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답게 바닥에 앉아 소파에 등을 기댄 채 잘 마른빨래를 개고 있었다.
양말과 속옷을 개어 오른쪽에 두고 수건을 잘 접어 왼쪽에 두고 잠깐 TV를 보고 있었는데.
어느 순간 주변이 어두운 느낌이 들어 시계를 보니 한 시간이 훌쩍 지나 해가 지고 있는 중이다.
내 양 옆에는 잘 접어 놓은 빨래들이 얌전히 놓여 있다.
빨래 정리를 해야지 하는 생각에 벌떡 일어나 양말과 속옷을 챙겨 방의 서랍장에 넣고 다시 나왔다.
수건은 안방 욕실과 거실 욕실에 나눠 넣어야 하니 반만 들고 거실 욕실로 가려다가 안방을 먼저 가야겠다 하는 생각과 함께 돌아서는 순간 온몸에 전해지는 전율과 처음 느껴보는 고통에 풀썩 주저앉고 말았다.
수건을 내팽개치고 오른발을 꼭 잡고 속으로 온갖 욕을...
방향을 바꾸는 순간 소파의 짧디 짧은 다리에 오른쪽 발가락을 부딪혔던 것이다.
너무 아프고 너무 무서워 한 동안 발을 꼭 잡은 손을 떼지 못하고 한참을 있다가 살살 떼어보니 그냥 멀쩡해 보이는 발가락들.
다섯 발가락이 다 아파서 어떤 발가락을 부딪혔는지도 몰랐던 것이다.
발가락을 하나하나 살펴보던 중 눈에 띄는 내 발가락 하나.
새끼발가락이
나란히 있는 발가락과 달리 바깥쪽을 향하고 있다.
아픈데 웃기고 귀여워 보이는 건 뭘까.
하하하하 히히히히.
정신을 차리고 발가락을 움직여 보는데 움직이는 거 같기도 하고 아닌 거 같기도 하고.
그리고 밀려드는 후회들
TV 보지 말고 빨리 갖다 놓을 걸.
수건부터 갖다 놓을 걸.
그냥 거실 욕실부터 갖다 놓을 걸.
후회해도 소용없는 걸 알지만 짜증 나!
나 혼자 이러고 있다는 게 더 짜증 나!
시간이 늦어져서 병원도 다 닫고 응급실을 갈 것까지는 아닌 것 같고.
할 수 없이 바깥쪽을 향하고 있는 새끼발가락을 가지런히 모아 밤새 손수건으로 감싸고 잤다.
아침에 보니 새끼발가락이 붓고 발등에 멍이 잔뜩 들었다.
병원에 가니 역시 새끼발가락 골절.
다행히 반깁스를 하고 절뚝거리며 집에 왔다.
가만히 있던 소파에 참패한 불쌍한 나의 새끼발가락.
나 때문에 내 몸이 고생이 많다. ㅎㅎ
오늘의 교훈
할 일을 먼저 제때제때 하자.
항상 조심조심 걷자
가만히 있는 소파 조심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