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릇에는 짝이 필요하다.

2024년 06월 18일의 일기

by 백이나

#운월시사 — 혜하(@hyeha__l)님의 집들이

혜하 작가님께서 이사를 하셨다 하여 집들이 차원으로 가볍게 티타임을 갖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새롭게 꾸민 공간에 방문했던 게 2024년 6월 18일의 일입니다. 약간 뜨거운 햇빛의 기운을 식히며 앉았을 때 청량한 초여름같은 유리잔에 웰컴티를 내주셨습니다. 무척이나 귀여웠던 그 짝이 없는 찻잔에 대해서 얘기를 나눴습니다.

전에는 뭘 사도 혼자서만 마시기에 한 조만 있으면 충분했는데, 요즘은 후회를 하신다더군요. 하다못해 두 조는 있어야 안정감이 생기고, 대접할 일이 많아질수록 세트로 구매할 걸 하는 생각이 드신다고요. 저 유리잔은 안타깝게도 그 때 2조 밖에 들이지 못했다는 말을 하시면서요.

그런가...?하는 생각을 하며 집에 돌아왔는데

생각해보니 그런 것도 같습니다.


전에 어디였나 그릇 벼룩을 위해 구경 갔었는데 5개 세트로 판매하신대서 조금 고민하다가 말았더니 그냥 1개도 해주겠다 하셨거든요. 그러면서 왜 세트로 사는 게 좋은데 안 사냐 질문하시길래, "필요가 없어요"라고 대답했습니다. 정말이었거든요. 집에 누굴 데려오는 일도 대접할 일도 없었고, 차를 낼 일은 더더욱 없었으니까요. 말 그대로 필요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왜 그런 질문을 하는지도 이해하지 못했었어요. 온라인 시대에 오프로 모여 차를 마실 일이 얼마나 있다고...라고 생각했거든요.

하지만 생각해보면 차도 식문화입니다.

물론 인터넷의 발달로 같은 차를 마신 다른 사람의 흔적을 찾기 어려운 것도 아니고, 방송같은 걸 켜놓고 각자의 공간에서 차를 마실 수도 있습니다. 더해서 혼자서 마시는 차도 좋구요. 하지만..

그럼에도 한 자리에서 같이 차를 마신다는 건 역시 특별한 것이겠죠. 사람이 곁에 있고 향과 온도를 공유하고 맛을 음미하고 그 공간과 시간이 문화를 이루게 되고.. 뭔가를 함께 먹는다는 건 참 각별한 기분이 듭니다. 그 시간은 경험으로만 그치지 않으니까요.

그릇에 짝이 필요하다는 얘기는, 누군가와 함께 마시는 시간이 더 길어지고 잦아진다는 말이겠죠.

어쩐지 몇 년 전의 질문을 이해할 수 있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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