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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환 Jun 07. 2023

에마힘(에러를 마주하는 건 힘들어)

엔지니어 성장기



에러를 마주하는 거는 너무 힘들어
그때 그 기억이 나를 괴롭게 하네
이런 말을 해도 될진 모르지만
행여 나와는 제발 마주치지 마요

-에마힘 中-



버스커 버스커의 노래 그마힘(그댈 마주하는 건 힘들어)을 좋아하는데 나는 이 노래를 위와 같이 개사해서 부르곤 한다.


엔지니어로 일하다 보면 에러를 맞닥뜨리고 이런 에러를 찾아 해결하는 디버깅은 일상인데 나에게는 이런 디버깅이 가장 큰 어려움으로 다가온다.


에러라는 게 정말 사소한 오타, 점 하나에도 발생하고 그런 게 눈에 잘 들어오지 않을 때는 몇 시간 동안 헤매다가 사소한 실수가 있었던 것을 확인하고 허탈해지기도 한다. 또 어떤 때는 평소에 늘 하던 간단하던 업무도 갑자기 안될 때가 있다. 뭔가 버전이 바뀌었다는 둥 이유는 가지각색이다.


기존의 에러와 다른 에러만 떠도 기쁜 나의 모습..


에러를 해결하려고 머리를 싸매며 여러 시도를 하는 중 에러 메시지가 바뀌기만 해도 큰 진전으로 느껴진다. 위의 짤처럼 말이다. 몇 시간 동안 구글링, 팀원들에게 자문을 구하며 씨름한 끝에 에러 메시지가 다른 게 나오면 하나의 실마리를 찾은 것 같은 기분이다.


에러는 해결하려고 정말 붙잡고 있다 보면 5시간, 8시간이 훌쩍 지난다. 해결하지 못한 채 퇴근하면 퇴근하는 길, 샤워하는 동안 그리고 심지어는 꿈속에서도 그 이슈가 생각난다. 어떤 날은 어찌나 그 이슈를 빨리 해결하고 싶었으면 꿈에서 해결하는 꿈도 꾼 적도 있다.


나에게는 에러를 마주하는 게 유난히 힘든데, 처음에는 마케팅 직무로 일을 시작하다 보니 이런 에러를 마주하는 게 아직은 낯설어 그런 것 같다. 마케팅 직무 또한 사업 계획과 실행으로 KPI를 채우거나, 프로젝트 기한을 맞추는 등의 챌린지가 있는 것은 마찬가지였지만, 예측 불허 디버깅과 같은 챌린지는 없었다. 에러는 언제 어디서 발생할지도 예측할 수 없고 그 해결 시간과 과정은 더더욱이 예측할 수가 없다. 해결하기 전까지는 나와 그 에러 간의 외로운 싸움만 있을 뿐..


그래서 내가 에러가 나타날 때마다 머리를 끄집어 당기며 유난히 괴로워하고 있을 때면, 옆 자리 노련한 팀원은 원래 이런 거라며 너무 스트레스받지 말라고 다독여준다.


이제는 조금 익숙해질 때도 됐는데, 여전히 에러를 마주하는 게 쉽지는 않다.


에러에서 오는 고통보다는 에러를 해결하는 기쁨을 더 크게 느껴보도록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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