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임 쭈그리 되어도 괜찮다

by 백작


학생들에게 토요일부터는 매일 글을 쓰라고 했다. 아이들 한숨소리가 커졌다. 어른도 매일 쓰기 힘든데 초등 5학년 입장에서 갑갑할 터다. 어제 쓴 초고에 대해 말해 주었다. 대단한 이벤트에 대해 쓴 게 아니라 우리 반에서 있었던 영화 본 내용으로 글 썼다고 했다. 영화 보는 일은 관점에 따라 특별한 일이 될 수도 있고 일상일 수도 있다. 내가 영화 이야기를 꺼낸 것은 과거 추억 속에 있던 대단한 이벤트를 쓴 게 아니라 어제 있었던 일을 글감으로 여기고 썼다는 걸 강조하기 위해서였다.

학생들에게 물었다. 내가 다음 글을 써야 하는데 무엇을 써야 할지 생각이 안 난다고. 너희들 생각을 말해달라고. 지금 내가 하고 있는 말은 부탁이라고. 초고 작성 중이라 글 주제를 블로그에 쓸 수는 없지만 아이들에겐 키워드를 말해주었다. 너희들이라면 어떤 활동을 할 것인지. 물었다.

도와달라는 말이 마음을 편안하게 한 걸까. 너도 나도 입을 열었다. 영화, 게임, 쉬기 등 아이들마다 자신이 평소에 하고 있는 경험을 말한다. 칠판에 단어를 써본다. 한 번 말하고 추가로 발표하는 아이들도 있다.


"평소에 여러분들 발표 태도와는 다르네요. 오늘 무엇이 달라졌길래 이렇게 적극적으로 발표하나요?"


선생님이 부탁을 하니 발표에 대한 압박감이 사라졌다고들 말했다.



20231020%EF%BC%BF121236.jpg?type=w773


고학년의 매력이다. 아이들 앞에 권위 있는 모습을 보였다가도 쭈그리로 변신해서 도움을 요청한다. 아이들과 삶을 나눌 수 있어서 좋다. 담임의 읽고 쓰는 삶을 아이들에게 보여준다. 오늘의 작은 경험이 아이들 주말 글쓰기에 도움 되기를.



영어실 갔던 아이들 걸어오는(?) 소리가 들린다.


https://blog.naver.com/true1211/223240304233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학생들이 쓴 글 확인하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