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 노바디>
<미스터 노바디>는 자코 반 도마엘이라는 벨기에 사람이 만든 짱 멋진 영화이다.
그는 '선택'이라는 주제에 관한 철학을 sf 판타지와 로맨스 드라마에 버무려서 독창적인 이미지로 승화시켰다.
사실 내 인생 영화라서, 나중에 각 잡고 공들여서 비평을 써볼 생각이기도 하다.
솔직히 어렸을 땐 무슨 내용인지 당최 이해가 되질 않았다.
그럼에도 나를 사로잡은 건 영화가 가지고 있는 질문들, 그리고 분위기와 여운이었다.
무엇보다도 내 머릿속을 맴돈 건 이 영화의 음악들이었다.
첫 장면에 나오는 음악이다.
어떤 이야기가 전개되든, 나는 이미 이 음악이 가지고 있는 분위기에 매료되어 있었다.
이 음악은 감독의 형이 죽기 전에 작곡한 음악이라고 한다.
알 사람들은 아는, 그 유명한 에릭 사티의 음악이다.
이 영화에서 짐노페디는 불가능한 선택을 해야만 하는 순간의 슬픔을 묘사하기 위해 사용된다.
아직도 짐노페디를 들으면 떠나는 기차를 향해 애매한 발걸음을 할 수밖에 없는 소년이 떠오른다.
영화에 좋은 음악들이 너무 많지만, 너무 글이 길어질 것 같아서 이 음악으로 글을 마무리하려고 한다.
이 영화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음악이다.
1954년에 코뎃츠라는 미국의 트리오가 부른 Mr.Sandman이다.
가사를 번역해보면 샌드맨이라는 마술사에게 자신이 사랑하는 남성이 멋진 사람이 되게 해달라고 부탁하는 내용을 다루는 것 같다.
사실 영화를 볼 땐 가사 뜻은 몰랐고, 몽롱한 화음에 발랄해 보이면서도 어딘가 살짝 우울해 보이는 멜로디에 흠뻑 취해있었던 것 같다. 그 느낌이 영화가 주는 감정과 어우러져 나에게 깊은 여운을 남겨주었다. (음악의 쓰임새 자체는 오직 발랄함 뿐일 수도 있겠지만.)
사실 20세기 미국 음악에는 그런 묘한 기운이 있는 것 같기도 하다. 내가 태어나기도 훨씬 전에 만들어진 대중음악. 그 특유의 음질은 나를 알 수 없는 향수병에 걸리게 하는 것 같다.
그래서인지 이 음악은 발랄하지만 그리운 감정도 들게 만든다. 물론 경험해본 적 없는 그 당시로 돌아갈 수 없다는 건 자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돌아갈 수 없다는 사실은 매 순간 만들어지는 우리의 선택을 가치 있게 만들어주니깐, 그리고 경험해보지 못한 가능성들을 더 소중하게 만들어주니깐, 그 자체로도 꽤나 멋진 것 같다.
미스터 샌드맨 나에게 꿈을 가져다줘
그를 내가 본 것 중에 가장 귀엽게 만들어줘
그에게 내가 바람둥이가 아니라 말해줘
그리고 그의 외로운 밤들은 끝났다고 말해줘
샌드맨 난 참 외로워
내 애인이라 부를 사람이 아무도 없어
당신의 마법 광선을 켜줘
미스터 샌드맨 나에게 꿈을 가져다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