대로 아이에게 ‘간섭’이 아닌 ‘개입’으로 느껴지게 하기 위해서 자신만의 기준을 세우고 자신만의 생각을 생산할 수 있는 엄마여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내 기분에 따라 상황에 따라 너무 깊이 관여해 아이의 단독성을 훼손하고 때로는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 아이의 창의성을 죽이는 일을 반복했다. ‘간섭’과 ‘개입’이 다 사랑이라 확신했다.
엄마로 수신修身을 제대로 못해서 아들과 제대로 수신受信이 되지 않았다. 그때의 나는 열려있는 엄마처럼 말하면서 닫힌 행동을 했고, 듣지 않으면서 들은 척했다. 말하라고 하면서 입을 막았고 막힌 입을 뚫고 나오는 말은 쓸데없는 말이라 여겼다. 그런 모습의 내가 마흔에 있었다.
분명 즐겁고 행복했던 것들도 많았음에도 묵묵히 회상하는 시간으로 그 시간들을 돌아보면 왜 후회스러운 일들과 마음 아픈 것들만 생각이 나는지. 생각의 조각들을 맞춰 나가다 보면 행복의 시간은 잊히고 반성의 시간만이 남는지. 후회와 반성의 것들을 품에 안고 기억의 골목길을 찾아 들어가며 살았던 집들을 하나씩 들여다보고 그 집에서 보냈던 나를 본다.
서툰 마흔의 내가 있기 전 더 헤매고 있는 서른의 내 모습을 보면서 그래도 조급한 마흔의 내가 서른의 나를 다독이며 걸어왔음이 보인다. 성급한 마흔의 나를 조금은 여유로워진 쉰의 내가 또 다독이며 데리고 왔고, 쉰을 넘긴 지금의 나를 온화해진 예순의 내가 데리고 걸어갈 것이다. 그렇게 인생의 골목길에서 조금씩이나마 성장하고 변하하며 어제보다 나아진 걸음걸이로 걷는다.
시간을 되돌릴 수 없고, 인생수업은 끝이 보이지 않는다. 수업을 들으며 배운 것을 익혀가며 지금이라도 그 배움이 흐트러지지 않도록 하는 수밖에. 나이 듦에 여유로움과 온화함이 나의 모습이 될 수 있도록 어제의 기억의 조각을 맞춰감에 있어 아픈 것이 아닌 기쁜 것으로 채워질 수 있도록 애쓸 수밖에. 간섭과 개입을 적절히 하지 못했지만 무한 사랑으로 키워낸 아들이 자립해서 즐겁게 지내고 있으니 그 시간이 약이 되었다 믿는 수밖에.
이제 기억 안 골목길을 찾아 나서는 나를 만나더라도 잘못했다는 반성보다 열심히 살았음을 칭찬하는 나로, 나름 고생하며 살아온 나에게 미안하다는 말보다 잘했다 수고했다 등 토닥여주며 격려하는 말로 나만의 인생 해석집을 만들어야겠다. 책으로 배운 것들을 잊지 않고 기억 속 휘청거렸던 마흔의 나에게 예순이 다가오는 내가 ‘고마웠다. 그리고 사랑한다.’는 말부터 해석집의 첫 페이지에 적어야겠다.
나만의 인생 해석집이 없으면 남이 정해주는 대로 살 수밖에 없다. 말로는 주도적인 인생을 살고 싶다고 하지만 우리 대부분은 사회가 합의한 룰에 맞춰서 살아간다. -김미경의 마흔 수업(p114)
많은 부모가 정확히 지점을 찾지 못하고 언제나 후회한다. 때로는 너무 깊이 관여해 아이의 단독성을 훼손하고, 때로는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 아이의 창의성을 죽이기도 한다. -김종원의 부모인문학 수업(p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