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펜 달구기-두 번째 와플을 쓰라
첫 번째 와플도 쓰지 못했는데 두 번째 와플을 쓰라고 하니 난감하다.
여자는 스스로 자신의 존재를 인정하는 것으로 존중받고 싶어 한다. 결혼 후 여자가 하는 일이나 말에 전적으로 신뢰를 했던 남편 덕에 자존감을 잃지 않고 살았다. 그럼에도 고집이 있는 남편으로 가끔 벽에 부딪히는 일이 생길 때마다 여자는 좌절을 맛봐야 했다. 서로의 의견을 조율해 가는 시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지쳐갔다. 이제는 여자와 남편의 대화는 교집합의 구역외의 각자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는 것으로 무언의 합의가 이뤄졌다.
지금의 시간을 살아가며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있는 여자는 남편의 눈에 비치는 자신의 모습이 어떤지에 대해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보이고 보여주는 것을 내 시선으로 고집하지도 않는다. 서로의 존재가 서로에게 필요한 존재라는 명제가 참이라는 사실을 인지한 이후로 각자의 모습이 서로의 마음에 다 들어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났다.
여자는 여자의 모습이 있고, 남편은 남편의 모습이 있는 것이다. 여자는 남편과 소와 사자처럼 살았다는 사실을 『쓰는 사람 이은정』을 읽으며 알았다. 초식동물인 소가 육식동물인 사자에게 풀만 주고 반대로 육식동물인 사자는 초식동물인 소에게 고기만 주었다는 사실을 서로가 몰랐다. 상대가 행복해하는 것을 주는 것이 아니라 각자가 좋아하는 것을 상대가 좋아한다고 착각을 한 것이다. 진정한 배려나 사랑은 내 입장이 아니라 상대의 입장에서 해야 하는 것임을 뒤늦게 깨달은 것이다. 이은정 작가의 말처럼 인간에게는 소나 사자에겐 없는 ‘언어’라는 훌륭한 도구가 있으니. 말하면 된다. 상냥하게 거절하고 부드럽게 부탁하면 된다.
책 읽기와 글쓰기로 갱년기 우울증이 사라지는 존재가 아님을 깨닫고 공생하는 법을 배워나갔던 것처럼 건강한 성장기 어른으로 남편과 공생하는 방법을 책 읽기와 글쓰기 그리고 통필사로 알아간다.
세상을 담은 책을 읽어가며 나의 문장을 찾아 글로 쓴다. 이것이 여자의 두 번째 와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