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총 3번의 '신입사원'이라는 타이틀 또는 그와 유사한 타이틀을 경험했다. 첫 번째 회사에 푸릇푸릇한 신입사원으로 입사했었고, 그다음에는 직무를 변경해서 다시금 신입사원으로서 새로운 업무를 담당했다. 이후 이직한 회사에서는 팀에서 처음 뽑는 주니어 직원으로 입사했으니, 신입사원 또는 그와 동등한 지위(?)를 담당했다고 생각해도 무방할 듯하다.
3번의 '신입사원' 또는 이와 동등한 타이틀로 지내던 기간 동안, 나는 꽤나 예쁨 받는 신입사원이었다고 자부할 수 있다. 첫 회사에서는 수습 기간이 끝나고 HR팀과 면담을 하는데, 내 상사로부터 받은 피드백이 너무 좋다는 칭찬을 들으며 정직원 전환에 성공했다. 직무 변경 이후에는 높은 고과 평가와 더불어 앞으로 내 연봉은 회사 연봉 테이블과는 별도로 특별 관리를 해주겠다며, 높은 연봉 인상률에 대한 약속까지 받아냈다. 이직한 회사에서는 빠듯하게 진행되는 교육 과정, 발표 등을 무리 없이 진행해 나가고 있고 외국에 있는 매니저가 나를 맘에 들어한다는 이야기를 익히 전해 들었다.
새해가 시작되고 이제 곧 2월이면 대학교를 졸업해 설렘 반 두려움 반 꼬깃꼬깃 접어 첫 직장으로의 발걸음을 내딛는 신입사원들이 있을 텐데, 모두 예쁨 받는 신입사원이 되길 바라며 나만의 '예쁨 받는 신입사원되기' 팁을 공유해 본다.
나는 첫 회사에 5년이 조금 안 되는 시간 동안 매일 같이 1시간 또는 1시간 반 일찍 출근했다. 업무 시작 시간 1시간 전까지는 업무에 도움 될 만한 공부도 하고 그동안 하고 싶었던 개인 공부도 했다. 그리고 업무 시작 20-30분 전에는 자리로 돌아가 저녁 간 쌓인 메일도 읽고 당일 해야 할 업무 체크리스트도 정리하곤 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부지런한 신입 사원' 또는 '자기 계발도 게을리하지 않는 신입사원'과 같은 이미지가 형성됐다. 첫 동기는 출근 혼잡 시간에 출근하면 지옥철이 너무 괴로워 그 시간대를 피하려고 일찍 길을 나선 거였다. 그래도 이왕 일찍 출근한 김에 도움 되는 것들을 하면 좋겠다 싶어 공부까지 시작한 거였는데, 그게 의도치 않게 좋은 작용을 했다. 일찍 출근해서 회사 카페테리아에 앉아있다 보니 일찍 출근하시는 임원들, 시니어 직원분들이 매일 이른 아침 고정된 자리에 앉아있는 나를 보신 모양이다. 나는 2년 즈음 뒤에야 알게 된 건데, 이 습관 때문에 회사에서 나를 알고 계시는 분들이 많더라.
나처럼 꼭 1시간 일찍 출근해서 회사에서 공부를 하라는 뜻은 아니고, 20-30분이라도 일찍 출근해서 미리 업무 정리도 하고 업무를 시작하기 위한 준비를 하는 것이 내 업무에도 크게 도움이 된다는 이야기를 전하고 싶다. 9시가 업무 시작이라면, 9시에 맞춰 출근하는 것 또한 무방하다. 하지만 시간을 딱 맞춰 출근하려다 보면 어떤 날은 지하철이 늦게 와서, 아니면 지갑을 두고 와서 등 다양한 이유로 언제든 지각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이 생겨버린다. 그렇기 때문에 지각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늘 여유롭게 출근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 새롭게 합류한 신입사원이 업무 시간 분 단위에 맞춰 도착하기 위해 헐레벌떡 뛰어와 자리에 앉는 신입 사원과 매일 조금이라도 일찍 출근해 당일 업무를 체크하는 신입 사원 중, 누구에게 더 신뢰가 갈까?
회사 규모에 따라 다르겠지만, 회사에는 다양한 부서가 있고 정말 많은 직원들이 함께 일하고 있다. 다른 부서에는 처음 보는 분들도 많을 것이고 따로 소개받은 게 아니라면 대부분 초면일 거다. 남처럼 느껴져도(물론 남이기도 하다) 같은 회사 건물 또는 층에 있는 사람들은 다 우리 회사 사람들이라는 것을 기억하고 인사하기를 추천한다. 향후 언제라도 협업을 해야 할 수도 있고, 또 모두 나보다 이 회사에서의 경험이 많은 선배이기 때문이다. 큰 소리를 내서 인사를 하려니 쑥스러울 수도 있고 복도를 지나갈 때마다 거듭 인사를 하는 것 또한 민망할 수 있다. 간단히 고개를 숙여 눈인사만 하더라도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첫 회사의 어떤 직원은 매일 출근하면서 층 사람 모두에게 큰 소리로 인사를 하던 분이 있었다. 처음에는 신기했는데, 시간이 지나고는 내적 친밀감이 생겨 그분이 지나가면 함께 반갑게 인사하게 되었다. 그분은 그렇게 밝은 인사성으로 모두에게 호감을 샀다. 매일 아침 밝은 에너지로 인사해 주는데, 그 누가 안 반기리? 또 다른 분은 같은 층에서 일하는 다른 팀 소속 직원이었는데, 그분은 복도에서 마주칠 때마다 가만히 눈을 응시하고 지나가더라. 차라리 눈을 안 마주치면 그냥 못 보고 지나갔겠거니 생각하고 말 텐데, 눈은 응시하면서 인사는 하지 않으니 뭔가 미묘하게 무례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회사 건물 내에서는, 다들 초면이고 낯설게 느껴져도 간단한 눈인사 또는 고개 인사는 하면 좋겠다.
하루에 여러 업무 지시가 오가고 여기저기 미팅까지 불려 다니다 보면 중요한 할 일도 잊어버릴 수 있다. 이런 불상사를 방지하기 위해 나는 항상 필기를 해두는 습관을 만들었다. 팀장님께서 '백환 님, 잠시 와보시겠어요?'라고 부르면 나는 꼭 펜과 수첩을 챙겨 쪼르르 달려가곤 했다. 새로운 업무 지시 또는 공지 사항을 전달해 주시면 바로 그 자리에서 필기를 해두었다. 또는 지나가듯이 '참, 내일까지 OO건 초안 보여주세요.'라고 업무 지시를 하실 수도 있는데, 그럴 때도 지시를 듣지 마자 수첩에 우선 적어두었다. 그리고 업무 시작 전, 수첩에 적어둔 할 일들을 체크해 가며 우선순위대로 업무를 진행했다. 이렇게 하면 상사가 불현듯 '그때 말한 업무 어떻게 진행됐어요?'라고 물어도 전혀 당황하지 않고 자신 있게 업무 내용을 공유할 수 있다.
내 가방에는 'Always day 1'이라는 뱃지가 달려있다. Amazon 문화 요소 중 하나인데, 늘 회사 창업 첫 번째 날처럼 열정과 지적 호기심을 가지고 혁신을 이뤄내자는 취지의 문구이다. 가방에 달린 그 뱃지를 보며 나 또한 '예쁨 받는 신입사원'이 되기를 바랐던 그 때의 열정과 동기을 상기시켜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