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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빈에게 쓰다

6 어떻게 시작하건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쓰라-감정과 다른 행동의 경험

by 블랙빈


사실 겁난다.

지금 가지고 있는 불안이

어떤 일로 다시 촉발되어

우울로 흘러가게 될까 무섭다.

그 흐름이 늪이 되어

또 자신을 집어삼키게 될까 봐 두렵다.

한번 더 우울의 늪에 잠기면

처음처럼 빠져나올 용기가 여자는 없다.


책으로 글쓰기로

붙잡고 있는 이 시간마저도

의미가 없다고 느껴지는 날이 오면,

삶을 이어갈 희망이 사라지면

무엇을 잡고 살아야 할지 막막하다.


불안이 또 불안을 몰고 온다.


속 마음을

정처 없이 풀어헤친다.

마음을 눌러 두었던 돌덩이를 치운다.

의식의 한 구석

생각하고 있던 것을

활자로 내어 놓는 연습을 하니 후련하다.


'오로지 글을 쓰는 행위를 통해서만

내가 정말 어떤 감정을 느꼈는지

제대로 파악할 수 있다.'(p45)


자신을 들여다보며

겸연쩍은 감정을 내려놓고

글을 발행하는 여자의 시간은 맹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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