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IT회사 이직기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부리나케 출근 준비를 마치고 HR 팀과의 줌 미팅에 접속했다. HR 담당자는 내 채용 프로세스를 처음부터 끝까지 담당한 분이셨는데, 활기차고 따뜻한 분이셨다. 여전히 그 활기차고 따뜻한 톤으로, 마지막 면접을 잘 통과했고 정식 오퍼를 주기로 결정했다고 전해줬다. 너무 얼떨떨하고 기뻤다.
그 자리에서 오퍼를 구두로 승인하고, 입사 날짜와 처우 협의를 바로 진행했다. 입사 날짜는 현 회사 인수인계와 적당히 쉬는 기간까지 고려해 잡았다. 그 뒤에 연봉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데, 나에게는 충격 그 자체였다. HR팀과의 첫 면접 때 희망 연봉을 물어보기에, 원하는 연봉을 이야기했었다. 그 연봉 액수는 평소에 '아~ 이 정도 연봉을 받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마음속의 희망 연봉이었다. 기존 연봉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었기에 큰 기대 없이 조심스레 이야기했던 숫자였다. 그런데 HR에서 제시한 연봉은 내 희망 연봉보다도 더 높은 금액이 아닌가. 외국계 IT 기업의 연봉 테이블이 높은 건 알았지만, 상상 이상이었다. HR팀에서 제시한 연봉을 듣고 내가 한참 동안 벙쪄있자, HR 담당자는 웃으며 'Don't pass out!'이라며 기절하지 말라고 우스갯소리를 건넸다. 그 뒤에 복지, 입사 절차 등 내용들을 더 설명해 준 이후에 콜을 끝냈다.
콜이 끝나도 이 모든 게 실감이 나지 않았다. 기존 회사에서 업무를 병행하면서 이력서 제출, 면접 준비 등 너무 바쁘고 힘들게 시간을 보냈었는데 그 모든 게 보상받는 기분이었다.
정식 오퍼레터에 서명까지 완료한 이후에, 직속 매니저들께 이직을 결심하게 되었다고 말씀을 드리게 되었다. 서운해하시는 분도 계셨고 겁주시는 분도 계셨지만, 마지막까지 멋지게 응원해 주는 분도 계셨다. 퇴사 절차를 밟는 동안, 마음이 편치만은 않았지만 마지막에는 모두가 응원을 해주셨고 서로 밝게 인사하며 회사 생활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새롭게 합류하게 될 회사는 글로벌 IT회사로, 엄청난 경쟁과 개인주의가 만연해있다고 전해 들었다. 기존에 재직하던 회사는 따뜻한 사람들, 격려해 주는 분위기였다. 우리 팀장님께서는 우리 회사를 자주 "온실"이라고 칭하기도 하셨다. 이런 "온실"을 벗어나 "정글"에 내 발로 들어가려니 겁이 나기도 하지만 기대가 되기도 한다. "정글"에서 멋지게 적응해 회고글을 쓰는 그날까지 파이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