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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환 Jul 06. 2024

인생 첫 이직 준비하기 2

글로벌 IT회사 이직기

고대하던 M사와의 면접은 일주일 뒤 온라인으로 진행되었다. 첫 면접은 해외에 위치한 HR 팀 담당자와의 면접이었다. 채용 프로세스가 워낙 길다 보니 본격적으로 채용 프로세스를 시작하기 전에, HR팀에서 해당 후보자에 대한 스크리닝 목적의 면접이었다. 인성, 경험에 초점을 맞춰 면접을 진행했고 전반적으로 면접 분위기가 좋다는 느낌을 받았다. 면접 마지막 즈음 M사의 채용 프로세스에 대해 알려줬는데, 총 5번의 면접이 더 있다고 이야기해 주더라. 대기업에 다니는 주변 지인들도 면접을 4번 봤다는 이야기는 들어봤지만 면접을 총 6번 본다는 말에 적잖이 놀랐다. 하지만 태연하게 프로세스에 대해 상세히 알려줘서 고맙다고 인사를 한 뒤, 면접을 마무리지었다. 면접이 끝나고 난 뒤, 링크드인에 알람이 떠 확인해 봤더니 나와 이야기를 나눴던 HR 담당자가 링크드인에 친구 요청을 걸어온 게 아닌가. ‘면접에 떨어진 사람한테 링크드인 친구 요청을 걸리는 없을 테고, 1차는 붙은 건가!!’ 링크드인 알람 하나에 흥분한 마음을 갖추지 못하고 메일함을 시도 때도 없이 확인했다. 며칠이 지나고 메일함을 확인해 보니 1차 면접은 통과했고 다음 면접 일정 조율을 요청해 왔다.


그 뒤로도 매니저 면접, 직무 관련 기술 인터뷰, APJ 지역 총괄, 타 부서 매니저 그리고 최종 발표 면접까지 총 6번의 면접을 진행했다. 매 면접을 준비하기 위해서 아침 출근하기 전, 퇴근해서 자기 전 그리고 주말까지 쉬지 않고 면접 준비를 했다. 다른 면접들은 주로 인성과 경험 기반 질문이 위주여서 난이도가 어렵지는 않았는데 어떤 질문들이 나올지 가늠이 어려운 직무 관련 기술 면접이 제일 어렵게 느껴졌다. 기술 면접을 앞두고는 예상 질문을 구글링 해가며 대답을 몇 번이고 되뇌며 연습했다. 기술 면접에서 모든 질문을 매끄럽게 대답한 건 아니었지만 잘 모르는 질문을 받았을 때엔 솔직하게 잘 알지 못한다고 답변했고, 면접 말미에는 부족한 부분은 빠르게 보충하고 성장해 조직에 기여할 수 있는 나의 태도를 어필하며 면접을 마무리했다. 기술 면접을 힘들게 통과하고 그 뒤로도 여러 면접을 차례로 통과해 나갔다. 최종 발표 면접에서는 내 업무 경험과 M사의 기술에 대해 설명해야 했다. 내 경험의 경우에는 발표 준비만 잘하면 됐지만, M사의 기술 발표를 위해서는 기술에 대한 숙지도 필요했기 때문에 기술 공부하랴 발표 준비하랴 할 게 정말 많았다. 면접이 본격적으로 시작 됐을 무렵, 기존 재직 중이던 회사에서의 업무도 덩달아 바빠졌다. 회사에서는 하루 종일 많은 업무를 쳐내느라 퇴근 시간에는 이미 녹초가 돼있었는데, 편히 쉴 여유 없이 퇴근해서도 다시 공부방 컴퓨터 앞에 앉아 면접 준비를 해나갔다.


대망의 최종 발표 면접 날이 되었다. 발표 면접이 1시간 반 가량 진행되기도 하고 면접 전에 준비를 더 하고 싶어서 반차를 냈다. 평소 발표할 때 크게 긴장하는 성향은 아닌데, 최종 면접은 생각만 해도 속이 메스꺼워질 정도로 긴장이 됐다. 면접 때도 너무 긴장하면 힘들 것 같아 인생 처음으로 청심환을 사보았다. 면접 시작하기 1시간 전쯤 청심환을 꺼내 먹었는데, 처음 먹어보는 청심환 맛은 어릴 때 먹어본 한약 맛과 비슷했다. 효과는 하나도 모르겠고 똑같이 긴장만 되더라. 막상 시작하니 연습을 워낙 많이 한 터라 장표만 나오면 준비한 말이 술술 나왔다. 내가 준비한 내용은 또 어떻게 아시고, 면접관들께서는 내가 준비한 내용들에 대해서 질문들을 하셨다. 준비한 내용이니 만큼 질문에 대해서도 막힘없이 대답했다. 마지막 장표에 대한 발표까지 마치고, 면접관들께서 피드백을 주셨다. 면접관 세 분 중 두 분은 준비를 잘한 것 같다며 고생했다고 덕담을 해주셨다. 한분께서는 면접 자체보다는 경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것에 대해 우려를 표하셨다. 마지막 피드백 때문에 찝찝한 마음으로 면접을 끝냈다.


일주일 간 머리를 싸매며 목이 쉴 만큼 몇 번이고 발표 연습을 했었는데, 드디어 발표를 끝내고 나니 뿌듯하면서도 후련했다. 어느덧 반차가 끝나가기 전에 부리나케 다시 회사로 향했다. 업무가 바쁜 와중에도 어김없이 하루에 몇 번이고 메일함을 확인하며 가슴을 졸였다. 면접관 두 분의 피드백을 생각하면 합격한 것 같기도 한데, 면접관 전원 만장일치로 통과해야 했기 때문에 결과를 가늠할 수 없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사로잡았다.


같은 날 오후, HR 팀에서 온라인 콜을 요청해 왔다. ‘무려 30분 길이의 비디오 콜이라니, 불합격이면 이렇게 길게 전화할 이유가 없을 텐데, 혹시?‘

가능한 제일 빠른 시간으로 일정을 잡고 설레는 마음을 진정시키며 줌 미팅에 로그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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