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시작은...
브런치 작가가 되고 싶어 시작한 글쓰기가 아니었다. 그럼에도 어느새 브런치에 글을 올리기 위해 글을 쓰는 내가 되어갔다.
내 안에 너무 많은 나를 비워내기 위한 글쓰기였다. 아니 나를 위한 편지였다. 나를 위해 나에게 쓰는 마음의 편지였다. 그 편지가 어느새 너에게 쓰는 편지가 되었고 그러다 보니 쓰고 싶은 대로가 아니라 잘 쓴 것처럼 보이게 쓰고 싶었다. 바이런 게이티가 이야기를 지어 내지 말라고 했음에도 자꾸 작위적인 상황으로 나를 몰아갔다.
고질독(고전을 읽고 나에게 질문하는 독서) 모임으로 알게 된 낸시 슬로님 에러니의 『내 삶의 이야기를 쓰는 법』을 읽으며 ‘자신의 관점을 누군가에게 들려주는 것이 얼마나 강력한 효과를 발휘하는지 안다. 나는 누군가가 들어주는 것, 그것도 판단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들어주는 것이 치료제라는 것을 안다.’(p14)는 문장을 보면서 ‘아! 그렇구나.’ 싶었다.
내가 쓰는 글이, 나를 위해 쓰는 편지가, 나의 관점을 누군가에게가 아니라 나에게 들려주고 그것을 판단하지 않고 들어주는 것이 내가 스스로에게 주는 처방전임을 알았다.
그녀가 알려주는 방법대로 A부터 Z까지 천천히 음미하며 책을 읽고 육십 아홉 개의 글감으로 나의 이야기를 나의 목소리로 쓰다 보면 나를 지키고 사랑하게 만들 나만의 치료제가 만들어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8월의 첫 번째 화요일, 호기롭게 낸시 슬로님 에러니의 손을 잡고 너에게가 아니라 나에게 ‘블랙빈에게 쓰다’를 시작한다. 내 안의 작은 희망을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