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왜 쓰는가-당신의 책날개에 들어갈 글을 써보자
“내가 글을 쓰는 이유는 오로지 내가 무엇을 생각하는지, 무엇을 보고 있는지, 내가 보고 있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리고 내가 무엇을 원하고 또 두려워하는지를 알기 위해서다.”-조앤 디디온 (내 삶의 이야기를 쓰는 법, p18)
2023년 7월의 첫날, 블랙빈은 고질독모임을 통해 알게 된 낸시 슬로님 애러니의 『내 삶이 이야기를 쓰는 법』을 읽었다. 여자는 낸시의 책으로 책에서 알려주는 방법으로 ‘블랙빈에게 쓰다’를 쓰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리고 ‘왜 쓰는가’라는 질문을 받았다.
여자는 남편을 내조하고 아들을 키우며 아들과 함께 자라고 키워지는 시간으로 만족했던 전업주부였다. 빈 둥지 증후군이었는지 아니면 허영을 내려놓는 과정이었는지 여하튼 무정한 시간에 찾아온 갱년기 우울증으로 하루하루를 무료하게 지냈다. 그저 그런 날로 재미없게 살다가 탈출구로 알게 된 블로그에 하루의 단상을 포스팅하면서 달라졌다.
글을 쓰며 여자는 삶에서 자신이 겪었던 경험들보다 더 힘든 일도 거뜬히 버티고 이겨내며 씩씩하게 되받아 치는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부딪혀오는 삶에서 겪어야 하는 일을 회피하지 않고 견디고 싸우며 가족들과 행복을 찾아내는 사람들의 글을 읽으며삶의 의미가 무엇인지, 보이지 않는다면 스스로 그것이 무엇인지 찾아야 하는 것임을 다시 알아간다.
아픔은 너만 겪는 게 아니라고 혼자 속 끓이지 말고 힘들면 힘들다고 그러니 도와달라고 하면 된다는 말에 힘을 받고, 혼자만 겪는 갱년기 우울증이 아니니 그 정도는 충분히 벗어날 수 있다는 말에 용기를 내어 털어놓는다. 고통을 참고 속으로 삭이지 않고 필요한 약을 찾고, 원하는 것을 달라고 말하고, 상대를 관조하는 시각에서 자신을 응시하는 시각으로 방향을 틀었다.
상황을 판단해서 필요한 것과 불필요한 것을 나누는 천칭저울의 잣대를 가지고 있는 블랙빈은 나누는 일을 멈추고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보는 법을 연습하기 시작한다.
결혼생활 30년 동안 좁은 시야 속에서 갇혀있던 자신의 시선에서 비로소 벗어나 자유로움을 얻고, 스스로 자신을 묶었던 시각을 풀어 열려있는 사고가 가져다주는 행복을 찾는다. 규율과 통제로 압박했던 것에서 ‘나’를 내려놓기 시작한 것이다.
이제 여자는 잠들기 전에 ‘바꿀 수 없는 것을 평온하게 받아들이는 은혜와 바꿔야 할 것을 바꿀 수 있는 용기와 이 둘을 분별하는 지혜를 달라’는 ‘라인홀드 니버의 기도’를 하며 감사일기를 쓰고, 새벽에 일어나 자신의 루틴이 된 필사로 자신의 의식을 깨운다.
무엇을 생각하고 무엇을 보고 있는지, 보고 있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리고 무엇을 원하고 두려워하는지 알기 위해 글을 쓴다. 매일 ‘왜 쓰는가’를 스스로에게 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