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조심해! - 바르게 말하며 살기(4)

외모 평가와 사생활 침해, 그리고 가짜 충고

by 백제웅


- 지난 3편이 조직 내의 보이지 않는 권력 구조와 성별의 편견을 보여주었다면, 이번 글은 조금 더 내밀하고도 당혹스러운 순간입니다. 기분을 가라앉게 만드는 외모 품평부터, '다 너 잘돼'라는 방패 뒤에 숨은 가짜 충고까지. 우리가 '친함'이라는 이름으로 얼마나 쉽게 타인의 선을 넘고 있는지, 그 사례들을 모았습니다-


"정말 충고가 받아들여지기를 바라면 일과 시간에 ‘심각하게’ 얘기해야 한다. 심각하게 듣기를 원하지 않는 ‘대수롭지 않은’ 얘기라면, 편한 자리든 불편한 자리든 꺼내지 않는 것이 예의다. '다 너 잘되라고 하는 얘기'를 들어서 정말 잘되는 경우는 결코 없다. 절대로!"


2. 외모를 지칭하는 말들


사례 1

많은 직장, 회사들이 복장에 대해 관대해진 것 같다. 정장은 물론이고 구두를 신지 않는 경우도 많다. 청바지 차림도 거리낌이 없기도 하다. 항상 가볍고 단정한 복장을 갖추던 동료가 있었다. 날 좋은 어느 봄날, 평소와 다르게 말끔한 정장을 갖춰 입고 나타났다. 평소보다 머리도 신경 써서 정리한 듯하고 피부 색조도 뭔가 달라 보인다. 부장님께 상의하러 온 동료, 들고 온 서류를 부장님 책상에 내려놓는다. 부장님은 책상 위 서류에는 관심이 없다. 서류는 내버려 두고 동료 얼굴을 안경 위로 치켜뜬 눈으로 빤히 쳐다본다. 그러다 한마디,


“웬일로 이렇게 예쁘게 입고 왔어? 무슨 좋은 일 있나, 소개팅?”


무슨 좋은 일 있어야 옷을 갖춰 입는 걸까. 오히려 마음 무겁게 가라앉는 일이 있어 기분 전환하려고 갖춰 입을 수도 있지 않나. 그러면 검은색 상하의를 맞춰 입으면 반대로 언제나 상가에 갈 일이 있는 것인가. 남녀를 불문하고 해서는 안 될 말이다.


사례 2

더운 여름, 가벼운 복장이 선호될 수밖에 없다. 남자인 나는 판단이 잘 서지 않는데, 반바지에 슬리퍼 형태의 구두를 신은 여성 동료의 복장을 지적했다는 여성 부장님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지적할 만한 일인지 솔직히 잘 모르겠다. 그래도 나라면 아무런 지적도 안 했을 것 같긴 하다.


사례 3


다른 도시 혹은 나라에서 일하다가 돌아와 몇 년 만에 만나게 된 동료가 있었다. 편한 저녁 자리에서 마주치자 반갑게 인사하며 던진 말. “왜 이렇게 나이 들었어요?” 설명이 필요 없다. 다른 사례로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는 말도 적절한 것일까 싶다.


3. 사생활에 관한 말들


사례 1

이제는 별로 많지 않다 믿지만, 출신학교 또는 지역에 관한 대화는 오랜 기간 한국사회의 관행이었고 그로 인한 문제도 많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최근에는 결을 달리해서 내 출신 고등학교를 미리 파악하고 오신 분이 동창을 거론하며 친근함을 표시하면서 첫인사를 이어가셨다. 전혀 반갑지 않았다.


사례 2

결혼 여부에 대해 묻는 것도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러저러한 이유로 결혼한 사실을 알고 있는 동료에게


“애는 왜 안 낳아? 딩크(DINK: Double Income No Kid)야?”


라고 묻는 사람이 있었다고 한다. 갈 길이 멀다.


사례 3

성별에 관한 말이기도 가족에 관한 말이기도 하다. 워라밸이 중요하지만 어쩔 수 없이 초과근무가 필요할 때가 있다. 결혼한 직장인이라면 가사를 일정 부분 상대에게 미룰 수밖에 없다. 남성이 일을 하고 여성이 가사를 돌보는 과거에는 그게 올바른 일인지, 가사를 맡은 배우자에게 잘못된 일은 아닌지 생각해 본 적이 없었을 수 있다. 그런데 입장이 바뀌어 여성 직장인이 초과근무를 하는 상황이 되니


“집에 남편한테 고마워해야 돼.”


라는 말을 하는 경우를 봤다. 고백하자면 그 말을 들은 여럿이 분개했고 심지어 언론에 제보한 사람도 있어서 큰 물의를 일으킬 뻔했던 사례이다.


4. 친함을 가장한 비판의 말


사례 1

친한 동료이고 자주 일과 시간 이후 자리를 함께했다. 부담 없이 술자리를 같이 하고 편하게 업무가 아닌 농담을 곁들여 대화하는 사이였다. 그런데 술이 몇 잔 들어가면 어김없이


“내가 편한 자리에 술 한잔 했으니 하는 얘긴데, …. 하는 태도는 고치면 좋을 것 같아. 일과시간에 얘기하면 너무 심각하게 들을 것 같지만 편한 자리니까 얘기해 주는 거야.”


라고 얘기를 꺼낸다. 전형적인 ‘다 너 잘되라고 하는 얘기’이다. 나의 정립된 견해는 ‘잘되라고 하는 얘기’ 들은 결과 잘되는 경우는 절대 없다. 절대로! 거기 더해서 편한 자리에서 왜 불편한 얘기를 꺼내는지 모르겠다.


정말 충고가 받아들여지기를 바라면 일과시간에 ‘심각하게’ 얘기해야 한다. 심각하게 듣기를 원하지 않는 ‘대수롭지 않은’ 얘기이면 편한 자리이든 불편한 자리이든 하지 말자.


#외모품평 #사생활존중 #가짜충고 #직장인비애 #적정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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