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러워하며 쓴다
어떻게든 계절은 흘러간다.
꽃이 피고 지고
계곡물이 가물었다 불어나고
푸르던 잎이 흔적 없이 사라지고
눈발이 흩날리다 잦아드는 것처럼
그렇게 우리의 시간은 어떻게든 흘러간다.
흘러간 시간은 우리에게 깨달음을 남긴다.
잊을 수 없을 것 같던 기억이
흐려질 수는 있어도
역시나 잊을 수는 없다는 것.
수없이 불던 바람도
그 기억을 날려 보내지 못하고
수없이 내리던 비도
그 기억을 쓸어내지 못한다.
그래서 우리는 오늘도 운다.
모두의 슬픔이었던
그 기억을 기억하기 때문에.
다시 한 번 또렷해진 눈물은
기억에 생기를 불어넣어주리라.
그리하여
영원히
잊지 않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