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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블랙빈 Sep 07. 2023

블랙빈에게 쓰다

13 같은 이야기를 다르게 써보자-생각, 핵심주제, 견해를 다르게

같은 이야기를 다르게 쓰는 것. 그것도 생각 하나, 핵심 주제 하나, 견해 하나를 다르게 해서 쓴다는 것이 생각처럼 되지 않았다. 여자에게 개인적인 어떤 일을 주제로 놓고 쓰기란 더더욱. 결국 여자는 요즘 읽고 있는 고전 읽기에서 번역서를 읽으면서 가졌던 편린들로 글을 쓴다.


1 외국의 유명 작가의 책을 읽다 보면 번역된 글이 아닌 원서에는 어떻게 표현되어 있는지가 궁금할 때가 있다. 번역가의 의도가 들어간 번역서들은 원문에 충실하게 번역됐다고 하지만 번역가의 견해로 해석되어 있다. 미세하지만 다른 그 견해의 차이만큼 표현된 문장도 조금씩 그 결이 다르다. 여자는 우리나라 작가의 책을 읽고 서평을 쓸 때 어디에 초점을 맞춰 쓰느냐에 따라 책이 전달하는 것이 달라지는 것처럼 번역도 그러하다고 생각한다. 해서 가끔은 영어공부를 해서라도 원서를 읽어보고 싶다는 의욕이 생길 때도 있다. 하지만 이내 포기하고 여자의 시선이 편하게 머무는 번역가의 문장을 찾아 책을 고른다. 원작의 시선이 아니면 어떠랴. 번역가의 시선이 자신의 시선이 되면 되는 것이다.


2 헤밍웨이는 “현대 미국 문학은 마크 트웨인의  『허클베리 핀의 모험』이라는 책 한 권에서 비롯되었다. 그 이전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이후에도 그만큼 훌륭한 작품은 없었다.”라며 그에 대한 강한 존경을 드러냈다. 헤밍웨이가 존경하는 마크 트웨인의 『허클베리 핀의 모험』을 구입해서 읽었다. 헤밍웨이가 느꼈던 감흥이 느껴지지 않았다. 이유가 뭘까 곰곰이 생각했다. 결국 여자는 이 책을 번역한 김욱동 교수님의 『허클베리 핀의 모험』을 읽은 것이다. 해서 헤밍웨이가 발견한 작가의 위대함을 발견하지 못했다. 대신 김동욱의  『허클베리 핀의 모험』으로 허클베리 핀과 조의 우정과 모험심에서 재미와 즐거움을 찾았다. 원작의 책에서 작가가 구사한 원어의 방언들과 예술적인 문체가 번역가의 문장이 되면  원작이 주는 섬세한 감흥은  줄어들지만 원작이 갖고 있는 풍자의 재미가 달라지지는 않는다.


3 박경리 선생님의 토지를 읽고 있노라면 이 책이야 말로 노벨문학상을 받아도 무리가 없는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문제는 이 책을 외국어로 어떻게 번역하는 가이다. 경상도 하동의 평사리 마을 사람들이 사용했던 사투리를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 물론 쉽지 않은 일이다. 그렇지만  『파친코』로 경험치가 있는 독자들이라면 번역가의 문장으로 평사리 사람들의 말투에 묻어있는 정서를 읽어낼 것이다. 어렵지만 할 수 있는 일이다. 해서 누군가 한강의 『채식주의자』가 해낸 일을 언젠가는 해 내지 않을까 희망을 걸어본다. 최소한 그 시절을 온전히 살아내서 살아남은 평사리 사람들과 그 자손들의 삶은 그대로 전달이 될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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