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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블랙빈 Sep 12. 2023

블랙빈에게 쓰다

14 모든 사람이 스토리텔링 재능을 타고나지는 않는다

‘모든 사람이 스토리텔링 재능을 타고나지 않는다. 같은 주제의 글을 두 번 쓰라’는 낸시의  말에 여자는 시각을 비틀어서 봐야 할 자신의 일상에서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책, 그중에서 번역서를 바라보는 시선에 대해 생각했다.


1

『이방인』은 『이방인』 다웠다. 알베르 카뮈가 이 책에 담고 싶었던 ‘부조리’가 『이방인』에 있었으나 여자는 찾지 못했다. 여자에게 뫼르소는 부조리한 사회 속으로 스스로 걸어 들어간 그저 낯선 사람일 뿐이었다.


출판사마다 뫼르소가 걸어가는 방향은 같았으나 그 방향으로 가는 방법에서는 차이가 났던 번역서들이 여지를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여러 출판사 중에 여자의 시선이 머문 세움 의 책을 골라 읽으면서도 중간중간 덜컥거렸다. 번역서는 번역가의 시각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다. 원작가의 의도보다는 번역가의 의도와 시선을 따라가며 바라보게 된다. 해서 뫼르소의 모습과 뫼르소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각은 번역가 이정서의 시선에서 바라봐야 했다. 그리고 그 시각은 출판사마다 미묘하고 미세한 차이가 있었다.


작가의 의도든 번역가의 의도이든 책이 가는 방향은 같다. 오역이든 의역이든 그 문장의 본질은 변함이 없겠지만 작가가 전하는 의도는 번역가에 따라 다르게 전달될 수 있다. 그 방향을 따라 가든 아니면 자신의 방향을 찾으며 읽든 책을 읽어가는 독자의 방향까지 책이 정해주지는 않는다. 그저 각자의 방법대로 방향을 찾아 가는 것이다. 해서 잘 골라야 한다. 그 방향으로 나아감에 있어 터무니없는 방법을 택한 것으로 난항을 겪지 않도록 자신의 눈과 걸음이 어디를 향해 어떻게 무엇을 하면서 갈지 신중하게 선택해야 한다. 책을 받아들이는 것은 작가의 몫이 아니라 독자의 몫이다. 언제나 옳은 책은 지금도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으므로.


2

독서모임에서 『이방인』을 읽었다.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 뫼르소는 이해하기 벅찬 남자였다. 그의 입장에선 수많은 독자 중의 한 사람인 내가 자신을 어떻게 보든 상관하지 않을 것이다. 알베르 카뮈도 모든 독자들이 뫼르소의 시선으로 이 소설을 읽을 것이라고 기대하지는 않을 것이다. 서로가 각자의 시선에서 보고 싶은 것을 바라볼 뿐이다.


외국 출판물은 번역이라는 과정을 거치면서 원작자의 시선이 아닌 번역가의 시선으로 바뀌어 출간된다.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 역시 원작자의 시선이 아닌  번역가의 시선을 거쳐 독자들에게 오는 것이다. 프리즘을 통과한 빛에서 어떤 색을 보게 될지는 보는 사람의 시력에 의해 결정된다.


세상의 모든 책은 작가의 손을 떠나 독자의 손에 들어오는 순간부터 작가의 의도와는 별개로 독자의 의도대로 읽힌다. 책을 바라보는 입장이나 시선은 각자의 몫인 것이다. 해서 가독성과 독해력에 따라 받아들이는 속도와 이해력이 달라진다. ‘어느 작가의 어떤 책은 재미가 없어!’라고 말하기 전에 그 책을 읽는 자신의 시력과 시각이 그 작가의 문장을 쫓아가기 버거운 이유를 살펴야 한다.


여자는 알베르 카뮈가 만난  『이방인』의 뫼르소를 만나려고 노력했으나 실패했다. 자신의 시력과 시각이 번역가의 프리즘을 제대로 통과하지 못했다. 자신의 시선이 어디를 향해 있는지 찾아내지 못했다.



3 번외

카뮈 번역의 대가 김화영 교수가 번역한 민음사  『이방인』 속의 문장

“네 년이 나를 골려먹으려고 했겠다. 나를 골려 먹으면 어떻게 되는지 가르쳐 주지.”(민음사 2015년 3월 11일 인쇄, p45)도 개정되면서 "넌 날 무시했어. 넌 날 무시했어. 나를 무시하면 어떻게 되는지 가르쳐주지.“(민음사 2023년 6월 7일 인쇄 p51) )로 바뀌어 번역되어 있다. 그리고 2013년 세움 출판사 이정서 님의 번역은 ”당신이 그리웠어, 그리웠다고. 내가 그리워했다는 걸 당신에게 알려 줄게.“(세움, p59)로 되어 있다.


레몽이 여자친구를 가해하는 장면이 이렇게 다르게 표현되어 있다. 원서의 « Tu m'as manqué, tu m'as manqué. Je vais t'apprendre à me manquer. » (원서 p.57)를 직역하면 이정서의 번역에 가깝다. 사람마다 같은 것을 봐도 자신이 전달하고 싶은 것이 다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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