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부들은 찔끔찔끔 내린 비가 갈증이나 면했지 흡좁하지 못했다. 이 고비만 넘기면 그럭저럭 평작은 될 터인데 하고 근심들 했다. 마을의 인심은 하느님 마음씨하고 통한다. 후하고 박한 것은 노상 일기(日氣)에 좌우되는 것이다.
"사람이 존엄하디는 것을 용이 놈은 잘 알고 있지요. 그놈이 글을 배웠더라면 시인이 되었을 게고 말을 타고 창을 들었으면 앞장섰을 게고 부모 묘소에 벌초할 때마다 머리카락에까지 울음이 맺히고 여인을 보석으로 생각하는, 그렇지요, 복 많은 이 땅의 농부요." (p.23)
천지 만물이 시작과 끝이 있음으로 하여 생명이 존재한다고들 하고 탄생은 무덤에 박히는 새로운 팻말의 하나라고들 하고 죽음에 이르는 삶의 과정에서 집념은 율동이며 전개이며 결실이라고들 하고, 초목과 금수와 충류(蟲類)에 이르기까지 그 범주를 벗어나지 못한다고들 한다. 인간의 죽음은 좀 사치스러워서 땅속 깊숙이 묻혀지고 혹은 풍습에 따라 영혼의 천상행( 天上行)을 위해 편주(片丹)에 실어 물 위에 장사지내기도 한다.(p.221)
◆ 박경리 작가 5행시 박 - 박복한 세상속에서 독자들의 심금을 울린 책 '토지' 경 - 경이로운 땅에서의 세월따라 변화하는 역사를 노래하는 책 리 - 리커버 에디션으로 재탄생한 완간 30주년 기념 책 작 - 작품에 홍수 젖듯 헤어나오지 못하는 책 가 - 가치있는 성장을 기대하는 '토지' 독서챌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